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청, 외국산 변속기·국산 엔진 탑재로 전차 양산 추진
완성체 조립 현대로템 '화색', 변속기 생산 S&T중 '잿빛'

방위사업청이 파워팩 핵심 부품 중 하나인 변속기 국산화 지연으로 2차 양산이 중단 상태인 K2 흑표 전차를 두고 외국산 변속기와 국산 엔진 탑재로 사업 추진 방식을 바꾸겠다고 지난 13일 밝혔다. 이에 관련 도내 방산업체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엇갈린 표정의 현대로템·S&T중공업 = 창원이 본사인 현대로템은 K2 흑표 전차 최종 조립·제작업체다. 이 회사는 변속기 국산화가 예정 시점을 넘기고도 완료되지 않아 1년 넘게 지연된 K2 전차 2차 양산을 늦게라도 시작하게 됐다며 반기고 있다.

역시 본사가 창원이며 파워팩 중 변속기 국산화를 맡은 S&T중공업은 1차에 이어 2차 양산까지 배제될 가능성이 커져 회사 이미지 타격을 염려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전차·자주포 등에 쓰이는 파워팩은 엔진과 주변 기기(변속기·클러치·감속기·차동기 등)가 한 묶음으로 된 것을 이른다. 2차 양산분 계약상 파워팩 핵심 부품 중 엔진은 두산인프라코어, 변속기는 S&T중공업이 각각 담당하며, 파워팩 최종 조립은 전차 완성체 조립업체인 현대로템이 맡고 있다.

1차 양산분은 엔진과 변속기 모두 국방품질연구원 내구도 시험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해 Lenk사(독일) 변속기를 탑재한 독일 MTU사 파워팩을 결국 탑재했다. 2차 양산분에서 두산인프라코어의 엔진은 내구도 시험에서 합격 판정을 받았지만 S&T중공업이 맡은 변속기는 시험 기준을 통과하지 못해 K2 전차 2차 양산이 늦어지고 있다.

◇방사청 "2차 양산분, 변속기는 외국산·엔진은 국산으로 변경" = 방사청은 13일 경기도 과천시 방위사업청사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에서 그동안 문제로 지적된 주요 전력화 사업 관련 보완 대책을 보고했다.

이 자리에서 방사청은 2차 양산이 중단 상태인 K2 전차를 두고 외국산 변속기와 국산 엔진을 탑재하는 것으로 사업 추진 방식을 바꿔 오는 12월까지 기술 입증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술 입증이 타당하다고 결론나면 내년 1월 방위사업추진위원회(위원장 국방부 장관)에 상정해 의결하고, 내년 3∼7월 3200㎞ 주행시험을 거쳐 2019∼2020년 2차 양산을 끝낼 방침이다.

K2 전차는 1차 양산분 102대를 생산해 이미 전력화했고, 2차 양산분은 106대, 3차는 128대를 생산해 실전 배치할 예정이다.

방사청이 밝힌 일정대로라면 현대로템은 이르면 2019년 초부터 방사청에 최종 조립품을 납품하게 된다. 반면 변속기 담당인 S&T중공업은 1차에 이어 2차 양산에서도 배제될 가능성이 더 커졌다.

◇현대로템 "환영"…"국내 업체에 더 엄격한 잣대는 문제" 지적도 = 완성체 납품과 파워팩 최종 조립을 맡은 현대로템은 방사청 방침을 크게 반겼다. 현대로템 창원공장 내부에는 모든 생산 공정을 마치고 파워팩 탑재만을 기다리는 전차 차체가 40대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핵심 부품 국산화로 K2 전차가 100% 국산화를 이루는 것은 중요한 과제다. 하지만 국산 변속기가 언제 내구도 시험 기준을 통과할지 불투명한 상황이고, 노후 전차 교체 시기를 고려해 내린 방사청의 고심 어린 결정으로 보인다"며 "원 계약상 올해 말까지 모두 납품을 끝내야 하는 2차 양산분 생산이 너무 늦어져 아쉽지만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 2019년부터라도 양산하게 된 건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방사청 결정을 환영했다. 2차 양산분 전체 납품액은 9000억 원 이상으로 알려져 현대로템 매출 확대와 영업실적 개선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국산 업체에만 너무 엄격한 시험 기준을 들이대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이날 국방위 소속 김동철(국민의당·광주 광산구 갑) 의원은 보도자료를 내고 "국산 변속기는 과도한 내구도 시험 기준으로 전투적합성 판정을 받고도 체계 장착은커녕 시험장비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수입 변속기(Lenk사 제품)는 국외에서 전력화했다는 이유로 낮은 기준 규격의 내구도 시험마저 면제받고 도입됐다"며 국내 업체에 더 엄격한 시험 기준이 국산화 방해 요인이라고 했다.

이어 김 의원은 "독일 제작사가 기술자 파견조차 부정적이어서 변속기 고장 시 독일 이송 등으로 최소 6개월 이상 전력에서 이탈하는 점도 문제"라며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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