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자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새로운 일자리지만, 노동시장의 (재)진입 장벽은 실업자일수록 더욱 높게 작용한다.

이같은 현상은 기술이 없고 나이가 많을수록 심하지만 요즘은 기술을 갖춘 30대도 구직이 힘들어지고 있다.

2년 전만 해도 창원공단의 어엿한 중공업 회사에 다니던 ㄱ(37)씨는 장기휴업 등 고용불안에 시달리느니 새로 일자리를 찾는 게 낫겠다 싶어 98년 자진 사직했다.

하지만 ㄱ씨는 퇴직후 자신이 갖고 있는 선반 기술과는 전혀 무관한 모 근로자 파견업체에 취업할 수밖에 없었고 그나마 1년을 넘기지 못한 채 지난해 정리됐다. ㄱ씨는 올해부터 창원시가 실시하는 공공근로사업에 나가고 있다.

공기업에 다니다 99년 명예퇴직 당한 ㄴ(40)씨도 지난해 퇴직금 1억2000여만원을 친구의 꾐에 빠져 다 날리고 마땅한 기술이 없어 임시직을 전전하고 있을 뿐이다.

ㄱ씨와 ㄴ씨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건설 현장에서 일용 노동을 했던 ㄷ(51)씨는 나이까지 많은 탓에 받아주는 데가 없다.

자영업을 하다 밑천을 날린 ㄹ(43)씨도 나이는 40대지만 사정은 마찬가지. 이들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공공근로사업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는 실정이다.

실제로 실업대책범국민운동 경남본부(상임대표 곽준석 신부)가 지난해 12월 단순노무직 공공근로사업에 참여한 897명을 조사한 결과, 노동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은 50대 이상이 591명으로 전체의 66%를 차지했다.

반면 상대적으로 취업 가능성이 높은 30대 이하는 5명밖에 안됐으나, 활동이 왕성한 40대와 30대도 각각 145명 16.3%, 80명 9%로 비교적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재)취업이 어려운 사정을 반영한 듯, 이들 가운데 대다수인 693명이 실직 기간이 1년 이상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르면 50대 이상 전원 591명이 1년 이상 실직 상태에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30·40대 225명 가운데 100여 명이 1년 이상 실직자인 셈이다.

게다가 6개월 이상 1년 미만도 73명으로 9% 가량 돼 50대는 물론 30·40대 실업자의 노동시장 진입장벽을 실감하게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번 조사를 맡은 진재문 경남대 교수는 보고서에서 “기술훈련·정보 제공·취업 알선 등만으로는 이들을 실업상태에서 벗어나게 할 수 없다”며 “기술은 떨어지지만 노동력은 갖추고 있는 만큼, 이에 걸맞은 새로운 일자리를 마련하는 정책이 먼저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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