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53만 김해시는 가야 향기가 숨 쉬는 천년고도다. 김해에는 가야테마파크, 국립김해박물관, 수로왕릉, 김해분청도자기와 도자미술관인 클레이아크 등 관광객을 기다리는 역사·문화자원이 가득하다. 한데 이 아름다운 천년고도 김해 하늘은 언제나 시끄럽다. 아기가 비행기 소음에 잠을 깨고, 많은 사람이 비행기 소리에 뒤척이며 불면의 밤을 보낸다.

김해공항을 이착륙하는 항공기가 그 원인이다. 김해를 고요한 도시로 알고 이사를 오거나 김해 친척집에 다니러 온 분들은 한결같이 "이 정도인 줄 몰랐다"고 말한다. 김해공항시민대책위원회가 지난 7월 1171명을 대상으로 항공기 소음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57.5%가 심각하다고 응답했다.

부산시 강서구 일원에 자리한 김해국제공항이 신공항으로 확장되면 김해지역 소음피해지역이 현재보다 더욱 커지리라는 점은 자명하다. 경남발전연구원이 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보면 신설활주로 3200m 방향이 김해시를 관통하는 탓에 3만 5000가구, 8만 6000명 시민이 소음공해에 노출된다. 김해공항 세수와 모든 경제적 이익은 부산에 넘겨주고 김해시는 소음공해만 짊어지게 되었으니 김해 여론이 들끓지 않을 수 없다.

김해시민은 경전철까지 떠안아 매년 300억~400억 원 빚으로 고통받는 데다 신공항 소음대책을 모르쇠하는 부산시와 경남도 탓에 이중고를 겪고 있다. 도의원을 비롯한 지방의원들은 국책사업의 바뀌기 어려운 구조와 사정을 이해하지만 김해시민으로서, 또 시민의 대변자로서 소음을 견디라고 말할 수도 없다.

알다시피 김해신공항은 이명박, 박근혜 두 정부가 남부지역에 신공항 신설 필요성을 강조하며 추진했다. 부산 가덕도와 밀양을 두고 크나큰 사회갈등을 낳았음에도 어정쩡하고 명쾌하지 못하게 김해공항 확장으로 정치적 결론이 났다. 김해시민은 이번에도 깨달았다. 결국 이곳에서 살아가는 주민이 자신의 정주권과 쾌적하게 살아가는 생존권을 주장하지 않는 한, 국가가 알아서 돌아보고 세세하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것 말이다. 그냥 국가가 알아서 해 주겠지 하다가 결국 우리는 이런 상황에 직면하고 말았다.

국토교통부 사전설명회가 김해에서 열렸고 국토부 관계자는 주민과 소통하겠다고 했으나 결국 말로만 앵무새처럼 "소통, 소통"하고 있을 뿐이다.

일본 사례를 보면 거주지가 형성되고 추가 소음이 발생하면 원래 살던 거주지 주거환경을 먼저 고려해 환경훼손과 침해로부터 주민을 철저히 지킨다고 한다. 공항은 그래서 대부분 도심이 아닌 바다쪽으로 향해 있다. 김해시민들은 그저 참기만했고 공무원이나 지방자치단체 관심은 여기까지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 국민도 선진국처럼 정주민을 먼저 배려하는 정책을 요구하고 있고 이는 당연한 일이다.

아파트 층간소음으로 살인까지 발생하는 시대에 비행기 폭음으로 말미암은 김해시민 건강과 삶의 질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부산서 서울로 가는 KTX가 1시간 내로 운행할 수 있는 시대가 온다고 한다. 정부는 이 일을 밀어붙이기만 할 일이 아니라 제대로 된 소음방지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선결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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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소통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해왔던 수많은 국책사업 문제점은 바로 권위의식과 무책임이었다. 공항 확장도 문제점을 숨김없이 김해시민에게 알리고 대책을 세운 후에 가능할 것이다. 비행기 소음살이는 결단코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신공항 최우선의 과제이기에 김해시민이 강력히 요구하는 것이다. 정부는 정부대로 주민은 주민대로 자신이 주체가 되어 지금까지의 비효율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현명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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