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1~2학년용 16권 분석, 남녀 역할 고정·성비 불균형 다양한 가족 형태 반영 못해

초등학교 1·2학년 교과서에 등장하는 은행원, 돌봄노동자, 사서, 급식배식원은 모두 여성이다. 반면 기관사, 해양구조원, 과학자, 기자 등은 모두 남성으로만 그려졌다.

문학작품 속에서도 남성은 의사, 상인, 농부 등 '슬기로운 인물'이나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하지만 여성은 '착하고 의존적인' 콩쥐, 신데렐라, 인어공주나 주인공의 어머니·누이·딸로 등장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의원(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위원)과 연구팀은 올해 첫 개정교과서가 적용된 초등학교 1·2학년 1학기 교과서 총 16권을 성인지적 관점에서 분석한 보고서를 냈다. 교과서에 등장하는 인물은 전반적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많아 성비 불균형을 이루고 있다.

직업에 남녀를 고정화한 것뿐만 아니라 여성은 머리카락이 길거나 장신구를 하고 분홍색 등 밝은 색 치마 옷차림을 했다. 남자는 짧은 머리에 짙은 바지차림으로 고정화돼 있다. 생계부양자는 남성으로만 그려지고 아픈 아이를 간호하거나 병원 진료를 돕는 것은 여성이다. 보건실 양호 선생님은 모두 여성으로 등장한다. 박 의원은 "교과서가 변화된 사회 다양성을 담기는커녕 여전히 성역할 고정관념, 정상 가족과 한민족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성과 여성 역할을 고정화한 그림.

박 의원은 가족형태 역시 교과서 전반에 할아버지와 할머니, 아버지와 어머니, 아들과 딸로 구성된 가족이 두드러져 정상가족을 전제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짚었다. 한부모가족, 조손가족, 다문화가족, 비혼가구 등 다양한 가족형태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함으로써 아이들에게 정상가족에 대한 편견을 심어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성별에 따른 장애인 묘사도 차이를 보인다. 교과서에 나타난 장애인의 모습은 단 6회(할머니 1회·아동 5회)로 모두 휠체어를 탄 모습이다. 장애 여아는 수업을 듣는 뒷모습으로 1번 등장하지만, 장애 남아는 여름 교과 표지에 정면으로 등장한다. 교과서에서조차 장애 여아는 이중적 차별 상황에 놓인 것은 아닌지 민감하게 살펴볼 부분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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