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드림 스타] (7) 김해 한일여고 김우정 학생
'우슈 가족'피 이어받아 전국 대회 우승 등 두각
대련 상대 없어 홀로 훈련...연습 환경 열악하지만 "한 번도 포기 생각 안 해"

우슈는 '무술(武術)'의 중국어 발음이다. 우슈는 무술이 지닌 예술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표현 연기를 채점하는 '투로'와 일대일 대련을 하는 '산타' 두 종류가 있다.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이지만 일반인에게는 여전히 생소하다.

김해 한일여자고등학교 김우정(18) 양은 주먹과 발을 이용해 상대방을 때리거나 넘어뜨리는 격투기인 '산타' 선수다. 인기 종목이 아니어서 주목을 받는 것도 아니고 입술이 터지기도 하는 거친 운동임에도 우정 양은 산타 매력에 푹 빠져 있다. 우정 양은 우슈 국가대표를 꿈꾸며 오늘도 고군분투 중이다.

◇우슈 가족 = 우정 양 고모부는 우슈 종목에서 유명인인 제응만 경남우슈협회 전 전무이사다. 어릴 때부터 운동을 좋아했던 우정 양은 고모부가 태극무술관을 개관하면서 자연스레 들락날락하며 시간을 보내게 됐다. 우정 양이 10살 되던 해인 2009년, 경남 우슈협회장배 소년·소녀무술대회 초등 2부 산타 25㎏급에 출전해 1위를 차지했다. 첫 출전에서 1위를 차지한 이후 12살 전국학생우슈쿵푸선수권대회(39㎏급) 등 전국대회에서 1위에 오르며 승승장구했다.

▲ 김해 한일여고 김우정 양이 고모부인 제응만 장유태극무술관 관장과 함께 훈련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우정 양은 네 자매 중 둘째다. 중 3인 동생(셋째) 역시 고모부 지도를 받아 우슈(투로) 국가대표가 목표다. 우정 양 사촌 언니는 현 우슈(투로) 국가대표인 제가영 씨다. '우슈 가족'이다 보니 서로 자극제, 보충제, 영양제 역할을 한다.

남다른 맷집과 넘치는 파이팅으로 승승장구하던 우정 양도 고등학생이 되면서 고민이 많아지고 있다.

우정 양은 "중국 무술이다 보니 중국과 그 외 나라 실력 차이는 상당하다. 남자 성인 산타 선수들도 중국 무술학교 학생들과 시합을 꺼릴 정도로 실력 차이가 크다. 중국 현지훈련이 그만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재능을 뛰어넘을 연습량이 요구되지만 현실은 마음만큼 따라주질 않는다.

우정 양은 일반고등학교에 다니며 야간자율학습 시간 무술관을 찾는다. 무술관에는 투로 선수 지망생은 있지만 산타 선수 지망생은 없다. 겨루기는 쌍방이지만 우정 양은 홀로 샌드백에 펀치를 날린다. 그렇게 매일 2시간씩 기초체력 훈련을 한다. 훈련 상대가 없어 유튜브에 올라온 다른 선수들의 경기를 분석하는 등 영상으로 스파링하고 있다.

우정 양에게 중국 현지훈련은 견문을 넓히고 실력을 키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하지만 3주간 훈련에 드는 체류비와 이동비는 개인 부담이다.

우정 양은 경남도민일보 '드림스타' 장학금을 받아 지난 7월 여름방학 동생과 함께 중국 무술학교로 현지 훈련을 다녀왔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중국에서 훈련하고 돌아온 우정 양은 "짧은 시간이지만 체계적으로 운동하고 부족한 기술을 배울 수 있다. 무엇보다 실력 차이를 확인하고 나면 자신을 다잡게 되는 계기가 돼 확실히 견문이 넓어진다"고 강조했다.

김우정 양.

◇"빨리 대학 가고 싶어요" = 도내 우슈를 하는 학생은 약 500명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학생들이 우슈 선수를 지망하지만 저변 확대는 쉽지 않다. 특히나 여자에게 더 많은 한계가 있다. 경남우슈협회는 전국체육대회 우슈 여자부가 없다는 것을 이유로 꼽는다.

전국체전 정식 종목으로 체급 종목에 우슈가 포함돼 있지만 남자부만 있다 보니 우슈 여자 선수 지망생은 경남체육고등학교 입학이 어렵다. 일반고등학교에 다니는 우정 양은 영산대 팀으로 들어가 좀 더 체계적인 훈련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하지만 영산대 역시 우슈 전공이 아닌 태권도학과 동양무예 전공 파트 중 하나로 우슈가 있을 뿐이다. 이마저도 입학 정원이 한정돼 있다 보니 진로로 선택할 수 없어 포기한 '우수한' 우슈 선수 지망생이 많다.

우정 양은 "투로 코치이자 고모부 지도로 이만큼 달려왔지만 연습량과 기술 면에서 한계가 있다. 마음대로 충분히 연습할 환경은 안 되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생각은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별다른 지원은 없다 해도 대학팀을 가면 겨루기할 상대가 있다. 빨리 대학에 가서 샌드백이 아닌 상대를 두고 연습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해 한일여고 김우정 양이 고모부인 제응만 장유태극무술관 관장과 함께 훈련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우슈 전문가 식견으로 우정 양은 '유망주'로 꼽힌다. '열 대 맞아도 꼭 한 대를 때리겠다'는 근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한 대를 맞으면 위축돼 몸이 뒤로 빠지게 마련인데, 우정 양은 주저 없이 펀칭을 날린다는 것.

우정 양은 "아버지가 혼자 벌이를 해 동생과 제 뒷바라지가 힘든 게 제 눈에도 보이지만, 우리에게 그만뒀으면 좋겠다는 말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다"며 꼭 국가대표가 돼 보답하겠다는 다부진 포부를 밝혔다. 우정 양 표정을 보니 더 큰 꿈, 꼭 이뤄질 거라 확신해본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