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가르침 따라 대자연 속으로 여행
사람 아닌 자연이 중심되는 사회 고민

"도라 말할 수 있는 것은 도가 아니다."

2000년 전이나 현대 사회나 일류는 은거하고 이류, 삼류가 깽판(?)을 치는가?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장자의 가르침을 담고 강원도로 가을 여행을 떠났다.

중국 고대의 위대한 철학자 장자는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비판, 비운의 운명을 살아가는 절망한 지식인들의 위안, 예술적 해방의 정신, 도교적 양생의 선구였다. 노자가 도와 무위의 세계를 설명했다면 장자는 도의 세계를 노니는 자의 정신 경지를 설명하며 소요유(逍遙游)를 말했다.

'소요유'란 절대적인 자유로운 세상에서 노니는 것이다. 권력·신분·재산·권위를 초월한 완전하고 대자연의 품인 자유 속에서 비로소 행복다운 행복, 즉 참다운 행복을 느낀다고 주장했다. 장자는 노자가 기존 가치에 대한 부정과 전복의 성향에 치중했던 수준에서 한 걸음 나아가, 양자의 대립을 넘어 도와 자연을 찬양하고, 그 속에서 노니는 인간의 아름다움을 보여주었다.

서울에서 가장 높은 북한산 정상보다 더 높은 해발 850고지에 위치한 대한민국 제1호 문화예술광산, 삼탄아트마인. 버려진 산업유산에서 창조적 예술 공간으로 다시 태어난 정선군 고한읍 삼탄아트마인의 현대미술관에서 '경탄풍경(驚歎風景)' 3인 초대전을 기획했다. 오픈 행사에 맞춰 초대작가 김성호, 장태묵, 조영재 화가와 조각가, 전시기획자, 예술을 사랑하는 지인들과 가을 단풍이 아름다운 정선군과 태백시의 만항재, 정암사, 그림바위 마을 등을 관광했다.

전통 5일장을 여는 정선아리랑시장 가는 길. 추경을 담은 화암8경 중 하나인 소금강 계곡을 지나며 일행은 전율했다. "나의 그림은 삶을 향한 따뜻한 위로와 희망이다"라며 빛을 그리는 화가 김성호 화백의 말처럼 아름다운 절경도 삶의 여백에 위로와 감동을 선사하는 걸 다시 절감했다. 진경산수의 대가, 겸재 정선이 직접 유람 와서 그렸던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지자 드라이브 하던 차를 갓길에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림은 누구나 그릴 수 있지만 정미(精微)한 경지의 한 획은 이루기 쉽지 않다."

강원도 백두대간과 태백준령을 걸으며 그림 고수의 산수화론(山水畵論)을 읊조리다 아름다움과 추함, 쓸모 있음과 쓸모 없음이 상대적 개념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파악한 장자가 오버랩 되었다. 장자의 모든 미학 사상은 모두 도를 체득하고 도를 듣는 노닐기(遊), 즉 '소요유'의 과정 중에 표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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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망(坐忘: 고요 속에 머무는 것)과 심재(心齋: 마음을 비움)의 태도로 나를 잃어버린 상태(오상아/吾喪我)에서 자연의 순리에 따라 자유롭게 노닐자. 그러다 보면 그것이 곧 양생이 되고, 처세의 도가 된다는 장주의 가르침에 강원도 비경 속에서 나는 나를 잃어버렸다.

선악, 미추, 고저, 장단 같은 것들은 독립한 절대 개념이 아니라 회전하며 서로 의존하는 상관 개념인데, 논리나 경험에서 오는 부정적 감정에 얽매인 채 살아가는 삶. 우리가 '절대적 자유'를 꿈꾸도록 인도했던 불온했지만, 재상이란 권력도 마다한 불멸의 지성인 장자와 "사람 중심이 아니라 자연환경 중심 사회"를 꿈꾸기 좋은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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