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2 흑표 전차 파워팩 국산화의 신개념
추후 성능 개량 통해 결함 제로에 도전

현재 대한민국 육군이 운용 중인 K2 흑표 전차 1차 양산분 100여 대는 완전한 국산 명품 무기가 아니다. 전차의 심장에 해당하는 파워팩(엔진+변속기)을 국산이 아닌 독일제로 장착했다. 지난 2005년부터 국산 파워팩 개발을 위해 국민 세금을 포함해 1500억 원의 개발비용이 투입됐다. 국방부는 군 전력화 일정의 차질 등을 고려해 국산 파워팩 개발 성공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 없다며 독일제 파워팩을 장착한 1차 양산분 100여 대를 실전 배치했다.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주장과는 달리 10여 대에서 중대 결함이 발생했고 일부는 독일 현지로 반출해 결함 원인을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3일 방위사업청 국정감사에서 K2 흑표 전차 2차 양산분에 탑재할 파워팩 국산화를 두고 국회의원, 방위사업청, 해당 업체가 참여한 공개 토론이 펼쳐졌다. 이 자리에서 방사청은 국산 파워팩에 들어갈 엔진은 양산 평가를 마친 상태이지만, 1500마력 변속기는 내구도 평가를 통과하지 못해 2차 양산분에 국산 엔진과 독일제 변속기를 결합한 파워팩을 장착하는 방안을 밝혔다. 방사청의 이런 계획은 국방부장관이 위원장인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최종 승인을 받아야 실행에 옮길 수 있다.

이날 공개 토론은 국산 변속기에만 유독 가혹한 내구도 평가 기준의 형평성 문제와 비슷한 결함이 있다면 독일제보다 국산을 선택해야 한다는 주장과, 성능 목표에 못 미친 국산 변속기를 채택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맞섰다. 국산 변속기 제조업체인 S&T중공업 김도환 대표는 "전차 차체와 엔진은 내구도 평가 기간에 중대 결함에 해당하는 '내구도 결함'만 없으면 되는데 유독 변속기에만 단 하나의 결함도 없어야 한다는 규정이 너무 가혹하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엔진이나 차체와 동일한 내구도 평가 규격으로 평가받게 해주면 전력화 일정도 맞추고 각고의 노력을 더해 무결함 변속기로 보답하겠다"고 호소했다. 이 같은 김 대표의 발언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은 "업체와 기관이 합의한 조건을 업체가 못 지킨 것이다. '애국 마케팅'도 정도껏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 이종명 의원도 "업체가 애초에 내구도 평가를 위한 국방 규격에 이의를 제기했어야지 이제 와서 국방 규격을 문제 삼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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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공방이 오가는 과정에서 군사평론가로 활동하다 정의당 비례대표로 20대 국회에 입성한 김종대 의원의 '진화적 개발론'이 눈길을 끌었다. 김 의원은 요구 성능에 다소 못 미치더라도 현 단계의 기술 수준에 맞춰 우선 전력화하고 차츰 성능 개량을 하자는 것이다. 현재까지 발견된 국산 변속기의 문제는 전차 운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대 결함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군이 요구하는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사소한 결함은 보완하면 된다. 자주국방과 신성장동력 육성이라는 방위산업의 취지를 모두 살리기 위해서는 진화적 개발 방식으로 무기체계를 완성해야 한다는 주장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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