'합포만현대음악제'
20곡 첫선·가곡과 재즈 '장르 경계 허문 소통'
지역 대표 음악제지만 행정 관심 부족 '아쉬움'

현대 예술음악의 지표를 확인하는 실험이 성공적으로 끝났다.

스물세 번째 합포만현대음악제는 실험적이면서, 동시에 다양성을 추구하는 지역 대표 음악제로 공고히 자리매김했다.

올해 합포만현대음악제는 지난 17일과 18일 이틀에 걸쳐 치러졌다. 특별히 창원 시티세븐 43층 음악 감상실 '파랑새'를 공연장으로 선택했다.

빼어난 창원 야경을 배경으로 총 20곡의 현대음악이 첫선을 보였다. 음악가와 관객의 물리적 거리가 가까워 '살롱문화'를 연상시켰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모인 다양한 관객 층은 저마다 감상을 대화거리로 놓았다.

첫날 공연 주제는 '가곡과 재즈의 만남'. 재즈와 가곡의 조합은 실험적이었으나, 난해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관객과 음악가 모두 첫날의 인상을 "재밌다"고 표현했다.

작곡가 12명의 곡은 피아니스트 케이시 마츠모토, 베이시스트 유지로 요시미네, 드러머 시게키 오쿠보, 색소포니스트 이병주, 바이올리니스트 임병원 손에서 재즈로 변신했다.

소프라노 류지은, 테너 김화수, 소프라노 이윤경, 바리톤 김종홍, 소프라노 유소영은 가곡 가사를 감성적으로 풀어냈다.

지난 18일 창원 시티세븐 43층 음악 감상실 '파랑새'에서 열린 2017합포만현대음악제 두 번째 공연 모습. /최환석 기자

모든 조합이 완벽하지는 않았다. 가곡과 재즈의 조화가 어울리지 않는 순간도 존재했다. 비록 모든 실험이 성공적이지는 않았으나,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합포만현대음악제의 존재 이유를 잘 설명하는 부분이다.

둘째 날 공연은 현대음악의 현주소를 파악하는 상징성을 띠었다. 지금의 고전 음악이 당시 예술음악 기조를 형성했다면, 이날 공개된 음악은 곧 미래의 고전을 기대하게 했다.

이날 연주된 8곡은 다분히 전위적이면서 추상적이었다. 추상화가 미술가의 영감을 비추는 거울이듯, 이날의 곡은 작곡가의 열정과 고민이 서려 있는 작품이었다.

모든 곡에는 이름이 존재했다. 곡은 다소 난해하고 실험적이지만, 불친절하지는 않았다는 뜻.

관객은 '십자가에 못 박혀' '장애물' '나무를 통과한 바람' '화합' '넋두리' '다바르 인 미드바르' '캐논 인버스' 등 곡의 제목을 통해 작곡가 의도를 파악하면서 연주를 감상했다.

바이올리니스트 여근하·김주은, 비올리스트 임경민, 첼리스트 박한나와 함께 일본에서 먼 걸음을 한 색소포니스트 히로키 사이토·레이몬드 다케루 요시자와·다케토 엔도·메구미 진노우치는 격정적인 연주를 선보였다.

이번 공연으로 합포만현대음악제는 또 한 번 경남을 대표하는 음악제로서 두각을 나타냈다.

다른 음악제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하며 창작 열정을 드러내는 주요한 자리다. 경남·부산·대구 등 영남권을 아우르는 지역 작곡가를 만나는 몇 없는 기회다.

행정과 대중의 관심이 더욱 아쉬운 대목이다. 민간주도형인 데다, 경남문화예술진흥원 지원을 받지만 예산은 턱없이 부족하다.

올해 진흥원으로부터 지원받은 금액은 700만 원. 더욱이 지원금은 외국 음악가 섭외비나 경비 지급에 쓸 수 없어 주최 측 비용으로 갈음했다.

부족한 예산에 안정적인 공연 장소를 마련하는 일도 어려운 현실이다. 대중적 홍보 부족도 예산 문제와 얽혀있어, 경남도·창원시 등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는 이상 음악제의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