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반 대립했던 주민들, 면장 오랜 설득에 소통 시작
잔치 함께 열어 친목도모…공모사업 신청 등 활기

지난 3~4년간 밀양 765㎸ 송전탑 찬성·반대 입장으로 나뉘어 갈등을 빚던 밀양시 단장면 동화마을 주민들이 올해 화합의 물꼬를 텄다.

동화마을 송전탑 갈등은 지난 2006년 시작됐고 갈등이 더욱 심해진 시기는 3~4년 전으로, 한전이 765㎸ 송전탑 1㎞ 이내 주민들에게 보상금을 매달 직접 지원하는 등 보상 문제가 불거지면서부터다. 청도면처럼 일찍 합의된 지역도 있지만 단장면 동화마을은 반대가 극심했다. 동화마을 전체 90가구 중 송전탑 반대 주민은 35가구였고, 나머지 55가구는 찬성했다.

주민 갈등은 다양한 모습으로 표출됐다. 반대 주민들이 당시 이장집 주거 침입과 물건 파손 혐의로 고소·고발 당하고 벌금을 물면서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다. 마을 개발위원 성향에 따라 이장 선출 때도 영향을 미쳤고, 서로 자기 편 사람을 이장으로 뽑으려다 보니 주민 분열이 지속됐다. 손씨 집성촌인 동화마을에서 친인척끼리 말도 안 하는 반목까지 나타났다.

마을 발전을 저해하는 일들도 생겨났다. 송전탑 찬성 주민인 생활개선회장이 특산물을 활용한 국·도비 공모사업(미나리 엑기스 제조·판매사업)에 선정돼 3000만 원을 지원받게 됐지만, 반대 주민들과 대립으로 지원금을 반납했다.

또 주민 숙원 사업인 농로 포장 사업에 8000만 원 예산을 확보했음에도, 농로가 반대 주민들에게만 이익이 된다며 찬성 주민들이 반대해 사업이 무산돼버리기도 했다.

이처럼 평행선을 달리던 동화마을 주민들을 소통하게 만든 주인공은 하영삼 단장면장과 마을 주민들 자신이다. 밀양시 행정과 시정계장을 하다가 올해 1월 1일 단장면장으로 부임한 하영삼(54) 면장은 주민 갈등을 풀려면 한 명씩 만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 1월부터 찬성·반대 주민 대표와 마을 어른을 3~4차례 찾아가서 설득했다. "지역 주민들끼리 계속 갈등을 빚으면 이익 될 게 없다. 갈등을 빨리 봉합하고 단결해서 시비와 국비를 지원받아 잘 사는 마을로 만들자"고. 결국 하 면장이 단장면을 맡은 지 6개월이 지나고서야 동화마을 회의가 열렸고 "서로 화합하자"고 뜻을 모았다.

이후 지난 7월엔 마을 자체 기금으로 모든 주민이 함께 여수로 야유회를 다녀왔고, 8월에는 백중 행사(마을 잔치)를 하며 친목을 다지기에 이르렀다. 멈췄던 농로 포장 사업도 다시 시작됐다. 올해는 포기했던 공모사업도 재신청할 계획이다.

송전탑 반대 주민인 김태연(마을 개발위원) 씨는 "옛날보다 훨씬 나아졌다. 주민 갈등을 해소하는 데 하 면장 역할이 컸다. 찬성·반대 주민들 얘기를 잘 들어주고 해소책을 마련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 지나간 일이니까, 또 거론하면 다시 감정 상하니까 지금 와서 잘잘못 얘기하지 말자고 얘기했다. 가끔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겠지만 서로 도와서 마을 발전을 위한 방향으로 이끌어가자고 했다"고 밝혔다.

찬성 주민인 손봉식(전 이장) 씨도 "면장이 화합하라고 설득했고 주민 1~2명이 여러 주민들을 또 설득했다. 지금은 화합하고 잘 소통하고 지낸다"면서 "서로 남같이 지내다가 이젠 참 좋다. 못했던 사업도 추진하고 행정에서도 많이 지원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 면장은 "주민 갈등은 이장, 면장, 시장이 마을의 영향력 있는 사람들을 끈질기게 설득하는 게 가장 좋은 해소책이라고 본다. 갈등을 빚는 다른 마을에도 행정이 먼저 나서서 손을 내밀면 주민들끼리 만나게 되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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