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 원전해체 관련 세미나 창원서 개최

"실제 세계 원전 해체 시장이 활성화 시작 시점인 2035년까지 국내 기술력이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고 글로벌 수준의 해체 전문회사를 육성해야 국외 원전 해체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

국내 독점 원전 주기기(증기발생기 포함) 생산·공급업체인 두산중공업과 전력산업기술기준(KEPIC) 원자력품질 인증을 받은 업체만 36개사(전국의 31%)가 있는 경남. 하지만, 인근 부산·울산·경북과 달리 최근 창원상의 주도로 연 토론회 이전까지 원전해체산업 논의는 거의 없었다. 이런 도내 경제계와 자치단체의 무관심 속에 이 분야와 밀접하게 연관된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가 올해 추계 워크숍을 경남 창원에서 열고 원전해체 관련 세미나를 해 주목된다.

18일부터 20일까지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이 학회 워크숍 첫날인 18일 제염해체 연구분과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원전해체기술 준비 현황과 계획'이라는 대주제로 5개의 소주제를 발표했다. 이중 가장 눈길을 끈 주제는 이병식 단국대 원자력융합공학과 교수가 발표한 '국외 원전 해체 시장 진출 방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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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일부터 20일까지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 2017 추계 워크숍 첫날인 18일 오후 제염해체 연구분과가 '원전해체기술 준비 현황과 계획'이라는 대주제로 5개 소주제 발표를 했다. 사진은 이병식 단국대 원자력융합공학과 교수가 '국외 원전 해체 시장 진출 방안'이라는 주제로 발표하는 모습. /이시우 기자

이 교수는 딜로이트 컨설팅 등의 자료를 인용해 전 세계 588개 원전이 건설 중이고, 이중 438기 원전을 가동하고 있으며, 영구 정지 원전은 150기(이중 해체 완료 원전인 19기에 불과)라고 했다. 가동 중인 438기 중 가동 수명을 넘겼거나 30년 이상 가동한 노후 원전 비중은 51%에 이른다. 이를 토대로 2110년까지 약 440조의 시장이 열릴 것으로 봤다. 시장을 개화기(2015∼2029년)·성장기(2030∼2049년)·성숙기(2050년 이후) 3단계로 나눠 개화기에는 72조 원(연평균 4조 8000억 원), 성장기에는 185조 원(연평균 9조 2000억 원), 성숙기에는 182조 원(연평균 3조 원) 시장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역별 원전해체 시장 분포를 보면 독일·프랑스·영국 등이 있는 EU가 40%, 미국 등 북미 25%, 일본이 9% 등 선진국이 74%이며, 러시아 6%, 중국 5%, 한국 4%, 기타 11%로 나머지 나라가 26%다. 상당히 긍정적인 시각으로 국내 해체기술 참여 가능 세계 해체 시장 규모를 파악하면 최대 222조 원이다. 분야별 참여 가능 시장 규모는 일괄 수주(EPC) 157조 원, 해체 장비 참여 약 24조 원, 해체 엔지니어링 40조 5000억 원이라고 했다. 이는 2110년까지 세계 시장에서 국내 업체가 최대한 참여할 수 있는 규모이지 실제 이 규모로 수주한다는 말은 아니었다.

국내 시장은 수명 연장 없이 즉시 해체하는 것을 가정하면 고리 1호기 원전 해체 시작 시점인 2022년 6월 전후로 월성 1호기를 포함해 1조 3000억 원, 원전 10기를 해체하는 2029∼2040년까지 6조 4000억 원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원전 해체 사업은 영구 정지 원전 150기 중 지금껏 실제 해체한 원전이 단 19기뿐이고, 영구 정지는 했지만 아직 단 한 기의 원전도 해체하지 않은 영국 사례처럼 각 나라 해체 정책과 해체 재원 조달 여부에 따라 수명 이후에도 해체를 지연하는 해체 시점이 불투명해 시장이 불연속적이며, 사업 발생 빈도도 낮고, 다른 원전 사업과 연계성도 상대적으로 적은 게 특징이다. 또한, 고위험 사업으로 해체 실적이 검증된 기업만이 시장 진입이 가능해 진입 장벽도 높다. 실제 해체 경험과 기술을 축적한 국외 10여 개 대형 해체기업과 200개 분야별 해체 전문기업만이 활동 중이다. 여기에 원전 해체 기간만 10년, 사용 후 핵연료 냉각기간 5년 등 최소 15년 이상 걸리는 사업 기간으로 자금 회전이 장기간으로 이뤄지는 단점도 있다.

이런 탓에 민간 기업이 기술개발을 하고도 관련 인력이나 기술을 유지하기 어렵고, 불확실성이 커 대규모 투자를 하기 쉽지 않다. 대기업도 쉽지 않지만 중·소형 기업은 더 여력이 없다. 실제 국내 방사선 관련 기업 98%가 10인 이하 소기업으로 성능 향상(기술) 투자가 극히 어렵고, 우수 인력 이탈을 막기는 더 어려워 관련 산업 공급망(supply chain)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어렵다.

더불어 전체 해체 작업 비용 중 46%가 인건비로 그 비중이 크고, 해체 장비가 전체 비용의 20%를 차지할 만큼 중요하다.

국내 원전 해체 분야 잠재기업군을 보면 해체 준비에는 한전기술과 현대엔지니어링 등 33개사, 제염(방사선 물질 제거)·절단에는 한전 KPS와 두산중공업 등 40개사, 폐기물 처리는 한전KPS 등 43개사, 터 복원은 선광원자력 등 17개사 등이라고 했다. 하지만, 민간 기업 관련 분야 매출과 기술 보유 수준은 아직 미미하다. 분야별 요소기술도 학계와 연구원 위주로 개발해 민간 분야 기술력과 전문인력이 상당히 부족하다.

결국 한국수력원자력(주)가 2022년 6월까지 원전 해체 계획서를 제출할 예정인 고리 1호기 해체 사업을 공격적이고 성공적으로 수행해 경험을 쌓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이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국내 해체산업 생태계 경쟁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해체 전문회사를 육성해 세계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는 2035년 이후를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국가 차원의 기술개발과 해당 산업 육성 컨트롤타워가 절실하며, 경쟁력 있는 중견·중소기업을 발굴해 학계와 연구원이 개발해온 해체 관련 기술을 적극적으로 이전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이 교수는 "단계별 국외 시장 진출 전략을 세워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국외 인력 부족 분야와 전략 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국외 원전해체 틈새시장 공략으로 사업 수행 경험을 보유(이 시기 국외 해체 경험업체와 전략적 협력 관계 활용)하고, 중기적으로는 해체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외국 해체 경험회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동반 진출을 모색하며,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해체 전문회사를 육성해 독자 해체 시장 개척을 해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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