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처방 후 업체서 구매 제안…온라인 2배 비싸, 법상 의료기기 제외 가격 통제 없고 리베이트 비리도

의료보조기는 의약품과 달리 가격 통제를 받지 않는다. 의료보조기 가격을 잘 모르는 환자 처지에서는 비싼 값에 구입하는 경우가 많지만 스스로 조심하는 수밖에 없어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얼마 전 허리를 다친 강모(35) 씨는 지난 9일 김해 한 병원에서 의료보조기 처방을 받았다. 곧 의료보조기 업체에서 강 씨를 찾아왔다.

업체는 강 씨에게 허리에 차는 '흉요추 압박 보조기'를 40만 원에 구매할 것을 제안했다. 강 씨가 너무 비싸다고 하자 업체는 5만 원을 깎아주겠다고 했다. 이어 강 씨는 모델명을 알려달라고 해 온라인에서 28만 원짜리 보조기를 발견하고 업체에 30만 원에 구매하겠다고 했다. 업체는 강 씨 제안을 받아들였다.

9일 강모 씨가 비싸게 구입한 흉요추 압박 보조기. /독자

그러나 업체가 가져온 것은 기존에 알려준 모델과 달랐다. 강 씨는 이 보조기가 온라인에서 18만 원에 판매되는 것을 보고 분통을 터뜨렸다. 강 씨는 업체에 환불 요구를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병원 측에 문제를 제기하고서야 환불 약속을 받아냈다.

강 씨는 "사기당한 기분"이라며 "병원에서 처방받고 이내 업체가 먼저 찾아온 것을 보고 리베이트 의심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병원에서 환자에게 구매방법이나 모델명을 제대로 안내해 주지도 않았다"며 "평소 의료보조기에 대해서 잘 모르면 의심할 여지도 없이 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터넷 쇼핑 사이트에서 검색해보니 강 씨가 구입한 형태와 비슷한 보조기는 대부분 20만 원 안팎이었다. 강 씨처럼 요모조모 따져보지 않은 환자들은 병원을 통해 최소 2배 이상 비싼 값에 의료보조기를 사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목, 팔꿈치, 손목, 어깨, 발목, 무릎 등 기성품 의료보조기는 법상 의료기기에 해당하지 않아 정부의 관리·감독에서 벗어나 있다. 아울러 의료보조기는 가격 통제를 받지 않다 보니 리베이트 문제까지 생긴다. 리베이트는 고스란히 환자 부담으로 돌아간다.

이와 관련, 부산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난 6~9월에 걸쳐 의사에게 의료보조기 판매 리베이트를 건넨 혐의로 업체 관계자 3명과 경남·부산지역 의사 2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 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창원 한 개인병원 의사에게 자사 의료보조기만 처방해주는 대가로 5000만 원을 건네는 등 2011년 2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의사들에게 판매가 20~30%가량을 다달이 또는 분기별로 모두 11억여 원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기소됐다. 경찰은 28만 원가량에 거래되는 보조기를 40여만 원에 파는 등 환자에게 바가지를 씌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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