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최고 선발투수가 되고 싶어요"

"KBO 최고 선발투수가 되고 싶습니다!"

지난 6월 26일 발표된 'KBO 2018 신인 1차 지명'에서 NC 다이노스가 호명한 마산고 우완투수 김시훈(18)의 각오다.

NC 구단은 김시훈을 1차 연고 지명하면서 "186cm 큰 키에 탄력적인 체형을 바탕으로 상·하체를 안정적으로 회전해 피칭할 줄 아는 우완투수다. 높은 팔 타점과 손목 임팩트를 활용해 위에서 내리꽂는 투구로 타자를 압도한다"라면서 "상황에 맞는 완급 조절로 탈삼진 능력이 돋보이며 차분한 성격으로 위기 상황에서도 제구력을 바탕으로 침착하게 경기를 풀어나가는 위기관리능력이 돋보인다"라고 소개했다.

마산고 윤형배 투수코치도 호평했다.

"올해 수도권에 좋은 투수가 많지만 시훈이도 고교야구에서는 스피드(직구 최고 구속 145km/h, 평균 구속 130㎞ 후반~140㎞ 초반)가 수준급이고 구종(커브, 슬라이더, 스플리터)이 다양합니다. 프로의 체계적인 시스템 속에서 투구폼 완성도를 높인다면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선수에요."

김시훈은 NC 홈구장이 있는 창원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연고 구단에 1차 지명을 받은 선수다. 그래서 지역 야구계와 팬들의 기대는 더욱 뜨겁다. NC 프랜차이즈 스타로 성장해주기를 바란다.

김시훈을 만나러 간 마산고 정문에는 '2018년도 NC 다이노스 1차 지명 마산고 투수 김시훈'이라고 새긴 현수막이 내걸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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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산고 김시훈(오른쪽)과 이효근 감독. / 강해중기자

주변에 비해 늦게 시작한 야구

김시훈은 다른 선수보다 출발이 늦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리틀야구를 하는 친구를 따라 강남 가듯 리틀야구단에 들어갔다. 때마침 양덕초 야구부 백승환 감독의 눈에 김시훈이 들어왔다. 백 감독은 또래보다 체격이 좋은 김시훈에게 엘리트야구를 해보겠느냐고 권유했다.

"어머니가 매우 반대하셨어요. NC에 지명된 뒤에야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때는 운동이 힘드니까 잠깐 하고 그만둘 줄 알고 해보라고 했는데 이렇게 프로야구단에 지명을 받을지는 몰랐다고."

그렇게 6학년이 되는 2011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야구에 발을 내디뎠다. 체격이 좋고 구속도 빨라 곧바로 투수로 낙점됐다. 그러나 공은 거칠었다. 양덕초는 2011년 전국소년체전에 경남 대표로 참가했다. 양덕초는 첫 경기에서 이기고 준준결승에 진출했다. 김시훈은 준준결승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올랐지만 두 타자만 상대하고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다.

"지금도 기억이 생생해요. 제구가 되지 않아 첫 타자를 몸에 맞는 공으로 내보내고, 두 번째 타자에게 볼넷을 내주고 내려왔어요. 더그아웃에서 펑펑 울었어요."

하드웨어가 뛰어난 김시훈은 '긁지 않은 복권'이었다. 마산동중으로 진학해 2학년 때부터 마운드에 오른 김시훈은 마산고 이효근 감독의 눈에 띄었다. "제가 경기구 담당이었어요. 공이 감독님 방에 있어서 가지러 갔는데, 그 자리에 마산고 감독님이 계셨어요. 감독님이 절 보시고 마음에 든다고, 같이 야구하자고 하셨어요."

"중2 때부터 봤었죠. 신체조건이 월등했습니다. 시훈이 하체를 보고 깜짝 놀랐어요. 좋은 하체를 가졌어요. 나와 같이 야구하면 잘 맞을 거라고 함께 야구하자고 했습니다." 이효근 감독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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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산고 김시훈이 캐치볼을 하고 있다. / 강해중 기자

고교 1학년부터 두각 드러내

김시훈은 마산고에서 이효근 감독의 배려로 1학년 때부터 마운드에 오르며 두각을 드러냈다. "3학년 주축 투수가 부상당한 이유도 있지만 큰 선수가 되라고 경기를 포기하면서까지 마운드에 올리기도 했습니다." 이 감독이 속내를 밝혔다.

