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주의 작은 영화] (6) 9월 영화로 반짝이는 진주
'진주같은 영화제'지역민에 독립영화 볼 기회 제공
시민 프로그래머가 직접 뽑은 지역 단편작 상영도

진주의 가을은 10월에 열릴 축제 준비로 분주하다. 개천예술제를 비롯해 남강유등축제, 코리아드라마페스티벌 등 큰 규모의 축제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자못 여름 못지않은 열기도 느껴진다. 덕분에 진주 시내와 남강변 일대가 축제준비로 들썩일 때 경상대학교 앞도 함께 왁자지껄해진다. 진주에서 즐기는 작은 영화제, '진주같은영화제' 때문이다.

'진주같은영화제'는 2005년 12월 독립다큐멘터리로 시작한 영화제다. 올해로 벌써 12년째, 사정이 있어 진행하지 못한 몇 해를 제외하고서도 10여 년간 진행해오고 있다. 진주시민미디어센터 가좌동 이전 기념을 겸해 진행된 3회 영화제부터 국내외 다양한 독립·예술영화들을 초청해 지역에 소개한다. 지역에서 열리는 지역 영화제의 성격을 살려 경남과 부산·울산 지역에서 제작된 영화들도 상영하고 있다. 2~3일간의 짧은 기간이지만 회당 20~30편의 영화들이 진주같은영화제와 함께하고 있다.

아직 많은 진주사람이 '진주같은영화제'를 잘 모른다. 부산국제영화제처럼 유명한 감독, 배우들이 방문해 시선을 끄는 것도 아니고, 각종 매체에 광고로 노출되지도 않는다. 건물 3층에 있는 40석의 작은 상영관에서 길어야 3일 정도 진행하는 작은 규모의 영화제니 "진주에서 영화제를 한다고요? 전혀 몰랐어요!"라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처음에는 놀람 가득한 반응에 상처받은 마음을 어색한 웃음으로 달래곤 했다. 한데 한 해 한 해 영화제를 치르다 보니 바로 이 문장이 '진주같은영화제' 시작점이란 걸 깨달았다. 

독립예술영화전용관이 한 곳밖에 없는 경남, 그마저도 창원에 있어 독립예술영화 보려면 큰 맘 먹고 날을 잡아야 한다. 운 좋게 동네 영화관에서 상영해도 '퐁당퐁당' 시간표와 일주일 만에 상영이 종료되는 현실과 마주친다. 가끔은 택시 기사 아저씨께 '독립예술영화가 보고 싶은 서부 경남 사람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물어야 하는 거 아니냐며 푸념하기도 한다. 농담 같은 진담 안에는 보고 싶은 영화를 큰 스크린으로 볼 수 없는 아쉬움, 놓쳐버린 영화에 대한 안타까움, 문화 다양성에 대한 갈급함 같은 것이 가득해 매번 입 안이 쌉싸래해진다.

'진주같은영화제'는 그 쌉싸래한 맛을 잠깐이나마 씻어낼 수 있는 에이드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그동안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태풍이 지나가고>, 장거재 감독의 <한여름의 판타지아>, 윌리엄 H. 머시 감독의 <러덜리스>, 스테이시 패슨 감독의 <커피 한 잔이 섹스에 미치는 영향> 등 다채로운 영화들이 지역 관객들을 만났다.

22일에서 24일까지 진행한 올해 제10회 영화제도 갈증을 달래줄 다양한 영화들로 가득했다. 영화제 중심이 되는 지역 섹션도 다채로웠다. 공모작 25편 중 8편이 선정되어 '다인다색', '가족'이라는 주제로 각각 4편씩 묶여 상영됐다. 특히 지역 단편 상영작들은 5명의 시민 프로그래머들이 선정해 그 의미가 더 깊다. 시민 프로그래머들은 지난 6월부터 영화제와 프로그래밍을 중심으로 같이 공부한 후 토의를 거쳐 상영작을 선정했다. 

시민 프로그래머들이 선택한 키워드, '공감'이 더해진 만큼 관객들의 마음에 더 가깝게 와 닿은 작품들이다. 꼼꼼하게 준비를 한다고 하지만 '진주같은영화제'가 갈증을 해결할 한 방의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걸 안다. 그래도 10년 세월 동안 영화제가 조금씩 넓혀온 자리가 있다고 믿는다. 올해만 해도 시민 프로그래머, 지역 예술가들과 함께하는 부분이 많아지고, 관객들이 영화와 함께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도 조금(!) 늘어났다. 이렇게 천천히 하나씩 하다 보면 국제영화제와는 다른, 동네에서 즐길 수 있는 '우리' 영화제가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시민기자 조정주(진주시민미디어센터)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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