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 대상들의 안보 위기 조장 '불안감'
우리 국민이 받는 '에버트 인권상' 각별

오랜만에 반가운 소식을 듣습니다. '대한민국 국민', 정확히 말하면 '촛불집회를 통해서 민주적 참여권의 평화적 행사'를 보여준 '대한민국 국민'들께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 인권상'이 주어진다고 합니다. '프리드리히 에버트'는 민주적으로 선출된 독일 최초의 대통령입니다. 1925년에 재단이 설립되고, 1994년부터 인권상을 주었는데, 특정국가의 국민에게 상을 주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상을 받는다고 해서 어떤 행위의 의미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상을 통해서 세계사에 유례가 없는 촛불집회의 역동적이면서도 평화로웠던 모습과 그 의미를 되새기고 이어나가는 것은 분명 뜻깊은 일입니다. 여기에다 이 상이 더 반가운 것은, 촛불집회 정신인 적폐청산을 거부하는 청산대상자들의 막말과 억지에 대한 즐거운 답변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요즘 넘쳐 나는 안보관련 뉴스는 은연중에 사람을 공포로 몰고 갑니다. 핵미사일을 쏘아대는 북한 지도자 김정은의 정신 나간 행동이나, 그에 대응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종잡을 수 없는 말들. 야당 대표의 품격을 잃은 억지 논리들. 보수 신문들이 생산해 내는 뉴스들은 곧 전쟁이라도 일어날 것 같은 분위기입니다. 미국이야 이 땅에서 전쟁이 일어나거나 일어날 것 같은 분위기가 조장되면 무기 팔아먹기 좋으니 얼씨구나입니다.

적폐 대상인 야당들은 안보위기를 조장하여 자신들의 과거 잘못을 피해가려는 꼼수가 훤히 보입니다. 안보에 대해서 반대할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든든한 국방은 누구나 원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자신들의 사익을 위해서 없는 위기감을 조장하는 것은 오히려 안보를 해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위기감 조성이라는 잘못된 분위기가 국민을 예민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무뎌진 칼을 불에 달구고 두드려 날카롭게 만드는 것을 '벼리다'고 합니다. 사투리로 '벼르다'고 합니다. '벼르다'는 것은 미리부터 마음을 단단히 먹고 기회를 엿보는 것입니다. 우리 지역 말로 지금 한번 '벼루고' 있는 사람이 많습니다. 날카로워지고, 예민해져서 누군가 건드리기만 하면 폭발할 것 같습니다. 손에 쥔 날카롭게 벼린 칼도 무섭지만, 마음으로 벼르는 것은 더 무섭습니다. 날 선 마음은 상대방과 내 마음을 베기 때문입니다. 로렌스는 '제대로 된 혁명'이라는 시 첫 구절에서 "혁명을 하려면 웃고 즐기며 하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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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 깊은 말입니다. 분노와 처절한 복수심에서 혁명이 시작되겠지만 혁명을 이루어가는 과정에서 분노는 조절되어야 합니다. 분노가 조절되지 못하면 마음속에 날카로운 칼을 품게 되고, 이 칼은 나와 너를 무차별적으로 상처 낼 수도 있습니다.

모두가 힘들 때입니다. 이럴 때 주어진 '프리드리히 에버트 인권상'은 그래서 더욱 의미가 커 보입니다. 수상이유가 "특히 평화적 집회의 자유"를 보여 주었기 때문입니다. 그 수많은 사람이 모였지만 너무나 놀랍게도 평화로웠기 때문에 상을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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