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대한건축사협회 경상남도건축사회가 주최한 '건축사와 함께하는 건축물 답사'에 동행했다. 17년 전부터 매해 특정 지역 건축물을 돌아보는 프로그램이다. 올해는 시민 1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통영을 찾았다. 박경리기념관-통영국제음악당-해저터널-윤이상기념관-통영시립박물관-세병관을 둘러보는 코스였다.

과거 통영을 종종 찾았던 나는 이곳들을 이미 한 번씩 둘러본 경험이 있다. 하지만 이번에 건축학적 의미를 두고 살펴보니 새로이 다가왔다.

박경리기념관은 특히 인상적이었다. 기념관 출입구는 건물 밑을 지나 뒤로 돌아가야만 마주할 수 있다. 박경리 선생 숨결을 느끼기에 앞서, 잠시 걸어오며 마음 정리할 시간을 가지라는 의미였다. 주로 사찰에서 많이 쓰는 누하진입 방식이라고 했다. "동선이 왜 이렇게 불편하게 돼 있지"라며 투덜댔던 과거 기억이 떠올라 머쓱해졌다.

세병관은 내부 기둥에 눈길 두게 했다. 기둥으로 사용될 당시 수령과 이후 시간을 합치면 1000년 세월이라고 했다. 가늠하기 힘든 시간을 버틴 소나무 기둥에 고개 숙여졌다.

윤이상기념관 야외공연장은 객석이 계단식 아닌 밋밋한 경사로 되어 있다. 야외 잔디밭에 소풍 나온 듯한 느낌을 살리기 위함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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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모든 건축물은 저마다 의미와 이유를 담고 있었다. 그러한 생각으로 바라보니 단순한 콘크리트·목재가 아닌, 살아 숨 쉬는 존재처럼 다가왔다.

이날 이후로 일상에서 무심코 지나쳤던 건물에도 호기심을 두게 됐다. 단순히 '볼품없이 지었다'가 아니라, '저렇게 지은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겠지'라며 혼자 이런저런 추측을 해본다. 그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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