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용 운전자 위한 무료 정책 일방적
차라리 대중교통 이용자에 혜택 주어야

지난 추석 때 일이다. 군내버스를 타고 우리 마을로 가는 중이었는데 버스 기사에게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해서 위로의 말을 걸었다. 기사님도 추석 때 부모·형제도 만나고 친구들도 봐야 할 텐데 운전하시려면 애로가 많으시겠다고 했더니 무료해하던 기사가 내 말을 받아주었다. 이렇게 시작된 대화는 짧은 시간에 의미 있는 얘기를 많이 주고받을 수 있었다.

명절에 일을 해야 하는 '운전'이라는 특수직종 종사자와 나같이 차가 없이 자전거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주민이어서 가능한 대화였다고 여겨진다. 일종의 대중교통 정책들이라 하겠다. 먼저 추석연휴 고속도로 통행료 공짜 문제다.

명절 연휴 때 고속도로 통행료를 무료로 하니 고속도로 차량 정체가 더 극심해지는 문제가 있다. 이 정책은 차를 자주 몰고 나오고 장거리를 운행하는 사람에게 혜택이 커서 차 가진 사람 중심의 정책이다. 나처럼 생태·환경적 동기로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차를 없앴거나 다른 이유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교통지원 정책이다.

개선책이라면, 명절 연휴기간에 고속도로 통행료 혜택 횟수를 2회 정도로 제한하고 통행료도 무료로 하기보다는 50% 할인이 어땠을까 싶다. 50%의 나머지 재정은 대중교통 이용자들에게 돌리는 것이다. 명절 연휴의 대중교통 요금을 횟수 제한 없이 50% 정도 일괄 할인을 하면 국가 교통 재정을 개인 자가용 이용자와 대중교통 이용자에게 균분하는 것이 되며 대중교통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고속도로의 과도한 정체현상도 일부 개선될 것이다. 당시에 내가 탄 버스는 내릴 때까지 다른 승객은 없이 나 혼자였다.

두 번째는 명절에 일해야 하는 대중교통 종사자들의 수고를 보상해 주는 것이다. 야근수당과 초과근로 수당처럼 명절 대중교통 종사자에게는 추가로 명절 운행 보상을 해 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 고속도로 통행료 할인 폭이나 대중교통 요금 할인 폭을 줄여서라도 말이다. 몇 년 전 중국에 한 달여 머물 때의 일이다. 마침 5월 1일 노동절이 끼어 있었는데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는 한국에서 벌어지는 노동자들의 시위와 경찰의 폭력진압 기사가 올라온 반면 중국은 노동절 축하행사가 여기저기 관공서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모든 고속도로 통행료가 공짜였다. 주말 연휴도 공짜, 명절도 공짜, 노동절 3일 연휴 내내 공짜였다. 지하철 기본요금도 다른 요금에 비교해서 아주 저렴했다. 노동대중 중심의 교통정책이었다.

이때 떠올렸던 명절 고속도로 통행료 공짜가 올해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시행된 것은 좋은 일이나 합리적으로 개선되면 좋을 것이다.

대중교통 지원책은 상대적 교통 약자인 농촌에 더 집중될 필요가 있다. 더 지원해야 할 농촌지역이 도리어 교통부담이 큰 현실이다. 우선 고려할 것이 농촌지역 버스의 환승제 시행이다. 일부 농촌에서 시행되는 '군내 단일요금제'는 도시의 환승제와 비교하면 혜택도 적고 비효율적이다. 그마저도 20분 이내에 갈아타야 군내 단일요금제 혜택을 보는데 군내 버스의 배차 간격이 20분 이내인 경우가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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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승제뿐 아니라 도시 노인들의 전철 무료 이용도 농촌 노인들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다. 교통수단 자체가 버스 외에는 제한적으로 운행되는 '1000원 택시'뿐인 시골에 대중교통 지원책이 더 늘어나야 한다. 우등고속과 일반고속의 배차 비율도 현재의 평균 6:1에서 더 늘릴 필요가 있다. 어떤 노선은 하루 13회 운행에 일반고속이 단 1대뿐인 경우도 있으니 대중교통요금의 편법적인 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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