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개미 동시 일하면 '집단절멸' 분석
일 나누고 교대로 쉬는 개미에게 배워야

이번 주말부터 10일간의 유례없는 긴 휴무가 시작된다. 10월 2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됨으로써 개천절과 추석에 이어 한글날까지 이어진 그야말로 초대박 휴일이다. 매년 11월경, 다음해 달력이 배포되기 시작하면 내년에는 3일 연휴가 몇 번이나 되는지 누구나 관심사였다. 이렇게 소위 '빨간 날'에 큰 관심을 보이는 것은 우리 사회가 아직도 휴식에 목말라 있다는 방증이 아닐까?

2001년 가을, 일본에서 유학을 할 때 '대체 휴일'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다. 이것은 어떤 휴일이 다른 휴일(일요일, 다른 경축일 등)과 겹치면 그다음 평일을 휴일로 대체 지정해서 쉬게 해 주는 제도였다. 더 나아가 '성년의 날, 바다의 날, 경로의 날, 체육의 날'을 특정 월요일로 지정함으로써 3일간의 연휴를 확보해 주는 '행복한 월요일(happy Monday) 제도'까지 시행하여 국민의 휴식권을 보장해 주고, 여유롭게 여가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해 주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부러웠다.

이솝우화 때문인지 개미는 우리에게 매우 부지런한 존재로 인식되어 왔다. 그런데 진화생물학자인 홋카이도대학 하세가와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그렇게 근면한 존재로 알려진 일개미들도 사실은 대부분 빈둥대며 쉬고 있단다. 그는 어떤 개미 집단(colony) 내에는 '열심히 일하는 일개미', '빈둥대며 가끔 일하는 일개미', '노다지 일을 하지 않는 일개미'의 비율이 대략 2:6:2가 된다고 했다. 이것이 바로 일개미 법칙이다. 이 법칙은 마치 '조직 전체의 2할 정도의 직원이 대부분 이익을 창출하고, 또 그 2할의 직원을 솎아내도 나머지 8할 중의 2할이 다시 대부분 이익을 창출한다'고 하는 파레토(Pareto)법칙과 흡사하다.

하세가와 교수는 일하는 개미와 일하지 않는 개미의 차이를 '엉덩이의 무게', 즉, '반응 역치(threshold value)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어떤 개미 집단에 일거리가 생기면, 가장 역치가 낮은(엉덩이가 가벼운) 개미가 먼저 일을 시작한다. 또, 새로운 일거리가 생기거나 처음부터 일하고 있던 개미가 피곤해서 쉬는 등으로 일자리에 공백이 생기면 그다음으로 반응역치가 높은(엉덩이가 무거운) 일개미가 순서대로 일을 하러 나선다니 참 신비롭기까지 하다.

이처럼 빈둥대며 게으름을 피우던 개미도 정규직 예비군이었다. 대부분 일개미가 휴식을 취하고 있다가 필요할 때마다 교대로 나서서 자기 몫의 역할을 다하고 있었던 것이다. 만일 모든 일개미가 동시에 일을 하게 된다면 단기적으로는 일의 효율이 높아질지 모르겠지만 어느 순간 모든 일개미가 거의 동시에 피곤해지고 말면 그 집단은 절멸하고 말 것이라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도 흥미롭다. 일자리를 공평하게 서로 나누고 휴식을 우선하는 개미 사회의 비효율적인 시스템이 바로 그들의 생존을 위한 지혜롭고 성숙한 일자리 정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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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지난 2014년부터 설·추석 연휴와 어린이날 등에 공휴일 이월제, 즉, 대체 휴일 제도를 제한적으로 도입했다. 그러나 아직도 OECD 회원국 중에서 멕시코 등과 함께 가장 긴 시간 노동을 하는 나라가 대한민국이 아니더냐. 이제 우리가 개미한테 한 수 배워야 할 것 같다. 그들처럼 좋은 일자리를 서로 나누고, 또, 여유롭게 쉬어가자. 토요일을 포함하여 모든 공휴일까지 대체 휴일을 확대하자. 대나무 마디는 잠시 성장을 멈춘 흔적이다. 쉬어간 대마디가 촘촘하면 할수록 대나무 줄기가 더 강하듯이 우리 근로자들에겐 더 많은 '휴식'이 필요하다. '쉼(休)'과 '멈춤'이 생산성을 높이고 창의성을 가져온다는 주장에 귀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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