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민예총 창원서 토론회
시민·창작자 중심 정책 강조
지원기관 '인식 변화'도 촉구

영화 한 편이 천 만 관객을 넘은 지 오래다. 케이팝은 전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보고, 듣고, 즐기는 차원을 넘어 어느덧 문화산업의 시대에 발을 디디고 있다. 그러나 예술 하나에 인생을 걸기에는 여전히 녹록치 않다. 창작활동에만 전념하기가 갈수록 각박한 현실 속에서 현재 경남에서 추진되는 문화예술정책을 살펴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경남민예총 문예아카데미 ‘학술과 예술의 만남’ 토론회가 27일 오후 7시 창원시 창동예술소극장에서 열렸다. 경남민예총이 주최·주관하고 경상남도가 후원한 토론회는 ‘문화산업시대 경남의 문화예술정책은 무엇인가?’ 주제를 두고 김유철 시인이 좌장으로 나섰으며, 성춘석 경남민예총 미술위원장이 발제를 했다. 신미란 새민중정당 경남도당 문화예술위원장, 윤치원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 문화예술위원장, 하효선 시네아트 리좀 대표, 황무현 마산대 교수가 패널로 참여했다.

경남민예총 문예아카데미 '학술과 예술의 만남' 토론회가 27일 오후 7시 창원시 창동예술소극장에서 열렸다. /문정민 기자

이날 토론회에서는 합천 이전을 앞둔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의 기능과 문제점이 화두로 올랐다. 참석자들은 2013년 당시 경남영상위원회, 문화콘텐츠진흥원, 문화재단을 일방적으로 통폐합한 경남도 정책을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그러면서 전문성 강화 위한 영역별 분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지역 문화예술 사업을 지원하는 행정기관과 창작활동을 지원 받아야 하는 문화예술인간 ‘갑을’ 관계도 성토했다. 문화예술 정책은 행정 차원이 아닌 창작자, 생산자 그리고 시민과 소비자 관점에서 추진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먼저 마이크를 잡은 성춘석 위원장은 발제를 통해 “문화산업시대 예술가가 소외되지 않고 문화산업을 통해 자신의 예술적 가치를 실현하고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경남도 문화예술 관련 정책과제 가운데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서 문화산업에 대한 인식은 없다고 지적했다. 경남문화예술진흥원 정책을 두고는 성 위원장은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시민 입장과 예술창작자 입장 등 문화예술 관점에서 결정할 것을 주문했다.

토론회 패널로 나선 신미란 위원장은 문화예술 정책을 추진하는 공무원 마인드를 꼬집었다.

신 위원장은 “미국 서부 대표적 관광지 그랜드 캐니언을 다녀온 공무원이 ‘쓰레기 매립지’로 활용했으면 좋겠다고 말한 사례를 듣고 문화적 인식 차이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화가로서도 활동하는 신 위원장은 자신의 작업실이 있는 창원시 용호동 카페거리가 활성화되면서 행여 작업실 전세 보증금이 인상돼 쫓겨날까 우려하기도 했다. 이는 비단 자신뿐 아니라 실제 예술가들이 겪는 고충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공무원들이 탁상공론식 발상을 벗어나 예술인들 현실에 기반한 정책을 펼칠 것을 주문했다. 덧붙여 시민과 예술인들이 다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과 구조를 만들어 문화예술 정책을 발전적으로 만들어 나가는 방식을 제안했다.

윤치원 위원장은 문화예술인이 중심에 서서 어떻게 문화산업을 이끌어나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기 위해 우선 지원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 ‘팔 길이 원칙’이 기본적으로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위원장은 “정치적인 간섭으로부터 벗어나 표현의 자유, 독립성과 자율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화분권과 자치를 통한 지역문화 생태계 조성의 필요성을 강조한 윤 위원장은 가장 먼저 경남문화에술진흥원 위상 재정립을 주문했다. 구체적으로 2013년 통합된 경남문화재단, 콘텐츠진흥원, 영상위원회 기능과 역할을 기초예술지원 육성 정책 기구, 문화예술교육 단위, 문화콘텐츠 육성 기구 등 단위로 역할별 분화를 내세웠다.

또 경남문화산업 기반조성과 문예진흥기금 확충을 통한 기초예술 지원 강화, 독립영화 제작지원 유통 상영 시스템과 성장기반 구축 필요성도 설명했다.

하효선 대표는 지역에서 예술 활동을 하는 데에 어려움을 토로했다. 특히 문화예술 관련 원활한 소통을 막는 근본적 문제로 왜곡된 비평 구조를 꼬집었다.

하 대표는 “전근대적 위계질서가 건전한 비평문화 토양 형성을 방해하고 있다”며 “체계적이고 열띤 비평으로 작품의 시대성, 개인성, 사회성을 검토하고 서로 인정하는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마지마 토론자로 나선 황무현 교수는 문화예술 지원기관이 행정 서비스를 넘어선 시대착오적 감독관청을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황 교수는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의 합천 이전 목적을 두고 강한 의구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재단 설립 때 2025년까지 1000억 원 기금을 확보한다는 계획 또한 물거품이 되는 것이냐며 되묻기도 했다.

경남의 문화예술행정 서비스를 두고 낙제점을 면하기 어렵다고 말한 황 교수는 “인터넷 사용 등 국가지원 시스템에 접근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문화예술행정 서비스에서 소외되거나, 지원보다 간섭이 늘어나는 구조의 고착화를 바로 잡아야한다”고 주장하며 발언을 마무리했다.

한편 토론회가 끝나고 경상남도 문화예술과 예술진흥 관계자가 짧은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도 관계자는 “관련 정책이 부족했던 건 사실”이라며 “지금부터라도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대서 고민하면 좋은 안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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