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에너지 민주주의 시대가 열릴 것인가. 신고리 5·6호기의 운명을 실질적으로 가를 시민참여단 500명은 이번 주말 모여 쟁점토론을 하고 20일까지 권고안을 정부에 제출한다.

석 달 전 출범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는 공론조사 방식을 도입하여 지역 순회 토론회와 함께 다양한 절차를 통한 의견수렴과정을 밟아왔다. 에너지 문제에 관한 한 정부가 거의 일방적으로 결정해온 전례와 달리 의사결정과정을 개방하여 연령과 지역 비례에 따라 시민참여단을 구성하고, 자료 검토 및 교육과 토론을 통한 숙의과정을 거치고 있다.

위원회는 시민참여단의 토론 결과와 수차에 걸친 찬반 조사에 따라 최종적으로 권고안을 작성한다. 권고안은 비록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공언도 있고, 최초로 숙의민주주의의 과정을 거친 결과물이란 점에서 그 무게감이 각별하다. 시민참여단에 지역주민 참여 비중이나 또 미래에 짐을 짊어질 청년들에 대한 주문이 있기는 했지만 공정성과 중립성의 원칙을 최대한 살리려 했다는 점은 인정받을 만하여 5·6호기의 지속 여부는 이들의 손에 달렸다 할 정도다.

그간의 여론동향은 찬반 양측이 팽팽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막바지에 다다를수록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도 의견대립이 심화하고 있다. 또 원전을 지지하는 집단과 탈핵을 주장하는 집단 간에 이념경쟁과 이해갈등의 전선도 격화되고 있다. 과연 이번 공론화 과정의 실험이 에너지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새로운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탈핵과 대안 에너지로의 전환은 세기적 추세다. 눈앞의 득보다 재앙의 두려움을 생각하면 논란의 여지가 없는 일이다. 경제성 시비도 더는 결정적인 변수가 아니다. 게다가 지역이기주의 분쟁과 공동체 붕괴를 감수해야 할 명분도 실익도 찾기 어렵다.

그럼에도, 워낙에 많은 집단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힌 사안인 만큼 민주적인 숙의과정을 거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다른 나라에서는 수십 년 전부터 에너지 민주주의 규범과 규칙을 만들어왔지만 우리는 이제 시작이니 그만큼 더 서로 존중하고 설득하고 타협할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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