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에는 세 개의 기차역사가 있다. 그중 마산역은 가장 크고 광장이 넓은 데다 역세권도 발달하여 창원시의 간판 구실을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창원시뿐만 아니라 한국철도공사까지도 오래전부터 마산역을 도시의 관문으로 삼아 관광의 시발점으로 꾸미겠다는 약속을 해왔다. 하지만, 마산역에 내리는 순간, 시원한 풍광과는 달리 흉흉한 인심부터 마주하게 된다.

세 역 중 마산역은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에 제일 불편하다. 짐이라도 들고 역사를 빠져나오면 아무리 두리번거려도 정상영업을 하는 택시를 찾아보기가 별 따기다. 택시 승강장 표지판이 버젓하게 세워진 곳은 아예 호객 택시들 차지다. 정상영업을 하는 택시는 근처에 설 수도 없게끔 줄을 이어 차를 대놓고 있다.

가까운 곳을 가는 승객은 단칼에 승차거부를 당한다. 항의를 하고 싶어도 호객을 하는 기사들이 무슨 패거리처럼 무리지어 있어 지레 겁먹는다. 정상 영업을 하는 택시를 타려면 수백 미터를 걸어 큰길까지 나가야 하니 관광객은 둘째 치고 시민들도 부아가 치민다.

문제는 마산역에서 오래전부터 밤낮 가릴 것 없이 불법 행위가 벌어지는 데도 행정은 손쓸 생각을 안 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민들의 민원도 한두 번이 아니었고, 택시 기사들 사이에서도 수없이 불만이 터져 나왔다. 그런데도 정작 책임이 있는 창원시의 담당 부서는 늘 일손이 달린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창원시가 몇 년째 인력 탓, 예산 탓만 반복하는 것은 문제 해결 의지가 없다는 말과 똑같다. 현수막 하나 붙여놓고 시민들이나 관광객들에게 불법행위를 목격하면 신고를 하라는 답변이야말로 정말 궁색하다. 제일 무책임하고 무능한 태도요 성의조차 안 보인다.

법과 규정을 오랫동안 어겨온 일이니 창원시가 근절하겠다는 의지만 있으면 방법이야 얼마든지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내년 '창원 방문의 해'를 치른다면서 이렇게 일상적인 사안 하나 처리 못 해서야 창원시의 위세에 부끄럽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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