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지 쉬기 위해 결행한 휴학
생각해보니 '졸업'이 겁났던 것

"먹고 노는 대학생!"

방구석에서 뒹굴뒹굴하는 내 모습을 보고 삼촌이 한마디 뱉었다. 하지만 난 개의치 않는다. 왜냐면 그러려고 휴학했으니까.

졸업 학기만 남겨둔 나는 '그럴 거면 바로 졸업하지'라는 주위 사람들의 만류에 불구하고 휴학을 결심했다. 스트레이트로 대학교 3년 반을 달려온 나는 많이 지쳐있었다.

한시도 쉬어보지 못한 아르바이트도 한몫했던 거 같다. 평일이고 주말이고 쉬는 날 없는 생활을 반복하며 내 몸을 너무 혹사한 탓이었다. 이대로 졸업하고 취업까지 가기에는 내 몸이 너무 불쌍해서 휴학을 했다.

내 휴학 라이프는 오로지 쉬는 것에만 초점을 맞췄다. 물론 일은 하고 있지만, 휴일에는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집에서 쉬었다. 그리고 현재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 아무것도 안 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게 적극적으로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는 상태까지 놓였다.

그런데도 이상하다. 분명 내 몸은 누워서 쉬고 있는 게 맞다. 하지만 쉬어도 쉰 것 같지 않고, 자도 잔 것 같지 않은 상태인 지금, 이유가 뭔지 생각해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문제는 몸의 피로가 아니었다. 내 뇌는 몸을 배반하고 더 많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뭐해 먹고살지', '언제 토익을 따지' '돈은 어떻게 모으지' 등의 말이 머릿속에 둥둥 떠다녔다. 취업, 토익, 스펙 등 생각할 게 많아지자 쉬는 게 오히려 찜찜하게 느껴졌다. 근본적인 고민이 해결되지 않으니 온전히 쉰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지금까지 내 만성피로의 원인은 불확실한 미래와 진로에 대한 불안감에서 나온 것이다. 큰맘 먹고 결심한 휴학이었지만 '쉬자'는 계획은 실패로 돌아갔음을 확실히 느꼈다.

나는 휴식이라는 방패로 현실을 회피하려고 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사실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졸업해도 취업이 안 될 걸 알기에 겁이 난 것이다. 이 생각까지 든 지금 나는 휴학 계획을 뒤엎어야 하는 상황에 치달았다.

이까지 오니 비로소 주위 친구들도 보이기 시작했다. 친구들은 저마다 하고 싶어 하는 일에 몰두하고 있었다.

카메라 감독을 꿈꾸며 독립영화 스태프로서 합숙하는 친구, 공연 기획자가 되고 싶어 영화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친구, 뭐라도 하기 위해 서울로 간 친구, 모두 열심히 살아가고 있었다.

똑같은 휴학생이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나와는 반대였다. 내가 고민이 엉킨 실타래와 씨름할 때, 그들은 그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가는 중이었다.

여행, 취미생활 등을 즐기고 있는 휴학생은 지금 생활에 충분히 만족하며 지낼 것이다.

이런 이들에게 취업이라는 부담감과 현실의 경각심을 심어주려는 것은 아니다. 단지 나처럼 휴식이 마냥 편하지 않은 휴학생이 주변에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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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지나간 시간을 후회하며 스스로를 자책하지는 말자. 실제로 쉬면서 몸의 피로도 풀렸고 생각정리도 했으니 말이다.

이제라도 깨달았으니 됐다. 나는 당장 내일이라도 계획을 짜고 뭔가를 해야겠다는 의지가 앞선다. '먹고 노는 대학생'에서 '먹고 노는 백수'가 되기 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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