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명절을 앞두고 우리밀 생산자들은 파종중단을 염려하고 있다. 재배계약을 시작으로 파종-생산-수매로 이어지는 선순환과정이 최근 급격하게 늘어난 우리밀 재고물량으로 인해 딱 멈춰 선 듯한 위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구곡에 묶여있는 수매자금과 신곡 판매가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수매업체들은 내년 재배계약을 미루는 것이다. 이미 SPC계열의 (주)밀다원은 재고 처리난으로 내년도 계약재배 계획을 전면 취소한다는 의사를 해당 지자체에 전달한 것으로 파악되면서 그 여파가 주목받고 있다. 생산자 입장에서 재배계약을 체결하지 못한다는 것은 생산을 해도 판로를 보장받을 수 없다는 것이고 이는 곧 파종중단을 의미한다.

국산밀산업협회와 우리밀생산자단체는 작년재고와 올해 예상재고를 합하면 2만 톤에 이를 것으로 파악했다. 작년재고 1만 톤에 대한 신속한 시장격리 방안과 지속적인 소비확대방안에 대해서 여러 가지를 제안해 놓고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 한국주류협회를 통해 주정용으로 처리하거나 군대급식용으로 사용하거나 혹은 공공비축용으로 사용하는 등 다양한 방법들이 그것이다. 또 언젠가 남북관계가 좋아지면 대북지원용으로도 가능할 것이고 지금이라도 학교급식이나 정부기관에서 먼저 구매하게 하는 방법도 제시하였다.

우리밀 소비가 정체되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는 취약한 가격경쟁력에 있다. 일본의 경우처럼 수입밀과 국내산 밀의 가격을 거의 같은 수준으로 맞춰 준다면 그들처럼 우리도 1.6%인 자급률을 박차고 20% 수준에 어렵지 않게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밀살리기운동본부가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우리밀이 수입밀보다 20~30% 정도 비싸더라도 충분히 구매할 의사가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지금처럼 3배 정도의 큰 가격 차이를 극복하려면 소비자의 관심과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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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약 400만 톤의 수입밀이 들어온다. 축산사료용을 제외한 200만 톤의 식용 수입밀이 우리 아이들의 급식과 가정주부들의 식탁을 점령하고 있는 현실이다. 며칠 후면 백남기 농민 1주기가 다가온다. 그가 가꾸었던 우리밀밭에서 후배들이 생산한 우리밀이 추석선물세트로 만들어져 전국으로 팔려나가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의 고향 밀밭에도 예년처럼 중단 없이 파종이 이어질 수 있도록 우리밀 농민들이 요구하는 재고해소 방안에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와 조건 없는 수용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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