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샌드위치

살짝 구운 식빵, 스크램블 에그 그리고 베이컨.

아내는 샌드위치 세 조각을 만들고 씻으러 갔어.

그 세 조각 중에 분명히 내 지분(?)이 있었을 거야.

딸이 한 조각이면 내가 두 조각,

딸이 두 조각이면 내가 한 조각이지.

 

샌드위치와 함께 마실 음료를 만드는데 뭔가 느낌이 이상해.

복숭아를 우유와 함께 갈면서 뒤를 돌아보니

세 번째 샌드위치가 딸 입으로 들어가는 거야.

도대체 아내는 딸 성장 속도를 어떻게 계산하는지 모르겠어.

다급하게 냉장고에서 푸딩을 꺼내 딸에게 내밀었지.

 

"예지, 푸딩이랑 빵이랑 바꿔 먹자."

"벌써 한 입 먹었는데."

"괜찮아, 괜찮다고!"

 

거래가 성사되지 않았다면 빈속으로 출근할 뻔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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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아이스크림

"와! 아빠는 왜 그렇게 한 숟갈이 커?"


말에 담긴 원망이 장난이 아니었어.

그나저나 아이스크림은 엄마가 샀잖아.

TV 보는 모녀 앞에 아이스크림과 숟가락 세 개를 세팅한 사람은 아빠고.

딸은 그냥 TV 보면서 아이스크림을 퍼먹으면 되는데

아빠 한 숟갈 크기가 약간 거슬렸나 봐.

 

한 번 뜰 때마다 숟가락 절반도 못 채우는 모녀와 달리

아빠 한 숟갈이 유난히 풍요로운 것은 사실이야.

숟가락을 통에 바짝 붙여서 한 바퀴 돌리면서 퍼내는 게 요령이지.

물론 순간적인 완력이 필요하기는 해.

 

일단 요령을 가르치진 않았어.

아이스크림 회식을 한 통으로 끝내려면 어쩔 수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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