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용·포용 부족은 창의성 향상 걸림돌
따지기 전 자기 고집 벗어야 발전 가능

장장 열흘간의 추석 연휴가 끝났다. 올해는 유독 긴 연휴 덕에 가족·친지들을 만나 많은 대화를 나눌 시간이 충분했을 것이다. 서로 덕담을 주고받기도 하고, 직업·결혼 등 개인적 일에서부터 정치·경제 등 사회적 문제까지 다양한 주제가 대화상에 올랐을 것이다.

그중 정치·경제에 대해 대화하다 보면 내 생각을 전달하고 상대의 뜻을 받드는데 만족하지 않고 논쟁으로 치닫기 쉬워진다. 내 생각이 상대방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격한 말을 쏟아내기도 한다. 게다가 술이라도 한 잔 들어가면 감정까지 개입된 내 주장의 전달과 설득에 급급하여 가족·친지 간에 의를 상하기도 한다.

이러한 관용과 포용의 부족은 우리 사회의 발전에 장애가 될 뿐 아니라, 과학기술 발전에 꼭 필요한 창의성을 높이는 데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캐나다 토론토대학의 마틴경제발전연구소(Martin Prosperity Institute)가 발표하는 글로벌창의성지수(Global Creativity Index) 보고서에 따르면 창의성을 크게 기술지수(Technology index)·재능지수(Talent index)·관용지수(Tolerance index) 등 3T로 세분화하여 정의하고 있다.

기술지수는 국내총생산(GDP) 중에서 연구개발 투자 비중, 국민 1인당 특허 출원 수를 의미한다. 재능지수는 전체 고용인구 중에서 창의적 직종(과학, 예술 등)에 종사하는 인구비중, 경제활동 인구 중에서 학사학위 보유자 비중을 말한다. 관용지수는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관용의 정도, 비전통적 행동 및 가치에 대한 허용의 정도를 의미한다.

마틴경제발전연구소가 2015년에 조사한 세계 140여 개국의 글로벌창의성지수에서 우리나라는 기술지수 1위, 재능지수 50위, 관용지수 70위로 나타났으며, 3가지 지수를 포괄한 종합순위는 31위이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의 글로벌창의성지수가 높지 않은 이유는 낮은 관용지수 때문임을 알 수 있다.

3가지 지수 중에서 기술과 재능은 창의성을 조사하는 데 필요한 요소로 일반인들도 쉽게 받아들여지지만, 관용은 뜻밖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마틴경제발전연구소는 사회구성원들이 얼마나 동성애자 혹은 소수인종에 대해 관대한가를 지표로 설정해서 창의성을 파악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창의성 평가에 왜 관용을 포함하는 것일까? 창의성은 새롭고 독창적이고 유용한 것을 만들어 낼 무형의 역량이라고 할 수 있다. 전통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비일상적인 아이디어를 산출하는 능력이다. 즉, 창의성은 기존의 전통·질서 등과는 다른 이질적인 생각과 문화를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새롭고 이질적인 것을 받아들이고, 서로 다른 문화와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환경이 되어야 한다. 이처럼 관용·포용·개방이 전제되어야 또 다른 창조·창출을 가능케 한다. 전통적인 관습과 문화를 더 중요시하고, 이질적인 인종·문화 등을 배타하는 자세는 창의성을 높이는 데 부정적이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가 창의성을 높이려면 기술지수, 재능지수뿐만 아니라 관용지수의 획기적 증진이 필요하다. 연구자금 증액, 우수인재 확보도 중요하지만 상대도 옳다는 사고의 유연함과 공감능력을 키워야 한다. 사회적 관용이 부족하면, 과학기술계가 주창하는 융합·협력연구와 개방형 혁신은 더딜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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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정승 황희의 말처럼 "너도 옳고, 그도 옳고, 나도 옳다"라는 사고에서 출발할 때 관용력은 키워진다. 설득하기 전에 먼저 공감하고, 옳고 그름을 따지기 전에 자기 고집에서 벗어날 때 사회도 발전하고 과학기술도 발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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