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권민호 시장의 정적 제거 사주 의혹 사건이 권 시장 측근인 김두환 전 거제시의회 부회장 구속 등을 계기로 윤곽이 드러나는 양상이다. 조폭 출신 장명식 씨가 지심도 유람선 허가를 대가로 권 시장으로부터 자신의 정적을 제거해 달라는 사주를 받았다고 폭로하면서 드러난 이 사건은 지역 정치권이 연관된 의혹으로 번지고 있다. 지역 정치인들이 연루된 '게이트'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할 부분도 늘었다.

이번 사건의 밑그림은 유람선 업자-조직폭력배 출신 장 씨-김 전 시의회부의장-권 시장으로 이어지는 유착 관계다. 권 시장과 업자의 핵심 고리 가운데 장 씨와 김 전 부의장은 두 사람의 중간 고리 역할을 했으며, 업자와 장 씨, 김 전 부의장 사이에 금품이 오간 흔적도 드러나고 있다. 이 중 김 전 부의장은 장 씨를 통해 유람선 업자에게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장 씨에 뒤이어 구속됐다. 이번 사건을 정치 게이트로 키운 것은 김 전 부의장만이 아니다. 장 씨가 변광용 민주당 거제당협위원장, 김해연 전 도의원, 한기수 거제시의회 부의장 등 권 시장의 '정적' 등에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하는 공작을 벌였다고 주장함으로써 사건은 정치공작 의혹의 양상을 띠게 됐다. 이제 검찰 수사는 본 사건의 핵심 의혹에 있는 권 시장에게 겨누어져야 할 것이다. 업자의 이익을 봐주는 대가로 정적을 제거하라고 사주했다는 의혹은 범죄영화에나 나올 만큼 믿기 어렵지만 측근이 구속된 터에 권 시장도 수사 과녁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권 시장이 자신의 민주당 입당을 반대하는 인사들을 제압하라고 사주했다는 것이 유람선 업자의 주장이고, 업자와 장 씨가 변 위원장 등 민주당 인사들을 상대로 공작을 벌였다고 주장한 만큼 민주당도 검찰 수사와 별개로 당 차원에서 진상 규명에 나서야 한다.

정치 공작, 정적 제거, 조폭 등 범죄용어들이 판치는 이번 사건은 살벌하기 그지없다. 속단은 이르지만 주민 복리에 쓰여야 할 지역 정치가 공작 정치로 얼룩진 것으로 확인된다면 이번 사건의 여파는 심대할 것이다. 지자체장, 지역 정치인, 이해관계 업자, 조폭 출신의 추악한 공생 관계 의혹이 사실인지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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