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학생 일부 왕복 2시간 통학 '불편'
주민 "문화·편의시설 조성해야" 반대

서울 강서구 공진초등학교 터에 특수학교가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는 주민 앞에서 "제발 학교가 들어설 수 있게 해 달라"고 무릎 꿇고 눈물을 흘리는 장애인 학생 부모들 모습은 차별, 이기주의, 공존 등에 대한 사회적 고민을 던졌다. 이는 서울시가 아닌 경남도로 지역만 바꿔도 현실은 마찬가지다.

"문제가 생기면 당신이 책임지나? 대안학교가 좋으면 당신 집 앞에 세우면 될 것 아니냐." '당신 집 앞에 세우라'는 발언은 우리 동네만은 안 된다는 말이다. 공진초교 갈등은 우리 곁에도 있다.

◇구암중 대안학교 설립 갈등 = 지난 21일 창원시 마산회원구 구암중학교에서 옛 구암중 활용방안에 대한 설명회가 열렸다. '대안학교 설립'을 주민에게 설명하는 자리였다. 주민 100여 명이 참석했다. "우리는 교육청 설명을 들으러 온 게 아니다. 대안학교 추진을 반대하러 온 것"이라고 한 주민이 말하자 박수가 쏟아졌다. 마이크를 집어던지고 욕설과 고성이 난무했다. 결국, 주민설명회는 무산됐다.

남중, 여중으로 운영되던 옛 구암중과 구암여중은 올 3월 1일 남녀공학인 구암중학교로 통합됐다. 교육청은 통합 추진 초기 옛 구암중을 독서와 체험, 문화공간이 어우러지는 복합문화시설로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학생들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취지에 따라 (가칭)창원행복마을학교, 창원예술학교, 창원자유학교, 악기도서관 등을 검토해왔다.

주민들은 설명회에서 "도교육청이 여러 차례 말을 바꾸면서 제대로 의견수렴을 하지 않았고, 주민들과 약속한 북카페·회의실 등 주민편의시설은 체육관 활용으로 축소됐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남녀공학 중학교, 대안학교가 있는 동네는 젊은 학부모들이 꺼리는 곳으로 전락해 결국 남은 주민들이 피해를 볼 것"이라며 원안대로 하지 않으면 남녀공학 통합 이전으로 돌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구획정리 때 구암동 주민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마련한 주민들 재산임을 강조했다.

도교육청은 대안학교를 편향된 시선으로만 바라보는 주민들이 안타깝다고 했다. 도교육청 학교지원과 관계자는 "옛 구암중에 들어설 자유학교와 예술학교는 중도 탈락한 아이들이 아닌 특기 적성을 발견하고, 실현하고자 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한다. 지난 4일 학부모들과 주민자치위원회를 대상으로 한 설명회에서 동의를 구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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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1일 창원시 마산회원구 구암중학교에서 옛 구암중 활용방안에 대한 설명회가 열렸다. / 이혜영 기자

◇웅천초 특수학교 설립 갈등 = 창원시 진해구 웅천초교는 내년 3월에 진해남문지구 새 학교로 이전 개교할 예정이다. 도교육청은 지난 2013년부터 진해지역 특수학교 설립 요구를 반영해 지난 5월 웅천초교를 특수학교로 임시 활용하는 방안을 웅천 주민에게 전달했다. 그러나 주민 반발에 부딪혀 지난 6월 잡았던 주민설명회를 무기한 연기했다.

도교육청은 특수학교 과밀을 없애고자 지역별로 특수학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거창군에 2019년 3월 개교를 목표로 공사 중이다. 밀양·창녕 권역, 남해·사천·하동 권역에 각 한 곳을 추가 신설할 계획이다. 특수학교 과밀이 전국에서도 심한 창원시에는 진해구 외에도 한 곳을 더 신설할 계획이다.

도교육청 학생생활과는 "총 9학급(중4·고5)으로 45명밖에 수용할 수 없는 웅천초교 활용은 부분적으로 하루라도 빨리 과밀학급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다. 진해에서 경남혜림학교(마산회원구), 창원천광학교(성산구), 일반학교에 다니는 특수장애학생 90여 명은 하루 2시간 이상 이동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치광 진해웅천살리기대책위원장은 "웅천동은 웅천읍성이 문화재로 지정되면서 7.5m 이상 건물을 건립하지 못하는 등 재산권을 침해받아왔다. 주민들은 특수학교가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소외받은 주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웅천초교 활용을 요구하고 있다"며 "역사관·도서관을 건립하거나, 부족한 중·고교 부속시설(종합체육관)로 활용해 주민들 불편을 먼저 없애는 방향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교육청은 웅천초교를 특수학교로 임시 활용하는 방안을 철회하고 신설을 당기는 방안 등 여러 대책을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곳에서도 주민들 반대에 부딪힐까 우려하고 있다.

'왜 하필 우리 동네에 세우려고 하느냐'고 반대하는 주민들은 "행정 기관이 충분한 논의 없이 한쪽 의견만 반영했다"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사회적 약자와 공존, 그리고 사회적 합의가 중요해지는 시대에 갈등을 최소화할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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