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이미 자신 멸종시킬 이상 핵 보유
무기 개발될수록 평화는 점점 멀어져

지금 우리나라에는 원자력 발전소를 중단하려는 움직임과 핵무기 개발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공존하고 있다. 둘 다 만족시키려면 원자력 발전을 중단하고 그 연료로 핵폭탄을 만들기라도 해야 하는 걸까?

핵발전이나 핵폭탄이나 모두 우라늄을 사용한다. 우라늄은 자연 상태에 존재하는 가장 무거운 물질로, 자연 상태에서도 원자가 점차 붕괴하면서 다른 물질로 바뀐다. 자연 상태의 붕괴는 천천히 일어나서 붕괴할 수 있는 우라늄 양이 현재의 반이 될 때까지의 기간, 즉 반감기는 7억 년 정도라고 한다.

우라늄 원자는 붕괴하면서 많은 에너지와 여러 개의 중성자를 방사하는데, 그 중성자가 다른 우라늄 원자를 때리면 그 원자도 붕괴하게 된다. 그러면 더 많은 중성자가 나오고 더 많은 우라늄 원자가 붕괴하는 일이 반복되면 엄청난 에너지의 폭발을 하게 된다.

우라늄을 폭발하지 않을 정도로만 농축시켜서 계속 에너지를 발산하도록 하는 것이 원자력 발전이다. 물론 덜 농축시키는 이외에도 원자력 발전에는 중성자를 흡수하는 장치 등 많은 안전장치가 사용된다.

핵폭탄이든 원자력 발전이든 농축이 필요하다. 원자력 발전소의 폐연료봉도 농축하면 다시 사용할 수 있지만 폐연료봉에는 우라늄이 많지 않다. 그 대신 우라늄 원자가 붕괴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플루토늄이 들어 있는데, 플루토늄도 농축시키면 폭발이 일어나는 물질이다.

폐연료봉을 재처리하여 플루토늄을 농축시키면 플루토늄 핵폭탄을 만들 수 있다는 말이다. 1945년 일본의 나가사키에 투하된 핵폭탄이 플루토늄 폭탄이었다.(히로시마에 투하된 것은 우라늄 폭탄이다.) 북한 핵 문제를 이야기할 때마다 거론되는 영변 핵 재처리 시설이 문제가 되는 것도 폭탄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인간들은 원자력 발전의 연료를 사용해서도 폭탄을 만들고 다 쓴 폐연료봉으로도 폭탄을 만든다. 그래서 이미 우리 자신을 멸종시킬 수 있는 양보다 훨씬 많은 핵폭탄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핵폭탄을 개발한 것은 평화를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최초의 핵폭탄 개발 프로젝트인 맨해튼 프로젝트는 미국이 엄청난 폭탄을 보유함으로써 아무도 전쟁을 일으킬 수 없도록 하겠다는 명분으로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그 직후 미국은 핵폭탄을 실제 사용했다. 그리고 다른 나라들도 핵무기 개발을 시작했다. 아마 모든 나라가 자국의 안보와 세계의 평화를 위해 개발했을 것이다.

평화를 위해 강력한 무기를 개발하는 것은 핵무기 이전에도 있었다. 노벨상으로 잘 알려진 노벨은 다이너마이트의 발명자이다. 그는 다이너마이트라는 강력한 무기로 국가들이 무장하면 아무도 쉽게 전쟁을 일으키지 못할 것이라고 하면서 다이너마이트를 무기화하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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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노벨이 원하는 평화는 오지 않았고 세계에는 계속 전쟁이 있었다. 점점 더 강력한 무기가 개발되었고, 결국은 인류를 멸종시킬 수 있는 핵무기를 이 나라 저 나라가 들고 있는 상태에서 불안한 균형이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를 포함한 더 많은 나라가 핵무기를 보유하게 되면 더 많은 나라의 안보가 확보되고 세상이 더 평화롭게 될까?

(※신고리 5·6호기 건설의 영구 중단 여부를 결정하는 시민참여단 478명이 다음 달 13일부터 15일까지 3일 간 합숙토론을 한 후 20일 최종 권고안을 정부에 전달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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