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민주화 시대를 열자](2)지역 불평등, 삼천포 고성화력발전소
현실 반영 못하는 법률 모순 사천, 지역자원시설세 0원
'피해 따로 이익 따로'불만 권한쟁의심판 청구 등 대응

사천시와 고성군은 '땅 싸움'을 하고 있다. 사천시가 지난 2015년 헌법재판소에 고성군을 상대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면서다. 핵심내용은 사천시가 매립지 17만 9000㎡에 대한 과세권한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이 싸움을 일으킨 요인은 화력발전소. 6기가 가동 중인 삼천포화력발전소는 이름과 달리 고성군에 있다. 한국전력은 지난 1978년 사천시와 경계지역인 고성군 하이면 덕호리에 삼천포화력 1·2호기 터를 조성했는데, 사천시 바다 일부가 매립돼 고성군 땅으로 편입됐다.

화력발전소로 생긴 지역 간 갈등은 복잡하지만 요약하면 '피해는 사천사람들이 보는데 이익은 고성사람들이 본다'는 것이다. 34년 동안 삼천포화력 때문에 피해를 봐온 사천시민들은 옆에 고성하이발전소가 생기는 걸 받아들일 수가 없다.

고성그린파워 관계자가 고성하이화력발전소 건설 현장을 설명하고 있다. 멀리 보이는 굴뚝이 삼천포화력발전소 1∼6호기다. /공동취재단

한국남동발전, SK가스·SK건설, 금융권이 참여한 고성그린파워가 민간투자사업으로 진행하는 고성하이화력발전소는 지난 2013년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돼 2015년 7차 계획에 확정됐다. 지난해 공사를 시작해 2021년 가동될 계획이다. 공정률은 25% 수준이다. 2기(2080㎿)지만 발전설비용량은 삼천포화력 1~6기(3240㎿)를 더한 것의 60%를 넘는 규모다. 사천시민들은 지난 2014년부터 대책위원회를 꾸려 정부와 고성그린파워를 상대로 피해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정석만 고성화력발전소 사천시민대책위 집행위원장은 "사천의 억울함을 알아달라. 천혜의 한려수도 가운데 있는 사천이 제도적 모순에 신음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도적 모순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지방세법·지방재정법·발전소주변지역지원법에 따른 것이다. 이 법에 따라 발전소가 있는 자치단체에는 발전소주변지역 지원금, 특별지원금, 지역자원시설세가 주어진다. 삼천포화력과 고성하이화력 소재지인 고성군에 대부분 돌아가지만 사천시에는 규모가 미미하다.

발전소주변지역 지원금은 반경 5㎞ 면적 40%, 인구 30%, 소재지 20%, 위원회 심의 10% 기준으로 연간 발전량에 맞춰 해마다 나온다. 삼천포화력은 지난해 37억 원 중 발전사가 30% 쓰고, 고성군과 사천시가 35%씩 13억 원을 받았다. 사천시민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책위는 5㎞ 반경 인구를 보면 삼천포시가지가 포함돼 사천시민이 93%를 차지하고, 온배수 피해를 받는 바다까지 면적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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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지역자원시설세는 더 불합리하다. 광역자치단체는 매년 발전사에 지역자원시설세를 징수하는데 이 중 65%를 소재지 기초자치단체에 교부금으로 준다. 고성군이 지난해 받은 징수교부금은 47억 원이다. 고성군 전체 세수의 15%나 차지한다. 그러나 사천시에는 한 푼도 없다.

그러니 피해는 사천이 보고 이익은 고성이 본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남동발전 삼천포화력본부가 두 자치단체에 낸 지방세를 비교하면 격차가 확연하다. 지난 2001년부터 2016년까지 고성군에 낸 지방세는 631억여 원이지만 사천시 납세실적은 고작 3%(19억여 원) 수준이다.

대책위는 제도적 모순을 고치지 않은 채 고성하이화력이 지어지면 격차는 더 커진다고 지적했다. 고성군은 연간 54억 원 세수 확보를 기대하고 있다. 고성그린파워가 추산한 운영기간 30년간 지원금과 지방세 규모는 발전소 특별지원금 898억 원, 주변지역지원금 791억 원, 취득·등록세 600억 원, 재산세 200억 원, 소득세 690억 원, 지역자원시설세 1320억 원인데 대부분 고성군 몫이다. 사천시가 땅을 되찾겠다고 나선 이유도 세수 불평등 때문이다. 

대책위는 지난 2015년 여상규 국회의원을 통해 발전소주변지역지원법과 지방재정법 개정 청원을 냈지만, 지난 19대 국회가 끝나면서 폐기됐다. 정 집행위원장은 권한쟁의심판에 대해 "주민자치권 행사를 위해 30년 지났지만 청구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불합리한 법률에 대해 "법이 잘못돼 있으면 형평성 있게 고쳐야 한다. 대원칙은 피해를 보는 사람에게 보상이 가야하고 이익을 보는 사람에게서 세금을 거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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