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인권적 경남지역 학교생활규정
교복 치마 무릎 위 최대 5㎝, 시간·횟수·㎝로 '학생 관리'
학생 권리 담은 규정 아예 삭제하기도

남학생 교복 바지는 발목에서 교복을 접어 5㎝ 이상 단 유지, 여학생 교복 치마 길이 무릎에서 최대 5㎝, 여학생 두발 길이 귀밑 7㎝, 머리띠 너비 1㎝ 이내.

학교 학생생활규정에 왜 이렇게 ㎝ 단위가 많이 나오는 것일까? 경남교육연대가 지난 7월부터 두 달간 도내 40개 중·고등학교 규정을 살펴본 결과, 학교에서 학생은 여전히 '단속 대상'으로 분 단위 시간, 횟수, ㎝로 관리되고 있다. 인권 친화적이고 민주적인 학교문화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여전한 상벌점제 =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이 수차례 상벌점제 폐지를 강조했음에도 학생생활평점제와 학생자치법정 규정은 거의 모든 학교에 남아 있다.

오늘도 학교 규칙을 위반한 학생들에게는 레드 포인트가 누적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한 학교는 목적 자체가 '본 규정은 그린마일리지(학생생활평점) 제도 운영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해 학생 인권 보호와 교권 존중을 바탕으로 학생의 올바른 기본생활습관 형성을 목적으로 한다'고 돼 있다. 상벌 규정이 학생생활규정 중심을 이루는 경우는 더 많다. 휴대전화를 제출하지 않는 학생에게 레드 포인트를 부과하고, 그린마일리지 포인트를 학년 말 학교생활기록부 기록 참고자료로 사용한다고 명시된 학교도 있다.

◇개성은 선 넘는 행위? = 한 학교 규정에는 '용의 복장 위반 학생은, 그 정도에 따라 적절한 벌점을 부과하며 행동발달상황 기록에 참조한다'고 할 만큼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1970년대 학생을 연상케 하는 용의 복장 규정을 정리하면 △앞머리는 눈썹을 가리지 않으며 옆머리는 귀를 덮지 않고, 뒷머리는 셔츠 깃을 덮지 않는 단정한 스타일로 한다 △남녀 성구별이 곤란한 머리형, 염색, 파마, 균형이 잡히지 않은 이상한 모양의 유행성 머리는 금지한다 △입학 전 귀를 뚫은 학생은 인성부에서 계속적인 지도를 하며 새로 뚫는 행위는 금한다 △손톱은 짧고 둥글게, 일체 장식은 금한다 △책가방은 최소 A4용지 규격의 교과서가 다섯 권 이상 들어갈 수 있는 것으로 바탕색은 검정·군청·짙은 갈색·짙은 회색으로 하고 체크무늬와 상표는 가방 앞면의 4분의 1 이상을 넘지 않아야 한다 등이다.

◇과한 통제·감시·검문 = 한 학교는 월 1회 용의·소지품 검사를 원칙으로 하되 필요에 따라 수시로 검사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학생이 동의하지 않으면 교장·교감 입회하에 최소한 범위에서 진행하고, 이 역시 응하지 않으면 선도위원회를 개최해 별도 조치를 취한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또 다른 한 학교는 다른 학급 출입을 금하며, 출입할 때에는 담임의 허락을 얻도록 했다. 통행금지 시간을 정해 지켜야 한다고 명시하는가 하면 휴대전화로 말미암은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꼼꼼하게 관련 규정을 만들어두기도 했다. △기숙사 학생은 매일 오후 8시~10시 20분까지 본인이 휴대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사감 선생님이 수거·보관한다 △학교에서 휴대전화를 소지하다 1회 적발될 시 3개월간 학교에서 보관·2회 적발 시 6개월간 보관한다는 규정 등이다.

◇학생 권리는 없고 의무만 = 지난 2013년 도교육청이 만든 '생활지도 제규정 표준안'에 담긴 학생 권리 규정을 아예 삭제한 학교도 있다. 의무 조항만 남긴 학교도 있고 권리라는 이름으로 의무를 강요하는 듯한 학교 규정도 있다.

△학생의 권리를 주장하기에 앞서 규정된 학생의 책임을 다한다 △자신의 권리와 책임을 전적으로 받아들일 때, 학생은 자신과 사회를 위한 구성원이 될 기회를 얻게 된다 △지체장애(뇌병변)를 가진 학생은 일반 학생들과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유도한다 △남녀학생 단둘의 만남은 항상 개방된 장소를 이용해야 한다 △교내외에서 이성 간 어깨동무·팔짱 3회 이상 등 불건전한 신체접촉으로 물의를 일으킬 수 있는 학생은 징계할 수 있다 등이다.

◇학생회는 교사 보조 역할? = 학생회를 학생들의 자치 조직이 아닌 선도학생 모임으로만 인식하는 학교가 많았다.

△학생은 학교에서 권장하는 단체 외 정치적 단체에 가입·활동하면 안된다 △학생회는 학교전통 계승발전 활동, 자연보호활동, 봉사활동, 재난 시 지원활동 등 기능을 갖는다 △흡연 금지 홍보 활동 △아침 등교·중식 시간 정문 지킴이 활동과 질서 지도 등 역할을 명시해 학생회 주인이 학생이라는 인식과 거리가 멀다.

이러한 불합리한 학생생활규정을 수정하거나 개정하는 과정에서도 학생회나 학생의 역할은 최소화돼 있다. 한 학교 규정에서는 '본 규정을 개정할 때에는 선도위원회 심의를 거쳐 직원회에 회부한 후 교직원 과반수 찬성을 얻어 개정하며 학생회·학부모회의 의견을 반영한다'고 돼 있다.

또 다른 학교는 '본 규정은 개정의 필요성이 있을 때 교직원 회의나 바른생활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치고 학생들에게 공고한 뒤 개정한다'고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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