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서면 생각나는 분식 1번지
37년 한자리 국물 떡볶이·할매 비법 꼬마김밥
대통령도 반한 국수 등 맛만큼 깊은 사연 가득

흔한 말로 '안 먹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은 사람은 없다'가 딱 맞다. '너무 유명해서 소개는 생략'한다는 그곳. 바로 창원 마산부림시장이다.

"간만에 떡볶이 무러 창동에 나왔습니더. 아, 복희집 문 닫았네예. 다리가 아파서 고치고 온다는데. 우짭니꺼?"

지난 21일 오후 5시 창동예술촌 어귀에서 한 청년이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다.

"육이오 떡볶이요? 아, 맞습니꺼. 그리 유명해예? 알았습니더. 행님."

청년은 서둘러 마산부림시장을 향했다.

한복상가로 가는 길에 '6·25 떡볶이'가 있다. 강덕임(60) 주인장은 의자에 엉덩이 한 번 붙이지 못한 채 주문을 받고 포장을 하고 계산을 한다. 손님은 끊이지 않고 떡볶이를 주문한다.

창원 마산부림시장 모습.

일명 화분 떡볶이로 불리는 국물이 많은 떡볶이가 인기. 6·25 떡볶이는 37년간 한자리를 지키고 있다. 관련 비화가 많다. 국물을 흘리지 말라고 화분 받침대를 사용했다 지금은 접시로 써 화분 떡볶이, 노점이었던 시절 목욕탕에서 쓰는 낮은 의자를 손님에게 내주어 목욕탕 떡볶이, 앉은뱅이 떡볶이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린다.

지금은 가게 안팎에서 테이블과 의자를 두고 먹을 수 있다.

떡볶이 1인분, 잡채 1인분이 주문과 동시에 나왔다.

떡볶이는 숟가락으로 퍼먹어야 제맛이다. 달고 칼칼하다. 적당히 투명한 발간 육수는 입맛을 당긴다. 떡과 어묵, 달걀을 건져 먹지도 않고 내내 국물만 호로록. 결국 국물을 추가했다. 화분받침대를 들고 주인장에게 들고가면 듬뿍 퍼준다.

6·25 떡볶이에서 맛본 떡볶이.

"요즘 국물 떡볶이 많은데 우리를 못 따라가지. 맛이 달라. 세월이 얼만데."

강 씨가 손님을 맞으면서도 6·25 떡볶이에 대해 설명을 한다. 기본 재료에 물엿과 고춧가루를 넣고 팔팔 끓인 게 전부라는데, 이 맛을 잊지 못해 찾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6·25 떡볶이 한 집 건너 '할매 꼬마 김밥'도 손님들이 내내 기다리고 섰다.

할매 꼬마 김밥에서 포장한 김밥.

"문 닫을 시간인데…."

어머니가 만 김밥을 가위로 숭덩숭덩 써는 주인장이 혼잣말로 내뱉는다. 그러면서도 주문은 계속 받는다.

기본 5줄을 부탁했다. 가게 문 너머로 보이는 할머니가 고개를 숙인 채 손을 바삐 움직인다. 잠시 뒤 딸이 김밥에 깨소금을 뿌리고 한 입 크기로 잘라 손님에게 내어준다.

"얼굴은 나오지 않게 찍어주세요. 어머니한테 혼나요. 이름도 알려줄 수 없어요. 혼납니다."

6·25 떡볶이 강덕임 주인장이 손님을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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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매꼬마김밥 메뉴와 가격이 적혀있는 판.

주인장은 김밥이 맛있게 나오도록 잘 부탁한다면서도 둘의 이야기는 말해 줄 수 없다고 했다.

보통 김밥보다 얇은 꼬마 김밥은 단무지, 어묵, 당근, 시금치가 잘 어우러져 고소하고 짭조름한 맛을 낸다. 일회용 비닐봉지에 담긴 김밥을 쏙쏙 빼먹으니 어느새 동났다.

그 옛날 '쇠다라이'에 얇게 만 김밥을 내다 판 어느 할머니부터 내려오는 할매 꼬마 김밥은 주인이 바뀌어도 맛은 여전하단다.

6·25 떡볶이 잡채.

다음은 부림시장 '먹자음식코너'다. 꼬마 할매 김밥 맞은편 상가로 들어가면 가장자리를 삥 두른 옷가게 가운데 여러 음식점이 있다. 오픈 주방을 중심으로 테이블과 간이의자가 놓인 색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집마다 메뉴와 가격이 엇비슷해 단골로 운영된다.

그중 '우리할매집'은 대통령을 두 명이나 당선시켰단다.

비빔국수와 국수를 주문하고서 전외문(53) 주인장과 이런저런 이야기꽃을 피웠다. 그는 커다란 달걀 지단 여러 겹을 도마에 척 올리고 김밥용으로 쓱쓱 썰어냈다.

"우리 집에서 국수를 먹었지. 김대중, 이명박 대통령이. 사진도 찍고 그랬어."

우리할매집에서 맛본 국수.

먹자음식코너가 없던 1960년대 시어머니가 마산부림시장 강남극장 자리에서 달걀 장수를 했다. 1989년 전 씨가 이어받아 이곳을 지키고 있다.

"아까 어떤 아저씨가 지단 보고 김밥이 참 맛나겠다며 먹고 갔어."

전 씨 말에 김밥도 주문했다. 좁은 테이블에 푸짐하게 차려진 한 상은 보고만 있어도 군침을 돌게 한다.

우리할매집 비빔국수. 부추가 감칠맛을 더한다.

맛있는 고추장 맛으로 먹는 비빔국수와 뽀얀 국물을 자랑하는 국수는 우리가 아는 국수 맛 그대로다. 특히 적당히 양념을 한 부추가 씹는 맛과 감칠맛을 더한다. '아는 맛이 무섭다'고 익숙함과 친근함이 넘치는 곳이다. 이 외에도 맛나기로 이름난 집이 많다. 분식의 천국, 마산부림시장. 추억으로 먹는다는 옛 마산 시민에겐 고향 같은 곳이다. 

<메뉴 및 위치> 

◇메뉴 △6·25 떡볶이 3000원·잡채 3500원(오전 9시 30분~오후 9시 30분) △할매 꼬마 김밥 1인분 3000원(오전 8시 30분~오후 6시 30분) △우리할매집 국수 3000원·비빔국수 3500원(오전 10시~오후 7시)

◇위치: 창원시 마산합포구 3·15대로 352

◇전화: 부림시장 대표 번호 055-246-3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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