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천이 쓴 <사기(史記)>에 '복숭아와 오얏(자두)은 말이 없지만 그 아래로 저절로 길이 난다'는 글이 있다. 복숭아와 자두는 탐스러운 열매를 맺기 때문에 사람들이 찾아와 저절로 길이 난다는 말이다. 사람의 일생도 이와 다르지 않다. 사람이 훌륭하면 말없이 가만히 있어도 찾아오는 사람 때문에 길은 저절로 만들어진다. 남들에게 존경받으며 어떤 일에 뛰어난 사람에게는 사람이 모여드는 것은 순리다. 탐스러운 열매를 맺는 과일나무를 사람의 삶에 비유한 옛사람들의 지혜와 은유는, 우리에게 또 다른 눈으로 세상을 보라고 한다.

사람의 눈으로 자연을 보는 것과 자연의 눈으로 사람을 보는 것은 전혀 다르다. 옛사람들은 인간의 삶도 과일나무에 빗대어 자연이라는 절대 지평에서 사유했다. 인간의 눈으로 자연을 보지 않고 자연의 눈으로 인간을 보면 사람이 만물의 척도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사람도 자두와 복숭아처럼 열매를 맺을 수 있다면 말없이 있어도 저절로 사람들이 찾아와 길이 만들어진다, 외딴곳에 굽어져 어디에도 쓸모없는 나무라면, 쳐다보는 사람은 없고 새도 깃들이지 않을 것이다. 사람도 한평생 아무것도 남기지 못하고 의미 없이 살았다면 찾는 사람이 없을 것이고 이는 열매 없는 나무와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모여드는 이유 가운데 권력을 가진 사람이나 부자에게 세속의 이익을 가지고 계산된 마음으로 찾아가는 것은 그 순간에는 길이 될지 모른다. 세월이 지나 권력을 잃거나 당사자가 죽고 나면 그 길은 금세 잡초로 뒤덮여버릴 것이다. 그것은 장날이면 사람들이 붐비다가 장이 파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것과 같다. 그것은 잠시 생겼다가 발길이 끊어지면 없어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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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이 탐스럽게 열매 맺는 나무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삶을 나무의 일생과 비교하며 단 한 번만이라도 나무의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자.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자두와 복숭아나무처럼 맛있는 열매를 맺어 사람들이 찾아오게 할지를 생각하며 살아야 한다. 한 번뿐인 인생은 짧다. 길은 발로 걸어서 만든 것이고 역사는 사람이 쓴 것이다. 사람의 행동 하나하나가 자신의 역사를 만든다. 이처럼 나의 한 걸음 한 걸음이 내 역사가 되고 길이 된다면, 내가 복숭아나무가 될지 쓸모없어 버려지는 나무가 될지는 지금 내딛는 한걸음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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