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처음 지방의회가 개원한 것은 1952년이다.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때라 전국 17개 시, 72개 읍, 1308개 면에 지방의원 선거가 치러졌다. 이것도 잠시, 1961년 5·16군사정변으로 지방의회가 해산되면서 '지방자치 시계'는 멈춰버렸다.

이후 1990년 12월 '지방의회의원 선거법'이 제정되고, 1991년에 지방선거가 실시됨에 따라 30년 만에 지방의회가 부활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사이 27년이 흘렀지만 우리 지방자치는 아직 '무늬만 지방자치'라는 평가에 머물고 있다.

지방의회의 주된 역할은 주민을 대표하는 일이다.

지방의회 역할 중 또 하나는 지방정부의 최고정책 결정 기능과 집행기관 견제·감시 기능이다. 조례의 제·개정, 예산의 심의·의결, 행정사무감사와 조사 등이 여기 포함된다. 한데 현재 지방의회는 기관대립형 자치제도를 채택하고 있음에도 지방의원 의정활동을 지원하는 사무기구인 의회사무처 소속 직원 인사권이 단체장에게 부여돼 있다.

아울러 의회사무기구 소속 직원 직급과 정수 등을 대통령령인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기구와 정원 기준 등에 관한 규정'으로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지방의회 독립성과 자율성이 현저하게 침해되고 있는 현실인 셈이다. 이는 곧 지방의회가 집행부 독주를 견제하는 데 제도적 한계에 봉착해 있다는 방증이다.

이런 제도적 한계를 극복하려면 몇 가지 과제 해결이 필수적이다. 먼저 지방의원 입법 보좌관제 신설이다. 지방의원은 집행부가 독점 중인 자료나 계획을 검토하고 대안까지 마련해야 한다. 이를 의원 혼자만의 의정활동에 떠맡기는 것은 부당하다. 경상남도와 경남도교육청 2016 회계연도 결산 기준 통합 재정은 총 11조 8441억 원이다. 이 많은 예산을 감시하기에도 벅찬데 각종 조례안 심의 등 도의회에서 하는 일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많다.

둘째는 의회사무처 직원의 인사 독립권이다. 지금처럼 자치단체장이 의회사무처 직원의 인사권을 지니고 있다면 자신의 승진과 근무평정을 쥐고 있는 집행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어 소신껏 일을 할 수가 없게 된다.

셋째는 조례 제·개정의 태생적 한계 극복이다. '지방자치법' 제22조는 "지방자치단체는 법령의 범위 안에서 그 사무에 관하여 조례를 제정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지역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획일적인 조례가 제정된다면 지역의 발전은 공염불이나 마찬가지다.

넷째는 자치재정권 확대다. 지방자치는 재정자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결국은 재정이 중앙정부에 예속되어 진정한 지방자치를 실행할 수 없게되므로 지방교부세 법정 비율을 높여 자치재정이 이루어지도록 해야한다.

다섯째 집행부 견제·감시권한 확대이다. 행정사무감사 지적 사항에 대한 법적 강제 권한이 없다보니 매년 똑같은 지적사항이 반복되어도 개선할 방법이 없다. 이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장 인사 전횡도 제재할 방법이 없다보니 매년 단체장 인사 비리가 발생되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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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째 주민참여 제도의 활성화다. 아무리 지방의회 의원들이 의정활동을 열심히 해도 주민 참여가 없다면 죽은 지방자치나 다름없다. 주민 모두가 지방자치에 적극 참여하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지방자치의 양대 축은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다. 필자는 여기에 하나를 더하고자 한다. 바로 지역언론이 지방자치를 이끄는 또 하나의 중요한 축이다. 지역언론이 건전한 여론을 형성할 때 비로소 지방자치가 완성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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