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민주화 시대를 열자] (3) 세계 최대 핵발전소 밀집단지(고리·울주)
지역발전 위해 '더 짓자'…."논쟁·합의 거쳐 자율유치 1500억 인센티브 소득↑ 기대"
생명이 우선 '중단하자'…"지원금 갈등만 부채질관광지엔 사람 발길 끊어져"

기구한 골매마을 이야기는 아픈 핵발전소 역사와 함께한다. 1970년대 원전이 추진되자 고리마을 148가구 중 40가구는 기장군 온정마을로, 40가구는 울주군 서생면 신리 골매마을로 이주했다. 그런데 골매마을 18가구는 신고리 3·4호기 때문에 지난해 신암마을로 또 이주를 했다. 주민 대부분은 삶의 터전을 잃고 뿔뿔이 흩어졌다.

부산시 기장군 장안읍 고리,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신암리는 붙어 있다. 개발독재시대 산업화를 위해 1978년 국내 최초 가동한 고리1호기를 시작으로 이 일대에 한 쌍씩 핵발전소가 계속 생겼다. 신고리 5·6호기를 건설하면 10기가 들어서게 된다. 세계 최대 원전밀집단지이자 반경 30㎞ 부산·울산·경남지역에 380만 명이나 사는 위험지역이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공정률 29%인 신고리 5·6호기를 계속 지을지, 중단할지 공론화 과정을 밟고 있다. 울주군 서생면은 갈등에 휩싸였다. 계속 건설하자는 쪽, 드러내놓고 반대 목소리를 못 내는 쪽, 침묵하는 주민으로 나뉜다.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사무소에서 바라본 신고리원전 공사현장, 둥근 지붕 건축물이 신고리 3·4호기다. 신고리 5·6호기 공사는 백지화­공사 재개를 결정할 공론화 과정에 들어가면서 중단됐다. /공동취재단

◇"계속 짓자" = 이상대(62) 울주군범군민대책위원장(서생면주민협의회장)은 신고리 5·6호기를 주민들이 자율유치했다고 강조한다.

이 위원장은 "계속 반대했지만 정부는 국책사업이라고 밀어붙이고, 한국수력원자력은 별별 공작을 부려서 8기가 들어섰다"며 "이럴 바에야 지역발전시키자고 5년 동안 논쟁과 합의를 거쳐 2012년 자율유치를 했다"고 말했다.

울주군이 집계한 한 해 세수는 지역자원시설세 70억 원(1기당), 5㎞ 발전소 주변지원금 100억 원 규모이다. 여기에 신고리 5·6호기 건설에 따른 1000억 원대 특별지원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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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대 위원장.

계속 짓자고 하는 쪽은 눈앞의 이익을 포기하지 못한다.

울주군 김갑식 원전정책과장은 "세금은 공공·복지사업에 투자하고, 공사인력 숙식은 지역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더구나 신리마을 200가구(토지소유자 포함 400명)에 대한 보상과 이주 문제가 걸려 있다. 고통 받아온 신리마을은 신고리 5·6호기가 백지화되면 이주도 무산될까 걱정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일용직 등 잠깐 머물렀다 가는 형태지만 건설기간 7~8년 동안은 지역경제에 도움이 된다. 지원금, 인센티브 사업으로 지역에 투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리원자력본부와 서생면주민협의회가 합의한 지역발전 상생협력 사업(주민 직접지원 인센티브)을 보면 주민소득 증대와 일자리 사업, 체험형 문화관광사업, 주민복지·건강증진사업에 1500억 원을 투입하기로 돼 있다. 이 위원장은 공론화 과정에 대해 정부가 구체적인 대안을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단하자" = 이종원(64) 서생면상인발전협의회장은 "주민협의회가 대표행세를 하는데 권한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씨족사회 성격이 강한 지역에서 반대 목소리 내기 어렵다. 원주민과 외지에서 온 사람들 간 보이지 않는 벽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 지역 권익을 위해 공사는 중단돼야 한다. 언젠가 터질 수 있는 위험에서 생명이 먼저 담보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생면에서 유일한 상업지역인 진하리 땅값은 예전엔 온양읍 소재지 남창리보다 배나 비쌌는데 역전됐다. 단적인 예로 그는 "3·4호기 들어설 때 엄청난 경제적 이익 생긴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모텔이 7~8개뿐이었는데 그 소문에 30개나 더 생겼다. 그런데 몽땅 망했다"고 말했다. 지원금을 둘러싼 갈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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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원 회장.

횟집과 도시락 업체를 운영하는 김정윤(64) 씨는 많은 돈이 지원된다지만 어디에 썼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김 씨는 "군민 생명 보장하는 대피로 같은 기반시설부터 갖춰야하는데, 구불구불하고 좁은 도로를 봐라"고 했다. 이어 "해돋이로 유명한 간절곶에는 발길이 끊겼고, 방사능 걱정에 횟집에도 사람이 없다. 수십만 명이 찾던 진하해수욕장에 최근에는 5만 명도 채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핵발전소를 반대하는 쪽도 신고리 5·6호기가 백지화되더라도 신리마을 이주, 인센티브 사업은 계획대로 집행해야 한다고 했다. 지금까지 피해를 감내하고 살아온 지역주민들에게 합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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