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밤

"밤은 얼마나 훌륭한가. 나는 한밤중에 별을 보며 생명과 우주가 교감하는 그 고요를 즐겨. 사고는 한없이 뻗어 나가고 깊어지지. 그런데 저 인간이라는 것들은 그 소중한 시간에 잠을 퍼 자. 가끔 나만 알 수밖에 없는 그 즐거움을 기꺼이 나누고자 방문을 두드리면 아빠 양반은 오히려 자라고 역정이야. 미쳤나 봐.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어. 더 어이없는 것은 잠들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햇살이 들어올 때부터 이것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는 거지. 정작 잠들어야 할 시간에 말이야. 무슨 생체리듬이 그따위인지 모르겠어. 인간이 아무리 기를 써도 고양이만큼 성숙할 수 없는 이유라고 생각해. 자야 할 시간에 움직이고 사색할 시간에는 퍼 자고 있으니. 야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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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 이승환 기자

2. 높은 곳

"고양이가 높은 곳을 향하려는 마음은 인간과 근본부터 달라. 우리는 높은 곳에서 세상과 대상을 넓게 바라보고 깊게 이해하지. 사색하면서 자신을 성찰해. 인간은 그냥 내려다보고 싶은 것 같아. 높이 오를수록 시야는 좁아지고 이해는 얕아지지 않나? 성찰 따위는 개뿔. 그러니까 아빠 양반, 내려다보지 말라고. 야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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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곳. /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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