"감독님은 부모님 다음으로 저를 키워주신 분입니다. 1학년 때 분명히 제가 올라갈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한 중요한 경기에 등판한 적도 있었어요."

김시훈도 감독의 배려에 고마움을 전했다.

고교야구 첫해인 2015년 김시훈은 7경기에 등판해 20과 3분의 1이닝을 던져 2승 무패 평균자책점 2.70을 기록하며 성장 가능성을 보여줬다. 2학년이던 지난해에는 15경기에 나서 58⅔이닝을 소화하며 2승 2패 평균자책점 2.29의 성적을 거뒀다. 1학년 때 7.20개였던 9이닝당 탈삼진율은 9.31로 껑충 뛰었다.

그러나 김시훈에게 지난해는 야구를 시작한 이후 가장 힘들었던 시기였다.

"야구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어요. 그런데 작년에는 힘들었어요. 전반기에는 제구도 잘되고 공도 원하는 대로 던질 수 있었는데, 후반기에 밸런스가 무너졌어요. 제구는 안 되고 마운드에서 오래 버티지도 못했죠. 그래서 내 길이 맞나 자책하기도 했어요."

부모님이 힘이 돼줬다.

"부모님이 부담감을 내려놓으라고 하셨어요. 마지막이다 생각했죠. 안 되면 그만하자 생각도 했어요. 부담감을 내려놓은 게 주효했어요. 봉황대기에 가서 8강까지 진출했고, 이닝도 길게 가져갈 수 있었어요."

김시훈은 올해 한 단계 더 성장했다. 올해 15경기에 등판해 73⅓이닝을 던져 6승 3패 방어율 2.71를 기록했다. 9이닝당 탈삼진율은 10.36개로 탈삼진 능력은 한층 성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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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산고 김시훈, / 강해중 기자

창단 때부터 바랐던 팀, NC다이노스

지명 발표 직후 만난 김시훈은 "NC는 창단된 뒤부터 줄곧 오고 싶던 팀이었다. (구단에서) 좋게 봐주시고 뽑아주셔서 고맙다"고 소감을 밝혔었다. 지금은 어떤 기분일까.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것 같아요. 지명되기 전에는 마음 졸였는데 지금은 평소와 다르지 않아요. 그리고 입단이 결정돼 고민하지 않고 야구를 할 수 있어서 더 편안해졌어요. 대신 부모님 걱정은 더 커졌어요. 프로 무대에서 어떻게 버텨낼지 더 걱정된다고 하세요."

김시훈은 1차 지명 이틀 뒤인 지난 6월 28일 NC 김경문 감독에게 인사를 하려고 마산야구장을 찾았다. "매우 많이 긴장했어요. 감독님이 고교야구와 프로야구는 다르다. 프로는 매일 경기를 한다. 마운드에 언제 올라갈지 모르니까 항상 준비해야 한다고 하셨어요. 제가 남들보다 먼저 뽑힌 만큼 먼저 준비해야 먼저 성공한다고 조언해주셨어요."

롤모델은 미국 메이저리그의 노아 신더가드(뉴욕 메츠), 일본프로야구 오타니 쇼헤이(니혼햄), NC 이민호다. 그는 "세 선수 모두 자신 있게 자신의 공을 던져요. 마운드에서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닮고 싶어요."

김시훈은 자신 있는 투구로 KBO리그 최고 선발투수가 되겠다고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프로 가서 기죽지 않고 남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수가 되겠습니다. KBO리그에서 최고 선발투수가 되고 싶어요. 첫 번째 목표는 1군 마운드에 올라가는 거예요. 계속 따라다니면서 배우고 싶어요. 그러고 나서 이른 시일 내 선발 자리를 꿰차 로테이션 도는 게 목표입니다. 먼저 내년 정규시즌 개막 엔트리에 들고 싶어요."

스카우트 출신 유영준 NC 단장도 "김시훈은 연고 지역 최고 유망주로 스피드뿐만 아니라 경기운영능력이 뛰어난 선수"라며 NC다이노스의 차세대 선발투수감으로 기대했다.

김시훈은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김경문 감독님이 제가 잘해야 연고 지역 팬들을 모을 수 있다고 하셨어요. 팬들에게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어요. NC 팬들이 야구장에 오고 싶은 마음이 생기도록 잘하고 싶어요. 열심히 노력하는 선수가 되겠습니다. 많이 관심 가져주시고 응원해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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