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연휴에 여행가겠다는 친구
우리 명절은 한낱 공휴일인 걸까
친척 모여 마음 나누는 날 돼야

"아이고, 우리 예쁜 손주왔네~."

"이런걸 뭐하러 사와, 그냥 오지."

"어머니 드리려고 특별히 우리 아내가 준비한 겁니다~."

"어머님 건강히 지내셨죠? 자주 찾아뵙지 못해 죄송해요."

우리의 명절 소리이다. 1년 중 가장 큰 행사이자 중요한 날인 설과 추석은 가족 대화합의 장이었다.

매번 반복되는 똑같은 소리, 매년 똑같은 그들의 웃음은 명절이라는 타이틀 앞에서 한 점 부끄럼이 없었다. 나는 이러한 명절이 좋았다. 친척들을 만날 수 있었고 할머니 할아버지를 찾아뵙는 것이 당연한 도리이자 행복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예나 지금이나 똑같은 명절을 보냈다.

하지만, 우리의 주변은 그렇지 않은 듯하다. 친구가 나에게 부탁을 하나 하더라. 자신이 일본어를 할 수 없으니 나에게 대신 일본으로 전화를 해서 호텔 픽업 서비스를 신청해달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전화를 들었고 연결되었다. 일본어를 할 수 있는 나이기에 통화는 오 분이 채 넘지 않았다.

친구에게 물었다. "너 일본은 언제 가기로 한 거야?" "추석 때 가기로 했지." 추석을 이용해 해외 여행을 즐기겠다는 친구의 말이 명절의 의미를 돌아보게 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놀라운 사실은 이러한 상황이 한둘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친구의 이어지는 말에서 나는 더는 놀랄 것이 없었다. 추석 때 여행을 가는 비행기 티켓이나 호텔 등이 현재 구하기 어렵다고, 본인은 한참 전부터 구입해 둔 것이라 운 좋게 가는 것이라고 말이다.

나는 마지막으로 물었다. 그러면 할머니 댁에는 가지 않는 것인지, 명절의 진정한 의미는 어떻게 되는지…. 하지만 친구의 대답은 마지막 남은 기대마저도 없어지게 했다.

"추석 때 여행을 가야 그나마 여행을 갈 수 있지 언제 가냐? 뭐 찾아 뵙고 인사드리거나 친척들끼리 만나는 것은 다음에 하면 되지 않겠어? 그러니 너도 와서 대본 쓰는 것 좀 도와줘."

실상은 이러했다. 모두가 이런 이유를 가지고 명절을 여행으로 보냈겠지. 그리고 함께 웃던 시끌벅적했던 우리의 명절은 아무런 의미를 지니지 못한 한낱 공휴일로 변하겠지.

나는 이번 추석 때 할머니 댁에 다녀왔고 친척들과 함께 수많은 공유를 하고 왔다. 소개팅을 시켜준다든가, 함께 음식을 장만한다거나, 다 같이 웃고 떠들고 우리들의 생활을 공유하고 왔다. 그리고 내 마음속에는 엄청난 행복이 자라났고 지금도 그 행복감이 나를 감싸고 있어 헤어나오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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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도 그럴 것이다. 명절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느낄 수 있는 행복감은 그 어떠한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우리의 명절이 바뀌고 있다. 그저 스쳐 지나가는 한낱 공휴일로 여겨지고 있다. 그리고 이것이 우리의 명절에 스며들고 있다. 슬픈 일이다.

여행을 가는 날이 아닌 가족과 함께하는 날, 마음을 나누는 날, 서로 얼굴을 보여주는 날, 가족의 유대감을 키우는 날, 사랑을 하는 날이 되어야 하는 명절에 우리의 마음을 담아야 한다. 우리는 그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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