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카 등 8개 시·군 중복 차별성 약화·출혈 경쟁 불가피
도 조정역할·총괄 부족 지적

자치단체마다 관광객을 끌어들이려는 각종 관광인프라 구축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에는 체험형 관광이 인기를 끌면서 너도나도 비슷한 사업을 추진해 자치단체 간 출혈 경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표적인 사업이 요즘 뜨는 케이블카와 집라인(집와이어·집트랙)·루지 등이다.

경남에도 18개 시·군 가운데 8개 시·군에서 중복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08년 4월 설치된 통영 미륵산 한려수도조망 케이블카가 성공 사례로 꼽히면서, 밀양 얼음골케이블카에 이어 사천 바다케이블카가 내년 3월 들어설 예정이다. 2015년부터 논의된 산청~함양 지리산케이블카는 경남도가 제출한 사업 신청이 환경부에서 반려된 상태다. 도는 설악 오색케이블카 소송 진행 사항을 고려해 환경부와 실무협의를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들 케이블카 사업은 추진 단계에서부터 환경 훼손·수익성 부족 등 논란으로 지역 내 갈등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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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라인 자료사진./연합뉴스

이렇다 보니 일부 자치단체는 케이블카에 비해 환경 훼손 논란이 적은 집라인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도내에는 사천 남일대 해수욕장과 거제 포로수용소유적공원에 2011·2013년 각각 집라인이 생겼다. 이곳은 소규모인데 반해 지난달 개통한 하동군 집와이어는 3.186㎞ 길이로 '아시아 최장'을 내세웠다. 이어 창원시가 '세계 최초로 섬과 섬을 잇는 하늘길'이라며 진해구 명동 해양공원 내 1.2km 집트랙을 추진 중이다.

통영에서 인기를 끄는 루지도 인근 양산과 동부산에서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이들 자치단체에 루지가 들어서면 '통영에서만 운영한다'는 희소성과 차별성이 사라져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자치단체들은 새로운 관광시설 확충으로 관광객 유치와 세수증대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인기사업을 따라하면서 인근 지자체 간 출혈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이러한 자치단체 간 중복·과잉 경쟁을 사전 협의하거나 조정해 상생방안을 찾는 관광전략이 없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한경호 도지사 권한대행은 지난 12일 실·국장이 참석하는 정책조정회의에서 도의 조정과 역할 부재를 강하게 질타했다.

한 권한대행은 통영시 성공 사례 등에 고무돼 여러 시·군에서 케이블카와 집트랙 설치 계획을 세우는 사례를 들며, "도의 투자분석이나 심사분석 기능이 현저히 약화돼 있다"고 지적했다. 한 대행은 "시·군에 대한 지원과 조정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도가 존재할 이유가 없다"며 "도의 기능과 역할을 적극적으로 재정립하라"고 지시했다. 실제로 도청 내 이들 신종 관광시설 사업을 총괄하는 부서가 없어 도내 지자체 추진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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