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탕스런 알몸 잔치가 진행되는 동안 주왕과 달기는 계속 한 곳으로만 주시하고 있었다.

“저길 보십시오. 모두가 왕명에 따라 옷을 벗은 채 광란의 잔치를 즐기고 있는데 유독 계희만이 옷도 벗지 않고 버티고 있습니다.”

주왕은 고개를 갸웃했다.

“쟤가 왜 저럴까?”

“왕명을 거역하는 거지요 어쩔까요. 끌고와서 옷을 벗겨보는 게.”

“제 싫다는 걸 굳이 말릴 수야 없지 않소.”

“모르지요. 품에 칼이라도 품고 있는지!”

“아, 그렇군! 계희를 잡아 즉시 과인의 앞으로 대령시켜라!”

계희는 속절없이 주왕과 달기 앞으로 끌려왔다. 주왕이 물었다.

“너는 왜 옷을 벗지 않느냐?”

계희는 달기와 주왕만 번갈아 바라보면서 얼른 대꾸를 못했다.

“수상합니다. 계희의 옷을 벗겨보십시오.”

주왕은 병사들을 불러 계희의 옷을 강제로 벗겼다. 미처 알 몸이 되기도 전이었다. 품 속으로부터 비수 한 자루가 툭 하고 떨어졌다.

“어! 저년이 날 해치려 마음먹고 있었던 게 정말이었구나!”

“보십시오. 소첩이 수상하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저년을 당장 능지처참해 죽여라!”

그러자, 그 동안 잠자코 있던 계희가 병사들을 뿌리치며 앞으로 썩 나섰다.

“아닙니다! 옷을 벗지 않고 칼을 품고 있었던 것은 몸을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저년이 여전히 거짓말을 하고 있구나!”

달기가 한마디 내쏘자, 계희는 그제서야 음모의 덫에 걸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모든 건 대왕의 곁에 앉아 계신 왕후께서 시키신 일입니다!”

그것은 사실이었다. 비수까지도 달기가 몸소 내려준 것이었다.

“대왕, 저년을 어서 죽이십시오. 저년이 소첩까지 걸고넘어지려 하고 있습니다!”

계희는 아무리 발버둥쳤지만 소용이 없었다. 계희는 끌려나가 금세 목이 잘리고 말았다.

계희를 바쳤던 구후도 온전할 수가 없었다. 묶여와서는 소금에 절여 죽었다.

참다 못한 악후가 주왕에게 그의 악행을 간하다가 잡혀나가서는 말려 죽었다.

주왕의 숙부인 비간이 죽음을 무릅쓰고 아뢰자 주왕은 더욱 노했다.

“아쭈! 성인(聖人)이로군 그래. 어디 보자. 성인의 심장에는 일곱 개의 구멍이 있다던데!”

비간은 심장을 생해부 당해 죽었다.

마지막으로 남은 삼공 중의 하나인 서백 창이 군사를 이끌고 주왕을 쳤다.

주왕은 도망하다가 불에 타 죽었다. 물론 달기도 붙잡아 목베어 죽였다.

(출전 : <史記>, <帝王世紀>, <十八史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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