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공격기 수출대금 받지 못해…KAI 각종 해외 사업 좌초 위기감 커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검찰로부터 방산·경영 비리 의혹 전반에 걸쳐 대규모 수사를 받는 가운데 김인식(65) KAI 부사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져 지역사회에 파장이 일고 있다.

김 부사장은 21일 오전 8시 42분께 사천시 사남면 한 아파트에서 목을 매 숨진 채 직원에 의해 발견됐다. 직원은 이날 김 부사장이 출근하지 않고 연락도 안 되자 아파트를 방문해 숨진 김 부사장을 발견했다. ㄱ 아파트는 김 부사장이 혼자 거주하던 숙소로, 가족은 서울에서 지냈다.

김 부사장은 지난 17일 이라크로 출국했다가 20일 귀국 후 직원들과 저녁식사를 하고 헤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사장은 FA-50 경공격기 수출 대금을 받기 위해 해외출장을 갔지만 목적을 이루진 못했다.

현장에선 A4 용지에 자필로 쓴 유서 3장이 발견됐다. 한 장에는 수천억 원대 분식회계를 주도하고 일감 몰아주기 대가로 협력업체 지분을 차명 보유한 혐의 등으로 지난 20일 긴급체포된 하성용 전 사장과 직원들 앞으로 남긴 것이었다. 유서에는 "열심히 하려고 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아 안타깝다. 회사 직원분들께 누를 끼쳐서 죄송하다"며 사과의 마음을 전했다. 나머지 두 장은 가족들에게 남긴 것으로 '미안하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사장은 그러나 방산·경영 비리와 관련해서는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C0A8CA3C0000015D3EAC4D6F0001B352_P4.jpeg
▲ KAI 본사 모습./연합뉴스

김 부사장 죽음에 KAI 측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미국 공군 고등훈련기 교체사업(APT)·항공MRO 사업 등이 물거품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됐는데, 김 부사장 사망으로 가속도가 붙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현재 KAI는 검찰 수사로 비리기업 꼬리표가 붙으면서 해외 수주가 끊겼고 자금 융통에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형 기동 헬기 '수리온' 납품 비리가 불거지면서 제작 중단, 수출전선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KAI 관계자는 "김 부사장은 해외총괄 담당자다. 갑작스런 소식에 당혹스럽다. 상황 파악 중"이라며 "올곧은 성격의 소유자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생겼는지 도무지 짐작이 안된다"고 말했다.

지역에서는 하 전 사장과 경북고교 동기동창인 김 부사장이 검찰 수사에 부담을 느끼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 부사장은 최근 이라크 수출 대금 미납 문제를 두고 검찰이 분식회계 혐의로 수사하는 것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 20일 KAI가 분식회계, 채용 비리, 원가 부풀리기를 통해 개발비를 편취해왔다는 의혹에 따라 하 전 사장을 긴급체포해 수사하고 있다. 하 전 사장 재직 시절인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이라크 공군기지 재건 사업과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 등에서 수천 억 원 규모의 회계 분식이 이뤄진 정황을 잡고 수사를 벌이는데 고등훈련기 사업처장, 항공사업단장, 수출사업본부장, 해외사업본부장 등 KAI 사업의 핵심 역할을 해온 김 부사장도 검찰수사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었다. 하지만, 김 부사장은 현재까지 검찰 조사를 받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 전 사장 때 승진했던 김 부사장은 공군사관학교 출신으로 제8전투비행단 통제기조종사, 합참의장 보좌관, 국방부 KFP사업단 주미사업실장, 항공사업단장 등을 지냈다. 준장으로 전역한 김 부사장은 2006년 KAI에서 아랍에미리트(UAE) 주재사무소장으로 민간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이후 수출사업본부장 등을 거쳐 수출사업 전반을 총괄하는 업무를 맡았다. 이라크 FA-50 경공격기 등의 수출을 성사한 인물로 전해졌다.

경찰은 김 부사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회사 관계자 등을 상대로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