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복권에 당첨된 사람은 대부분 그 사실을 숨기고 싶어 한다. 그 이유야 다 아는 것처럼 당첨 사실이 알려졌을 때 누군가에게 돈을 나눠주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자리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종종 당첨금을 둘러싼 형제자매, 부모자식 간 갈등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한다.

통영시가 루지, 이른바 바퀴달린 썰매로 주가를 올리다 최근 고민에 빠졌다. 시는 이달 초만 해도 탑승객 100만 명을 넘었다고 자랑하는 등 관광도시 통영을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며 대대적인 홍보를 해 왔다. 과한 자랑이 화근이었을까? 통영에서 루지를 운영하는 뉴질랜드 회사가 부산 기장에 같은 시설을 짓겠다고 한다. 시가 마땅히 제재할 방안이 없어 우왕좌왕하는 사이 뉴질랜드 또다른 업체가 양산에 트랙 길이 2.2㎞의 단일노선 세계 최장 루지를 설치하겠다고 나서 시로서는 아주 갑갑한 상황이 됐다. 가뜩이나 루지 수익금 배분에 통영시 몫이 쥐꼬리라는 것과 지역민 혜택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시가 루지를 유치하려고 사유지를 사들이는 등 16만여㎡를 업체 측에 30년간 무상 사용토록 하면서 티켓 판매수익의 4% 정도만 받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사실 문제는 근본적으로 남이 잘 되면 무조건 따라하려는 지자체의 벤치마킹이다. 벤치마킹 본질이 장·단점을 분석해 한층 더 업그레이드하거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임에도 복제나 모방만 하다 보니 이런 사달이 생긴다. 레일바이크도, 케이블카도, 집라인도 마찬가지다. 묘안은 통영시가 더 좋은 시설을 앞세운 후발주자와 '제로섬 게임'을 벌이지 않으려면 통영만의 새로운 아이템을 찾는 수밖에 없다. 설령 다른 지역에서 또다시 따라 하더라도 루지와 연계한 아이디어로 더 큰 '대박'을 터트려야 한다.

내가 주로 다니는 길에 로또 판매점이 있다. 한산하던 이곳은 금·토요일이면 제법 북적인다. 생각난 김에 나도 복권 한 장 사 볼까? 그런데 내가 당첨됐다면 알려야 할까, 입 닫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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