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창원서 활동하고 있어, 어떤 장르를 추구하진 않아
그저 하고 싶은 이야기할래, 못 먹고 못 살 수도 있지만
좋아하는 일 하니깐 맘 편해, 우리들의 노래 기대해도 좋아

행운을 부르는 황금돼지섬! 창원시 마산합포구 돝섬 잔디광장에서 오는 23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경남도민일보와 함께하는 '뮤직 인 창원 2017' 무대가 펼쳐집니다. 실력 있는 인디 뮤지션의 공연 퍼레이드에 앞서 출연진을 미리 만나보는 코너입니다. 청명한 가을 멋진 인디 뮤지션의 공연과 함께 돝섬에서 멋진 추억을 만드시길 바랍니다.

밴드 '트레바리'는 만나자마자 인사와 함께 1집 앨범을 건넸다. 음악을 전업으로 하는 이들에게는 앨범이 곧 명함이다. 이충만(보컬·기타), 최지민(드럼)으로 구성된 트레바리는 이제 데뷔한 지 1년 갓 넘은 신인이다. 2015년부터 준비해서 연습실과 녹음시설까지 갖추고서야 활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원래는 앨범 발표와 동시에 데뷔하려고 했지만, 워낙 실력이 좋다 보니 주변에 떠밀려 시작하게 됐다. 지난 7월 1집 정규앨범 <트레바리>를 발매하며 정식 인디밴드로 거듭났다. 열심히 활동했던 지난 1년, 밴드로서 자작곡을 담은 앨범이 없다는 사실에 많이 조급하기도 했다.

충만 씨와 지민 씨는 10년 지기이다. 중학교 때 교회에서 만나 음악을 하며 친해졌다. 그 뒤로 충만 씨는 작곡을 전공으로 음악의 꿈을 넓혔고, 지민 씨는 취미로 꾸준히 악기를 연주해왔다. 그리고 대학 졸업을 앞두고 다시 뭉쳤다. 원래는 베이스를 치던 박성민 씨까지 총 3명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얼마 전 성민 씨가 개인 사정으로 밴드를 떠났다. 베이스가 없어 조금 불편해졌지만, 지금 새 멤버를 구할 생각은 없다. 어차피 '오래된 친구끼리 하고 싶은 걸 해보자'며 모인 까닭이다.

공연하고 있는 트레바리.

'트레바리'라는 이름은 뜻밖에 순 우리말이다. 이유 없이 남의 말에 반대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란 뜻이다. 세상의 부조리나 부당한 것들에 딴죽을 걸며 세상을 좋은 쪽으로 바꿔보자는 의미에서 지었다. 그래서 트레바리 이름 앞에는 '록스피릿', '저항'이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은 정치적, 사회적 이슈에 대해 왈가불가하며 일부러 담론을 만들 생각은 없다. 단지 20대 청년으로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솔직하게 드러내고 싶을 뿐이다.

트레바리는 스스로 음악에 장르를 정하지 않았다. 당장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그에 어울리는 음악을 하겠다는 생각이다. 음악을 하는 목적이 자아 실현보다 일종의 탈출구 노릇을 하자는 목적이 더 크기 때문이기도 하다.

"주변 얘기를 들어봐도 회사, 취업 때문에 힘들다는 얘기밖에 안 해요. 삶이 아름답다는 감성적인 노래는 중년이 돼서 삶이 안정되면 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현재는 사는 게 너무 힘든데 그걸 다 무시하고 행복한 노래를 부르는 건 나를 포함한 청년에 대한 기만이라고 생각해요."

앨범 주제곡인 '점멸'은 그러한 음악적 신념이 잘 드러난 곡이다. 꿈과 현실 가운데 방황하고 있는 20대 후반 청년의 심리를 깜빡이는 점멸등에 빗대어 진솔하게 표현했다.

그렇다고 해서 항상 힘들고 슬픈 청춘만 노래하는 건 아니다. 1집 앨범 6번 트랙 '우리네 삶은 언제나 긴 밤과 짧은 낮의 겨울과 같구나'는 가사 역시 이 한 줄뿐인 노래다. '인생은 힘든 날만 많고 좋은 날은 적다'라고 들릴 수도 있지만 '그러니까 친구여, 이 추운 겨울에 나들목에 앉아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며 겨울을 잘 이겨나가자'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결국은 주변 사람들과 함께 행복하게 사는 게 목적이 아니겠느냐는 말이다. 마지막 트랙인 'Mr. Good Day'에서도 '지금은 힘들지만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노래한다.

트레바리는 지금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지만 현실과 타협하는 삶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래 청년들에게도 당장 하고 싶은 일이 있더라도 잠시 접어두고 안정적인 직장을 얻은 후에 취미로도 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하고 싶다는 마음만 있으면 언제든지 시작할 수 있으니 느긋하게 생각하라는 뜻이다.

연습실에서 마주보고 앉은 트레바리 보컬 이충만(왼쪽)과 드럼 최지민. /이서후 기자 who@

"못 먹고 못 살 수 있다는 각오, 그래도 이 일이 싫어지지 않겠다는 각오로 하고 있어요. 주위 친구들이 어느 회사에서 얼마의 연봉을 받고, 어떤 차를 타고 다니는지는 관심 없죠. 저희는 5만 원짜리 악기를 산다는 거에 신날 뿐이에요. 저희가 좋아하는 일에 집중하니까 자연스레 마음도 편해졌죠."

진해가 고향인 두 사람은 당분간은 부모님이 해주시는 집밥을 얻어먹으며 창원을 중심으로 활동할 생각이다. 23일 돝섬에서 열리는 '뮤직 인 창원'에서는 2인조 사운드로 편곡한 자작곡 3곡을 선보일 예정이다. 또 김창완 밴드의 '개구쟁이'와 신중현과 엽전들의 '미인'을 카피해 부를 생각이다. 트레바리는 이런 카피 곡을 준비하게 된 것을 미안해했다.

"각종 행사에서 자작곡만 부르는 밴드라고 욕먹을 만큼 자작곡을 사랑하는 밴드지만 급작스럽게 멤버가 나가는 바람에 대처할 시간이 없어 카피 곡을 선정하게 됐어요. 지역 뮤지션들이 한데 모인 축제에서 떳떳한 일은 아니에요. 정말로 자작곡을 해야 하는 곳에서 못하는 저희 심정도 너무 억울하고 관객들이나 뮤지션들에게도 죄송해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니 양해를 구하고 싶네요." <끝> 

※트레바리의 공연은 오는 23일 돝섬에서 열리는 '2017 뮤직 인 창원' 2부 메인 스테이지(오후 3시 30분~6시)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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