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녕옥야고 기자단] (5) 습지와 인간
학생들 기자단 활동 통해 자연에 대한 인식 달라져
"인간이 우위에 있는 게 아니라 공존해야 할 존재"

우포늪람사르습지도시 선정을 위한 창녕옥야고 기자단의 다섯 번째 활동은 창녕군 대합면 주매마을 일대에서 1박2일 여름캠프 일정으로 시작했다. 핵심은 민박집에서 둥글게 모여 앉아 기자단 학생 16명이 함께 집단 토론을 벌인 것이었다.

토론에서 학생들은 올해 기자단 활동을 통해 스스로가 이전과 달라졌음을 느끼고 있었다. 우포늪과 창녕에 대한 생각도 달라졌고 생물을 대하는 태도와 자연과 인간에 대한 인식도 달라졌다고 했다. 활동을 마치고 나서 쓴 소감문에서 가장 많이 나온 표현은 "돌아보게 되었다",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였다. 다들 표현이 좋고 내용도 좋아 고르기가 어려웠다.

이유진 : 토론에서 수많은 질문들이 있었다. 그 질문들은 나를 사고하게 만들었고 생각이 짧았던 나를 반성하게 했다. 기억에 남는 질문은 '우포늪을 자연이 파괴되지 않을 정도로만 적절히 개발하는 것은 옳은가?' 하는 것이었다. 나의 의견은 '옳지 않다'이다. 크게 두 가지 근거가 있다. 첫째는 적당히 개발되어 쉽게 향유할 수 있는 자연은 굳이 우포늪이 아니라도 충분히 많다는 것이다. 그러니 우포늪 정도는 오염을 막기 위해 도로 포장도 하지 않은 이 모습 그대로 남겨두어 철새들의 장소로 내어주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지구상엔 수많은 생물들이 살며 우리는 그중 한 종일 뿐이다. 곤충들에게, 철새들에게, 각종 어류들에게 보금자리를 내어주어야 한다. 둘째는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는 것이다. 인간은 자신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존재이다. 또 늦게 배운 도둑질이 더 고약하다고 하지 않는가. 개발을 통해 관광 수입이 늘어나면 더 큰 돈을 위해 또 개발하게 될 것이고 그 끝엔 망가진 자연이 있을 뿐이다.

토론에 앞서 짬을 내어 찾은 '할배나무' 앞 풍경. 임채원 학생은 여기서 느낀 소감을 이렇게 적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끈 것은 앞에 펼쳐진 광경이었다. … 국어시간에 고전문학을 배울 때면 옛날 선비들이 연하고질, 천석고황으로 유유자적하게 산 경우가 참 많은 걸 항상 의아하게 여기고 있었는데, 그날 나는 조선의 선비였다." /김훤주 기자

또 기억에 남는 질문은 '내가 이번 기자단 활동을 통해서 자연과 환경에 대해 조금이라도 달라졌느냐?'이다. 선생님은 이 질문을 '쉽다'고 하셨는데 나는 가장 어려웠던 것 같다. '자연, 그것이 뭐지?'부터 '내가 생활 속에서 얼마나 많이 자연과 어우러지나?' 등 여러 생각들이 머리를 복잡하게 했다. 결론은 딱 하나였는데 '나는 자연과 많이 친해졌다' 하는 것이다. 그렇게 생기진 않았지만 나름 도시 소녀인 나는 벌레를 무서워했고 그런 곤충들을 죽이는 행위에 있어서 아무렇지 않아했다. 내가 그들과 완벽하게 공존하며 '인간이 우위에 있지 않다'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자신할 수 있는 것은 많이 너그러워졌다는 것이다. 풀냄새를 맡고 좋아하게 됐으며 내 책상 위를 지나가는 거미를 죽이는 대신 가볍게 털어낼 수 있게 되었다. 귀뚜라미가 들어와도 죽이기보단 발소리를 내서 밖으로 보낼 수 있게 됐다. 내 맨 다리를 스치는 여치와 풀잎의 느낌을 즐기게 되었다. 이 정도면 많이 성장한 것 같다.

유나현 : 한 사람에게 하나씩 질문이 주어지는 방식이었다. '자연을 보전해야 하는가? 개발해야 하는가?', '자연을 위해 할 수 있는 우리의 작은 노력이 있다면?', '행복이란 무엇일까?' 등 주로 자연과 인간의 공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선생님께서 두 번째 질문에 직접 답을 하신 것이 기억에 남는다. 다들 자연을 위해 할 수 있는 노력 중 그럴싸하고 정말 자연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될 것들을 생각하고 있을 참에 선생님께서 '목욕탕 갈 때 잔뜩 가져가는 목욕용품을 하나씩 줄여나가는 것도 자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씀하신 것이다. 또한, 이런 행동을 다른 사람에게 전파하고 또 전파하면 효과는 무궁무진해질 것이라고 말씀해 주셨다. 앞서 자연봉사동아리를 만들고, 직접 자연을 지키는 활동을 한다는 발표보다 현실감 있게 느껴졌다. 또한, '저렇게 작은 활동이 정말 자연에 도움이 될까?' 하는 스스로 제약하는 생각을 버리고 그 행동이 아무리 작은 것이어도 꾸준히 이어나가면 자연을 지키는 데 충분히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되었다.

'자연을 개발해야 하는가? 보전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찬반이 꽤 나뉘었다. 나는 자연을 개발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자연을 인간이 살아가기에 알맞게 완전히 뜯어고쳐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자연 개발을 통한 보전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이야기다. 우포늪을 보더라도 지금 알맞게 개발하여 사람들이 체험하고 공부하러 많이 찾아올 수 있도록 하였다. 그만큼 시설이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우포늪에 와서 직접 보고, 듣고, 느끼면서 우포늪의 소중함을 더욱 깨닫고, 보전해야겠다고 느꼈을 것이다. 우리 우포늪 기자단도 우포늪을 더욱 보호할 수 있는 람사르습지도시 만들기의 일환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포늪을 처음에 보호하고 가꾸지 않은 채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놔두었다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채 그저 주변사람들의 생계수단으로 이용당하고 파괴되었을지 모른다.

이처럼 자연과 인간의 딜레마에 대한 나의 생각도 정리해 볼 수 있었다. 또한 우리가 우포늪 기자단 활동을 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진 것 같아 나에게 굉장히 큰 의미가 된 것 같다.

창녕옥야고 학생들의 우포늪람사르습지도시기자단이 겉으로 보기에는 올봄과 여름에 네댓 차례 우포늪과 주변 자연지물이나 문화재를 찾았을 뿐인데도 속으로는 여물어지는 결실은 이처럼 상당했다.

후원 : 창녕우포늪생태관광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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