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 추행·폭행 사건 차이 큰 형량
봐주기 판결 당사자·사회 도움 안돼

최근 비슷한 사안에 대해 납득하기 힘든 사법부 판결이 나와 법관이 오직 '양심과 법'에 따라 심판하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교사가 제자들을 상대로 장기간 상습 추행한 것과 상습 폭행한 것 중 어느 것이 더 죄악이 클까. 교육자 처지에서 둘 다 차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교육적이며 반지성적이라 중죄로 처벌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사법부는 달랐다.

대법원은 최근 자신이 담임을 맡은 초등학생 여제자들을 상습적으로 추행한 30대 교사에게 징역 6년을 확정했다. 대법원 1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13세 미만 미성년자들을 강제로 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ㄱ(36) 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2심의 신상정보 공개 6년과 전자발찌 부착 6년도 확정됐다.

서울 한 초등학교 5학년 담임교사였던 ㄱ 씨는 2014년 6월 피해 아동 옷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속옷을 만지는 등 당시 10∼11세인 여제자 7명을 38차례에 걸쳐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법원은 "피해자 진술 중 일부 불분명한 부분이 있지만, 피해자들의 지적능력 수준 등을 고려할 때 꾸며지지 않은 자연스러운 진술로 보인다"며 "피고인에게 성폭력 범죄의 습벽(습성·버릇)과 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해 1심과 2심 모두 징역 6년을 선고했다.

부산지법 형사10단독 장기석 판사는 상습상해 혐의로 기소된 여중고 배구 감독 ㄴ(46) 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ㄴ 씨가 2011년 5월부터 2015년 3월까지 같은 재단 여중고교 배구부 선수 3명을 18차례에 걸쳐 상습 폭행한 혐의를 인정했다. 특히 한 학생은 중학교 연습 경기 도중 양 손바닥으로 뺨과 머리를 10차례, 대걸레 자루로 엉덩이를 20차례 이상 맞은 것을 시작으로 고교 배구부 시절까지 15차례나 폭행당했다. ㄴ 씨는 발로 허벅지를 걷어차거나 머리를 벽 등에 찧고, 하키채나 배드민턴 라켓까지 동원해 때렸다. 또 다른 학생은 배구공을 띄워 얼굴을 맞혀 코피가 났다.

재판부는 "배구부 감독으로서 미성년 제자들에게 정신적, 신체적 발달에 해를 줄 정도로 여러 차례 체벌을 가한 죄책은 가볍다고 할 수 없다"며 "사건 이후 감독직에서 물러나 지도자의 길을 포기한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판사 딸이나 아들이 이렇게 배구지도 감독에게 상습구타 당해도 이런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을 내릴 수 있는지 되묻고 싶다.

법은 상식의 집합체라는 말이 있다. 법관이 오직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한 결과라 하더라도 판결에 이렇게 편차가 많이 나 예측을 불허하는 것은 상식이 아니다. 물론 하나는 성폭력 범죄 처벌 특례법을 적용했고 다른 하나는 상습상해죄를 물었기 때문에 결과도 달라졌다고 사법부는 설명할 수 있다. 적용법이 다르다는 이유로 결과가 이렇게 천양지차가 난다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십대들의 폭행과 구타가 전국적인 문제로 큰 사회문제로 비화하는 이면에 기성세대들이 학교나 회사에서 예사로 저지르는 갑질이나 폭행 등의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것을 집행유예 같은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기 때문에 사법부조차 폭력사회의 마지막 보루는커녕 거꾸로 동조하거나 부추기는 결과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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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간에 걸친 어린 제자 상습구타로 법원까지 왔다면 그가 지도자를 그만뒀든 그만두지 않았든 그것이 판결의 주요 고려대상이 될 수는 없다. 그가 반성하고 있든 반성하고 있지 않든 그것은 그의 문제로 검사, 판사는 법의 논리에 충실하면 된다. 법치를 부정하는 '봐주기 판결'은 당사자 외는 우리 사회, 사법부, 정의논리 어디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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