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인들은 식사 후 진한 에스프레소를 자주 마십니다. 마른 음식을 주된 식단으로 하는 유럽인들이 식사 중 와인과 맥주 혹은 탄산수를 곁들인 식사를 마친 후, 체내에 음식이 흡수되는 과정에서 기름 성분의 분해와 흡수를 도와주는 기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반해 연한 커피를 다량으로 마시는 미국의 음식은 피자나 스파게티, 스테이크 등 대다수의 음식이 소금을 주된 간의 재료로 사용해 상당히 짠 편입니다. 연한 커피가 이러한 짠 음식들의 섭취 시 목 넘김을 부드럽게 하는 기능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진한 커피인 에스프레소와 연한 커피인 아메리카노는 이처럼 서구인들의 식생활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커피 음료입니다. 하지만 이는 진정한 커피의 맛과 향의 풍미를 느끼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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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가 있는 결점두. / 박순표 밀양 좋은 커피 바르게 마시기 대표

식사 중간의 공복 때나, 하루 중 편안하게 커피를 마시는 시간을 가지고 싶은 현대인들에게는 핸드드립 커피가 보다 고상하고 커피 본연의 맛과 향을 느끼기에 적합한 고급 커피로 인식되기 시작했습니다.

최근에 많은 카페들이 드립커피의 메뉴를 추가하거나, 에스프레소와 아메리카노는 판매하지 않고, 드립만 취급하는 드립커피전문점들이 속속 등장하는 것을 보면 이러한 드립커피로의 시장흐름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이왕 마시는 커피라면 보다 고급스럽고 커피 본연의 맛을 잘 표현하는 드립커피로의 전환은 반기고 환영할 부분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드립커피의 열풍과 확산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고급스러운 맛을 구현해서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맛있는 커피집이 드문 것 또한 현실입니다.

이제부터 드립커피의 확산과 유행 그리고 이를 제공하는 카페가 수없이 많음에도 제대로 된 맛을 구현하는 카페들과 개인들을 만나기 힘든 여러 가지 이유들을 하나하나 같이 살펴보았으면 합니다.

커피를 고열의 도구로 볶는 과정을 로스팅(Roasting)이라고 합니다. 로스팅을 직접 하는 개인이나 카페, 원드 판매업자들의 경우 로스팅 전에 개별적으로 볶지 않은 생 커피콩을 구매합니다. 이러한 콩들을 생두(Green Bean) 혹은 볶지 않은 생두(Unroasted Green Bean)이라고 부릅니다.

커피의 생산과 유통 과정 중, 커피콩을 볶는 소비들에게 도착하기 전에 구조적으로 문제가 발생해 먹기에는 곤란한 커피콩들이 있는데 이를 결점두라고 합니다. 대표적인 결점두는 생산과 유통과정에서 섞거나 부패한 콩들입니다. 더불어 작은 벌레가 커피콩 안에 침투하여 알을 낳는 경우입니다. 벌레 먹은 콩들은 내부가 푸른곰팡이로 가득 차게 되어 먹기에 곤란한 상태가 됩니다. 수확과 유통과정에서 습기와 수분 관리를 잘못하여 커피 표면에 곰팡이가 피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떫은 감처럼 덜 익은 상태로 수확된 커피콩 또한 먹기에 곤란한 것들입니다. 적정한 수확 시기를 지나쳐 버려 과도하게 익어 버린 콩들 또한 먹기에 곤란한 것들입니다. 때로는 커피콩을 수확해서 정제하는 과정에서 화학적 발효 과정을 거치는 경우가 있는데, 지나치게 발효된 커피콩 또한 먹기에 곤란한 것들입니다. 위에서 열거한 경우 외에도 다양한 경우의 결점두 형태가 존재를 합니다.

우리의 일상 속에 부지불식간에 깊숙이 파고든 커피이지만, 이러한 결점두의 존재를 알고 커피를 마시는 이들이 상당히 드문 것이 불편한 사실입니다. 필자는 직접 생두를 구매해서 커피콩을 불에 볶는 로스팅을 하기 전에 일일이 손과 나무 집게를 이용해 사용하고자 하는 생두에서 벌레 먹거나 부패한 결점두를 가려내는 작업을 단 한 번도 거른 적이 없습니다. 필자와 더불어 커피를 즐기는 밀양의 지인 중, 커피를 제대로 배우고자 마음먹은 이들 중 대다수가 이 결점두를 가리는 단순 반복적인 힘겨운 노동에서 중도 포기하고 마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보기에는 단순하고 쉬운 과정이지만, 커피를 정말 좋아하거나 단순 반복의 육체를 행위를 잡념을 줄이는 수행으로 인식하는 이들이 아니라면 사람을 상당히 힘들게 하는 과정이 결점두를 손으로 가려내는 행위입니다.

손으로 집어서 가려내기 때문에 영어로 표현하면 핸드픽(Hand Pick)이 됩니다. 이 지겨운 핸드픽의 과정을 포기하고 문제를 가볍게 해결하는 이들을 현실에서 많이 목도하게 됩니다. 핸드픽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문제 있는 결점두와 깨끗한 커피콩을 구분하지 않고, 두 눈 질끈 감고 한 번에 다 같이 구워서 먹거나 타인들에게 제공하는 경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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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상두 . / 박순표 밀양 좋은 커피 바르게 마시기 대표

독자 여러분, 눈을 감고 상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썩고 부패하거나, 콩 표면에 곰팡이가 피거나 커피콩 내부에 벌레 먹은 푸른곰팡이가 가득한, 문제 있는 콩들을 고열로 구워내어 추출한 커피를 피땀 흘려 번 소중한 각자의 돈으로 고상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마시고 있는 장면을 말입니다.

필자는 결점두를 가리지 않고 그냥 볶는 커피 업계의 현실을 목도하고 나서, 머리털이 곧추서고 소름이 끼치는 충격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이러한 과거의 경험이 필자에게 좋은 커피를 바르게 마시는 사회적 운동을 시작하게 만든 시발점이 되었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필자는 결점두가 커피 맛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서 소량의 커피콩 중 깨끗한 콩만으로 볶아보고, 깨끗한 콩과 결점두를 적절히 섞어서도 볶아보고, 결점두만 가지고도 볶아보는 등 볶음의 정도를 달리하여 여러 차례 실험을 해 본 경험이 있습니다. 그 경험을 통해 필자는 한 주먹 정도의 커피콩을 볶는 데, 2~3개의 결점두만 포함되어도 커피 맛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됐습니다.

결점두의 존재와 커피 맛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을 독자 여러분들이 아셨다면, 향후 커피를 마실 때에 상당한 주의가 필수적일 것이라 생각됩니다. 더불어 수많은 시민들이 마시는 커피에 이러한 부정적인 결점두가 포함되어 있다면 이것들이 국민건강에 미치는 영향도 지대한바, 작게는 시와 군의 보건소와 위생과 차원에서 보다 넓게는 광역자치단체와 보건복지부 그리고 중앙정부 차원에서의 적절한 대책과 규제의 정립이 요구되는 시점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피플과 경남도민일보를 아껴 주시는 독자분들께서는 항상 결점두의 문제를 염두에 두고 커피 생활을 즐기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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