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프레지던트>개봉 전부터 '박사모 영화'논란
"독재자 모습 보여줄 필요 있나"vs"전형적 좌파 꼼수"
김재환 감독 전작·영어제목·개봉일에 반전 숨어있어

희한한 다큐멘터리 영화 한 편이 오는 10월 26일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김재환 감독이 만든 <미스 프레지던트(Mis President)>입니다. 이 영화를 두고 '박정희 찬양이냐 아니냐' 논란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어느 편에 서기보다 박사모는 왜 그럴까 하는 의문 하나만 들고 묵묵히 사실을 따라갔을 뿐이라고 말합니다. 감독은 박정희의 정치적 고향인 경상도에서 시사회를 열고자 마음먹었습니다. 그래서 지난 8월 24일에는 울산, 지난 21일에는 부산에서 시사회가 진행됐습니다. 경남에서는 경남도민일보가 주관해 정식 개봉을 일주일 앞둔 10월 19일 CGV 창원더시티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우선 울산 시사회 분위기를 전한 기사를 보시죠.

<미스 프레지던트> 줄거리

"죽을 만큼 사랑합니다."

청주에 사는 농부 조육형 씨는 매일 아침 일어나 의관 정제하고 박정희 사진에 절하며 국민교육헌장을 암송한다.

새마을 운동 역군으로 자신의 존재를 불러주었던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감사가 삶의 힘이고 사람의 도리라 여긴다.

울산에 사는 김종효 씨 부부는, 6·25 직후 동네마다 굶어 죽는 사람이 흔하던 시절에 배고픔이란 원초적 공포를 해결해준 박정희 대통령만 생각하면 두 눈에 눈물이 고인다. 흰 한복을 입고 병든 자를 안아주었던 육영수 여사 이야기만 나오면 돌아가신 엄마를 그리워하듯 슬픔과 추억에 잠긴다.

박정희·육영수의 딸 박근혜의 탄핵이란 충격적인 상황 앞에서 이들은 세상이 뒤집힌 듯한 혼란을 느끼는데….

첫 시사회, 눈물의 만원사례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모임인 박사모가족(중앙회장 이희철)이 지난 8월 24일 다큐멘터리 영화 <미스 프레지던트(Mis President)>를 단체 관람하면서 눈물을 흘리는 등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을 과시했다.

박사모가족 중앙회가 주관한 단체관람을 한 후 지지자들은 "박정희 전 대통령 탄신 100주년을 맞아 경제성장 등 박 전 대통령 아버지의 업적이 잘 두드러진 영화"라는 평을 내놨다.

박사모가족 회원들은 영화에 대해 "박정희 전 대통령이 6·25전쟁 후 혼란한 대한민국의 국민이 헐벗고 굶주림에서 벗어나도록 하기 위한 일념으로 새마을사업 등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하여 헌신했다"면서 "특히 육영수 여사를 잃은 가운데서도 국가 재건을 위하여 헌신하신 내용을 돌이켜 본 것"이라고 평했다.

박사모가족 이희철 회장은 "박 전 대통령은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덕목 중 가장 중요한 원칙과 공감을 몸소 실천하셨다"면서 "박근혜 대통령이야말로 국가를 위해 헌신하던 진정한 대한민국 지도자였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미스 프레지던트>는 오는 10월 26일 개봉에 앞서 울산에서 첫 시사회를 열었다. 박사모가족 단체관람은 이날 오후 8시 울산 남구 삼산동 롯데시네마 울산 3관 전석을 예약해 진행됐고, 예약한 250석이 꽉 차면서 순서에서 밀린 나머지 60~70명은 발길을 돌려야 했다.

박정희 찬양 영화일까

박정희 부녀의 이야기를 다루고, 박근혜 지지자들이 울었으니 전형적인 '박정희 찬양 영화'라고 아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영화에는 반전이 숨어 있다.

① Miss가 아닌 Mis

영화 제목 <미스 프레지던트>를 한글로 읽으면 흔히 결혼하지 않은 박근혜 씨를 말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영화 포스터의 영문은 결혼하지 않은 여성이나 추모를 의미하는 'Miss'가 아닌 'Mis President'다. '잘못된, 나쁜'이라는 뜻으로 일부에서는 '나쁜 대통령'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② 영화 개봉일이 10월 26일

<미스 프레지던트>의 개봉일은 10월 26일이다. 박정희의 사망일이기도 하지만 일부에서는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이 박 씨를 암살한 의거 일로 여기는 날이다.

김재규 부장은 항소이유 보충서에서 '10·26 이후 유신체제는 완전히 무너졌다'라며 '민주회복을 위한 혁명이 성공했다'라고 주장했다. 결국, 영화 개봉일 10월 26일은 박정희가 죽은 날을 가리키는 의미도 있지만, 유신독재가 사라진 날이기도 하다.

③ < MB의 추억 > <쿼바디스> 등 연출한 감독

<미스 프레지던트> 감독은 이명박 정부를 다룬 다큐멘터리 < MB의 추억 >을 연출한 김재환 감독이다. 김 감독은 교회를 비판한 <쿼바디스>와 맛집 방송의 문제점을 다룬 <트루맛쇼>를 연출하고, <자백>의 프로듀서이기도 하다.

김 감독의 전작을 통해 본다면 무조건 박정희 부녀를 찬양하는 영화로 보기 어렵다.

박정희 신화를 분석하다

영화는 박정희를 가리켜 아직도 '위대한 영도자'라고 부르며 박근혜 탄핵에 눈물을 흘리는 이들을 무조건 배척하지 않는다.

김재환 감독은 영화를 통해 대를 이은 박정희 부녀의 신화가 어디서 나왔는지를 찾으려고 한다. 실제로 김 감독은 지난봄, 박근혜 씨의 정신 분석을 하려고 했지만, 현직 대통령의 정신을 분석하겠다는 전문가들은 없었다고 한다.

<미스 프레지던트>를 놓고 진보 진영 측에서는 '독재자 박정희의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느냐'라는 비판과 함께 '무조건 비난하기보다 냉정하게 그 시대와 사람들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극우 보수단체나 박사모 내부에서도 여론이 갈린다. '전형적인 좌파의 꼼수'라는 의견과 함께 '그래도 박정희, 육영수 여사의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았다'라는 주장도 있다.

우리 사회에 남아 있는 '박정희 신화'의 이유가 무엇인지, 영화를 통해 한 번쯤은 돌아볼 필요는 있어 보인다.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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