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사이사이 마주한 보물같은 공간들

'드디어' 남해입니다. 젊은 예술인들의 모험과 탐험이 시작됐습니다. 다양한 도전과 실험이 넘쳐납니다. 시골에서 문화와 예술로 삶의 방법을 모색하는 '돌창고 프로젝트'는 자신 있게 약속을 내겁니다. 남해의 돌창고를 보존하고 작품활동 공간으로 재생하는데 공동체와 협력하겠다고요. 곧 대정마을에도 돌창고를 엽니다. 부산에서 활동했던 일러스트레이터는 자신의 작품 '바게트호텔'을 지었습니다. '왜 하필 남해에서'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다는 부부는 복잡한 곳을 떠나온 에너지를 자신들에게 쏟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이렇듯 남해는 전혀 생각치 못한 재미난 공간이 작은 마을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그동안 수소문은 걸어서 갈 수 있는 문화공간을 소개했는데, 남해는 교통수단의 힘을 빌려야 합니다. 넉넉한 바다 위 섬처럼 이들도 공간도 그렇습니다. 저희는 돌창고 프로젝트(시문마을)-B급 상점(석교마을)-책의 정원(신촌마을)-바게트호텔(지족마을)로 향했습니다. 차로 20분 내외 거리였지만, 고개를 넘고 꼬불꼬불한 산길이라 여행길이었습니다. 또 공간마다 버스정류소가 있어 마을버스를 이용해도 좋습니다.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다운 바다에 터를 잡은 젊은이들. 찾았다, 보물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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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밖으로 나온 그림 속 호텔 - (1) 바게트호텔 (삼동면 동부대로 1876번길 38)

그림으로만 존재할 것 같은 호텔이 세상 밖으로 나왔다. '키미앤일이'로 활동하는 일러스트 작가 김희은(31)·김대일(38) 씨가 직접 만든 그림책 '바게트호텔'을 현실로 구현시켰다. LP판에서 흘러나오는 재즈풍 노래와 그윽한 나무 향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소파와 벽면이 내뿜는 동화적 색감은 이국적 정서를 품었다. 연필, 메모지, 열쇠 등 아기자기한 소품도 눈길을 끈다. 커피숍은 아니다. 숙박도 할 수 없다. 그저 그림 속 풍경에 머물다 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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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게트호텔 (삼동면 동부대로 1876번길 38).

60년 세월, 멋스럽고 아늑한 문화 공간 - (2) 돌창고 프로젝트 (삼동면 봉화로 538-1)

낡고 오래돼 쓸모없어져 허물어질 줄만 알았던 돌창고가 새로운 가치를 입었다. 시문마을 주민들이 양곡과 비료를 저장하던 곳을 도예가 김영호(44) 씨와 문화기획자 최승용(33) 씨가 의기투합해 전시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자연석 돌과 녹슨 아치형 철문에 남은 60여 년 세월의 흔적이 멋스럽다. 맞은편 건물 1층에는 커피숍, 2층은 전시 작가가 창작 작업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몄다. 고즈넉한 정취 속 잔잔하게 흐르는 문화·예술이 이색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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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창고 프로젝트 (삼동면 봉화로 538-1).

누군가에게 '특별함' 안기고 싶다면 - (3) B급 상점 (남면로 66번길 41)

부산에서 생활하던 부부가 우연히 남해로 여행 왔다가 시골이 주는 편안함에 이끌려 터를 잡았다. 마늘 말리고 호미, 낫을 보관하던 집 창고를 개조해 아내 한송이(34) 씨가 'B급 상점'이라 이름 붙였다. 완벽하지 않아서 더욱 친숙하게 다가설 수 있음을 뜻한다. 남편 우세진(39) 씨가 나무로 직접 만든 장식품과 보헤미안 테이블보 등 개성 있는 소품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누군가에게 특별한 선물을 주고 싶은 '보물섬' 남해를 닮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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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급 상점 (남면로 66번길 41번지).

여유로움으로 가득 채운 작은 '정원' - (4) 책의 정원 (남해읍 평현로 173번길 44-20)

논밭이 펼쳐진 풍경에 독특한 원목 느낌의 건물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테이블 하나에 겨우 의자 세 개 놓인 작은 공간. 꼭 개인 서재처럼 조용하고 아늑하다. 은은한 조명 아래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책장을 넘길 수 있을 것 같은 여유로움도 느껴진다. 신간과 중고 책이 환경, 여행 등 주제별로 잘 정리돼 있다. 주인장이 따로 자리를 지키고 있지 않다. 도움이 필요하면 책방 벽면을 맞댄 건물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 중인 이지은(42) 씨를 찾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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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정원 (남해읍 평현로 173번길 4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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