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줄어 폐교 위기 겪다 혁신도시 신설 이전 추진
동창회 "전화위복…찬성"-대곡초 학부모회 "반대"

학생 수 감소로 폐교 위기에 처한 농촌지역 한 중학교 이전 문제를 둘러싸고 신·구세대 간 갈등을 빚고 있다. 진주 혁신도시로 이전이 추진되는 대곡중학교 이야기다.

시간은 올해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진주시 대곡면 내 사립중학교(2018년 3월 개교 예정) 설립으로 폐교를 우려한 대곡중 동창회는 '대곡중 발전방향협의회'를 열어 혁신도시로 신설 이전을 결정해 추진했다. 대곡중 학부모 87% 찬성 동의까지 얻어 이전 계획은 순항하는 듯했다.

하지만, 뒤늦게 이 같은 내용을 알게 된 대곡초교 학부모가 반발했다. 이전에 찬성한 대곡중 학부모 일부도 "찬성 의견을 철회한다"며 재의견서를 지난 8월 진주교육지원청에 제출했다. 그러나 경남도교육청은 "절차상 문제가 없어 강행하겠다"는 견해를 밝히면서 학교 이전 문제는 지역 내 현안이 됐다.

◇동창회 "이전 찬성" = 대곡중에는 학생 37명이 다니고 있다. 동창회는 학생이 매년 줄고 있는 데다 인근에 중학교가 생기면 자연스럽게 통폐합될 것을 우려해 교육청에 대곡중 존속과 발전 방안을 요구했다. 이에 교육청은 △대곡고와 통합안 △진주 혁신도시 내 신설 대체 이전(교명·역사 그대로) 2개 안을 제시했다. 동창회는 1월 8일 대곡면 기관단체장과 긴급 대책회의를 거쳐 혁신도시 내 이전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동창회 측은 "2020년 혁신도시로 대곡중이 이전하면 2023년 31개 학급, 최대 982명 규모 학교가 된다. 70년 역사를 지닌 학교가 대곡면을 떠난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세계화 시대에 30여 분 거리로 학교가 옮겨감으로써 새 역사를 쓰고 전화위복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지난 6월 대곡중 학부모 설문조사에서 87%(31명 중 27명)가 이전에 찬성해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초교 학부모 "이전 반대" = 대곡초교 학부모는 2020년에 대곡중을 이전하면 현재 대곡초 5·6학년이 해당하는 데도 초교 학부모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2020년 자녀가 중학교를 졸업할 대곡중 학부모 의견만으로 이전을 결정한 교육청 결정은 효력이 없다는 주장도 했다.

대곡초 학부모회는 "특히 대곡중 학부모 중 17명은 6월 설문조사에 문제점이 많다고 인지하고 이전 찬성 의견을 철회하는 재의견서를 제출했다. 이전하지 않으면 폐교된다는 동창회 정보에 의해 찬성을 했지만 폐교가 확정된 사실이 아니어서 재의견서를 제출했지만 교육청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대곡중 총동창회가 학부모 설문조사 전에 이전을 강요하는 유인물을 나눠줬다고 주장했다. 유인물에는 '한국사회의 성공 요건은 학력 + 인맥(혈연, 학연, 지연)'이라며 '신설 대체 이전에 찬성하고 단독 이전하도록 금곡중과 통합은 반대해 달라'고 적혀 있다.

대곡초 학부모회는 "대곡초 학부모 40명 중 31명이 참여한 자체 설문조사에서 29명이 대곡중 이전에 반대하고 있다. 이렇게 중대한 상황을 동창회라는 조직을 통해 추진하면서 피해를 볼 현재 대곡초 학부모들은 어떠한 정보도 얻지 못했다. 일방적인 동창회 주장만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해 지역갈등을 조장한 교육청 과실도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파트단지가 밀집한 신도시 과밀학급 문제를 농촌 소규모 학생 희생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교육정책에 비통한 마음이 든다"고 덧붙였다.

◇도교육청 “이전 추진” = 도교육청은 혁신도시 과밀학급 문제, 대곡중 학생 감소에 따른 수업 차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혁신도시로 이전을 계획대로 추진할 예정이다.

학교지원과 장학사는 “진주 혁신도시는 2020년 중학생 수가 1852명으로 예상돼 2016년 개교한 문산중(28학급 870명 최대 수용)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대곡중 역시 2020년이 되면 학생 수가 27명으로 줄어 제대로 된 교육과정을 진행할 수 없어 결국 폐교 절차를 밟게 된다. 일부 반발은 있지만 거시적 방향에서 대곡중 이전을 추진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도교육청은 대곡중 학부모 87% 찬성 결과를 받고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위원회 제출 준비를 하려 했지만, 재의견서와 학부모 반발로 원점에서 재검토 후 내린 결정이라고 덧붙였다.

도교육청은 이전안을 놓고 10월 중에 재정계획심의위원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대곡중 이전은 이후 12월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위를 거쳐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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