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가 생각하는 활용 방안
'랜드마크=조형물' 아냐, 감성적 스토리 있어야 자연스럽게 명소 될 것
접근성 개선은 필수

광장은 열린 공간이다. 언제나 누구나 자유로이 드나들 수 있어야 한다. 아무리 넓고 크다고 해도 닫혀 있고 막혀 있다면 광장이 아니다. 요즘 창원광장을 어떻게 시민을 위한 열린 공간으로 만들 것인가를 두고 지역사회가 뜨겁다. 원형 광장으로는 아시아에서 제일 큰 창원광장은 면적만 해도 3만 4832㎡로, 일반적인 축구장(약 7000㎡) 5배 규모다. 하지만, 오랫동안 로터리 노릇만 하고 있다. 당장에 만병통치약 같은 획기적인 방법이 쉽게 나타날 것 같지도 않다. 시민 공간이란 취지에 비춰 보면 시민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공공미술이란 개념이 있다. 요즘에는 지역사회, 도시계획과 관련해 활용되기도 한다. 도시 공간을 '감각적으로' 활용한다는 측면에서 창원광장 활용과도 연결된다. 그렇다면, 창원에 사는 예술가의 생각을 들어보는 것도 엉킨 실타래를 풀어내는 계기가 될 수 있겠다. 주변을 수소문하니 공교롭게도 조각과 설치작품을 하는 작가 3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최수환(38), 노순천(36), 감성빈(34) 작가다. 이들은 모두 어릴 적부터 창원광장을 익숙하게 보며 자랐다. 독일, 일본, 중국에서 공부를 한 경험이 있기에 공간을 바라보는 시각도 조금 다를 것이다. 이들 작가가 생각하는 창원광장 활용 방안과 독자 여러분의 생각은 어떻게 다른지 추석 연휴 가족·친구와 머리를 맞대보는 것은 어떨까. 창원광장이 아니더라도 독자 여러분이 사는 지역의 공원이나 광장도 고민해보자.

창원광장 전경./김구연 기자

◇"조형물 설치요? 구시대적 발상이에요!" = 감성빈 작가가 '조형물 이야기'가 있더라고 말문을 열자, 최수환 작가는 "진짜, 환장하겠다"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영구 조형물은 진짜 예민한 문제예요. 저도 조각하지만 조형물은 안 돼요. 진짜 옛날 사고방식이에요. 조형물을 세우면 작가는 돈을 버니 좋겠죠. 하지만, 랜드마크란 개념이 꼭 유형의 조형물일 필요는 없어요."

노순천 작가도 최악의 수라고 가세했다. "조형물 자체가 권위적인 발상이에요. 실제 관리도 안 되고, 사람들이 작품으로 보지도 않아요. 옛날에 외국 유명 작가를 초빙해 창원 랜드마크를 만들겠다고 한 적이 있었던 거 같은데 그게 추진이 안 되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사실 전국적으로 외국 유명 작가에게 의뢰해 수억 원씩 작품비를 주고 만든 조형물이 애물단지가 된 사례는 많다.

◇"감성 스토리를 만드는 게 중요해요" = 작가들은 공통적으로 창원광장에 감성적으로 접근할 스토리가 없다고 지적했다. 최수환 작가의 말을 들어보자. "유럽에 있는 오랜 광장은 역사적으로 다 이야기가 있어요. 스토리가 있는 곳에 가면 흥미가 생기고 느낌도 다르죠. 창원광장은 그런 뭔가가 없어요. 창원에 가면 큰 공원이 있는데 거기는 온갖 사람들이 재밌는 일을 벌이더라. 창원광장이 이런 이미지면 좋겠어요. 기억에 남을 만한 일을 자꾸 벌이다 보면 스토리가 생기고, 자연스럽게 명소가 되겠죠."

노순천 작가도 말을 덧붙였다. "지금도 정기적인 행사가 열리고 있거든요. 이런 행사 사이에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면 되겠어요." 플리마켓(벼룩시장) 영화제, 음악회, 조각비엔날레 등 작가들의 생각은 다양했다. 다만, 감성빈 작가는 이 또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했다.

◇"편하게 광장 오갈 방법 찾아야죠" = 그래도 당장 마음에 걸리는 것이 접근성이다. 지금 당장 도로를 막을 수는 없다. 광장 자체가 차량 흐름의 중추가 되는 중요한 교통시설(로터리)이다. 그래서 감성빈 작가는 지하도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아무래도 로터리다 보니 신호등 하나 생기면 교통이 꽉 막혀버리잖아요. 차라리 지하도를 만들어서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갈 수 있게 하는 것도 좋겠어요. 여기서 중요한 건 일반적인 지하도가 아니라. 지면으로 올라오면서 시야가 지평선과 일치하는 등 뭔가 인상적이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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