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공항을 확장하는 문제는 박근혜 정권 당시 동남권 신공항 적지를 둘러싸고 빚어진 지역갈등을 풀려고 취해진 고심의 소산물이다. 후보지를 밀양으로 할 것인가 부산의 가덕도로 할 것인가를 놓고 경남북과 부산 대구 그리고 울산이 한치 양보 없는 치열한 논쟁을 수도 없이 벌였으나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해 그럴 바엔 차라리 현재의 김해공항을 넓혀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 것이다.

그런데 막상 방향을 정하고 나니 새로운 돌발변수가 생긴 것이 바로 소음공해다. 시설확충에 따라 활주로가 인구 밀집지 가까이 뻗게 되면 24시간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소리와 진동 때문에 주거환경은 물론이거니와 축산영농이 막심한 피해를 보게 된다. 김해시 관내 시의원 및 도의원들이 김해신공항 백지화를 요구하게 된 배경이 이해되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누가 자신 있게 해답을 내놓을 수 있을까. 경남도인가 부산시인가. 미안한 말이지만 그들 지자체에는 그럴만한 권한이 주어져 있지 않다. 관련 논의를 시작하려면 먼저 정부의 정책이 달라져야 한다. 정부를 움직일 수 있는 힘있는 당사자는 정치권뿐이다. 최근 김해시의 두 명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김해신공항 불가론과 함께 가덕도 이전론에 불을 지피는 데 대해 무심할 수 없는 이유다. 물론 같은 여당 국회의원인 만큼 지역민심과 손잡기 위한 정치적 수사일 수도 있겠지만 그처럼 중대한 국가적 프로젝트를 뜬금없이 공론화할 수는 없을 것이다.

동남권 신공항은 필요성이 넘쳐났는데도 불구하고 이해지역 간 정치역학이 관통함으로써 불발되고만 뼈아픈 기억이 있다. 이제 다툼의 범위가 한층 좁아졌다고는 하나 정치권이 전면에 나서는 모양새는 미덥지 못하다. 타당성의 문제와는 별도로 정치공방이 언제 어떤 형국으로 전개될지, 그로 해서 지역민들을 또 얼마나 혼란스럽게 만들지 알 수 없다. 다만, 이번에는 전과는 다르게 우호적 여론이 형성되고 있어 전망이 어둡지만은 않다.

가장 중요한 점은 시민들의 자율적인 의사결정이 우선시되는 풍토다. 앞선 신공항 입지 논쟁의 교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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