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그리' 컨트리 블루스 가수
비아냥대는 듯한 창법 매력
경쾌한 멜로디 속 날선 비판
'현대사회 부조리' 분노 표출

행운을 부르는 황금돼지섬! 창원시 마산합포구 돝섬 잔디광장에서 오는 23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경남도민일보와 함께하는 '뮤직 인 창원 2017' 무대가 펼쳐집니다. 실력 있는 인디 뮤지션의 공연 퍼레이드에 앞서 출연진을 미리 만나보는 코너입니다. 청명한 가을 멋진 인디 뮤지션의 공연과 함께 돝섬에서 멋진 추억을 만드시길 바랍니다.

"행님 진짜 대충 인터뷰하네예?!"

아, 서울 홍대 바닥에서 듣기 힘든 걸쭉한 마산 사투리다. 컨트리 블루스 가수 김태춘(본명 김태훈). 이 친구라면 인터뷰는 관두고 그냥 어디 가서 술이나 한잔하며 낄낄대고 싶다. 과연, 우리는 그의 단골집이라는 홍대 앞 '한 잔의 룰루랄라'로 향했다. 카페이자 바이기도 하고, 모임도 열리고 공연도 펼쳐지는 곳이다. 모든 게 적당히 낡아 있어 편안한 내부 구조다. 영업을 하지 않는 날이지만 VIP 고객이라는 명분으로 테이블을 차지하고 마주 앉는다. 크, 맥주 맛 좋다!

이른바 인디(독립)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김태춘이란 이름을 다 들어봤을 것이다. 간질거리는 전자기타 선율(붐챙 주법이랬던가)에 직설적이고 센 가사, 비아냥거리는 듯 독특한 창법으로 마니아층이 두텁다. 다시 말해 대중적인 음악은 아니라는 뜻이다.

이런 김태춘이 대중에게 크게 알려진 건 '삼김시대'와 '이효리'를 통해서다. 김일두, 김대중, 김태춘 걸출한 인디 뮤지션 3명이 뭉친 프로젝트 삼김시대는 '인디 음악계의 어벤져스'로 불릴 정도로 대단한 인기를 누렸다. 이 즈음 발매한 정규 1집 <가축병원블루스>(2013년 3월)는 네이버 '오늘의 뮤직'과 다음 '이달의 앨범'에 선정됐다.

김태춘.

2014년에는 이 앨범이 한국대중음악상 '록 음반 부문'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가수 이효리가 같이 앨범 작업을 하자고 연락을 한 것도 삼김시대 활동과 맞물리는 시기다. 2013년 5월 발매한 이효리 5집 <모노크롬 MONOCHROME> 수록곡 중 '묻지 않을게요'와 '사랑의 부도수표' 두 곡을 김태춘이 작사·작곡했다. 당시 이효리가 김태춘 공연에 찬조 출연하기도 했고, 같이 <유희열의 스케치북> 200회 특집에도 나갔다. 또 메탈리카 등 세계적으로 쟁쟁한 뮤지션들과 함께 현대카드 슈퍼콘서트에도 참여했다. 하지만, 이런 인기는 그의 음악에 '독'이기도 했다.

"어느 순간 제가 팬을 만들려고 쇼맨십을 하고 CD 한 장을 더 팔려고 내키지 않는 말을 하고 있더라고요. 거기다 톱스타와 공연까지 하니 자만심에 빠졌던 것 같아요. 제가 좋아하는 노래, 제가 하고 싶은 노래를 하자던 초심을 잃었던 거죠." 지난 1월 31일 자 <국제신문> 인터뷰 중

지난해 7월 발매한 2집 <악마의 씨앗>으로 본래의 김태춘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다시 먹고살기가 팍팍해졌다. 사실 김태춘의 노래는 방송에 적합하지는 않다. 1집에 실린 10곡 중 5곡이 19금이다. 2집도 19금은 두 곡뿐이지만, 은유적인 표현을 고려하면 상당수 곡이 위험 수위다.

우리에게 아부하며 꼬리 치며 온갖 쇼를 하며/ 우리의 돈과 힘과 피와 땀과 영혼을 빼앗고/ 언젠가 늙어 그 모든 걸 잃어 갈 때쯤/ 방송국은 당신에게 칼날을 들이대겠지

2집 수록곡 '모든 방송국을 폭파시켜야 한다' 중

그는 지난 2015년 말 인디레이블 '허수아비레코드'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3년 차가 되는 서울살이는 여전히 고달프다.

노래하고 있는 김태춘.

"아이고 마, 은자는 창원에 가서 살고 싶다는 생각도 하긴 합니더. 친구들하고 저녁에 만나가 술도 한 잔 묵고 같이 얘기도 하고 그라고 싶지예."

눈 부신 네온 불 밑에서 나의 두 눈이 멀고/서울의 빌딩숲 밑에서 난 길을 잃었네/내 고향 남쪽바다 가고 싶어라

돝섬의 가련한 여인은 재주를 넘고/여전히 만초에 사진은 웃음을 지을까/내 고향 남쪽바다 가고 싶어라

2집 수록곡 '내 고향 남쪽바다' 중

그는 마산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창원대를 나왔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자작곡을 녹음한 데모 테이프를 만들어 팔았다. 노래를 들은 국어 선생님이 꼭 '정태춘 노래 같다'고 했다. 김태춘이란 활동명도 여기서 나왔다. 이를 계기로 민중가요를 많이 들었는데, 비주류적이고 사회 비판적인 감성이 이를 통해 자리를 잡은 듯하다.

올 여름 창원 마산합포구 용마산에서 김태춘..jpg
▲ 올 여름 창원 마산합포구 용마산에서 김태춘.

창원대에 입학하고는 직접 멤버를 모아 펑크밴드 '피바다'를 만들어 주로 부산 클럽에서 활동했다. 2003년 군대를 제대하고는 블루스를 접한다. 단순하면서도 편안하니 좋았다. 드디어 그의 감성을 담을 그릇을 제대로 만난 것이다. 이후 '일요일의 패배자들'이란 블루스 밴드로 2011년까지 활동하다가 이후로는 솔로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지금껏 음악으로 먹고살겠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다고 한다. 솔직히 이렇게 적나라한 음악이 대중적으로 크게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 하여 김태춘은 여전히 어떻게 먹고살 것인지를 걱정한다. 아직은 힘들다. 하지만, 적어도 그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쏟아내는 '진짜' 음악을 하고 있다. 그가 뮤지션으로 계속 살아남는다면 그것이 바로 우리나라 문화 수준이 한 단계 발전했다는 뜻일 것이다. 김태춘의 음악을 격하게 응원하는 이유다.

"고마 내 마음대로 하는 기 최고다. 뭐 음악 해서 부귀영화를 누릴 기라고. 삶은 계속 막막해도 고마 음악 하는 기 좋다. 앞으로도 지금과 같이 열심히는 안 하겠고 그렇게 열심히 안 하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상탈라고 음악하고 돈 벌라고 음악 하는 새○들이 지천에 깔렸다. 칼 안 든 강도, 기타 든 강간범들. 느그 열심히 해라. 느그가 열심히 해야 내가 느그 욕하고 살지." - 2015년 11월 17일 김태춘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 

※김태춘의 공연은 오는 23일 돝섬에서 열리는 '2017 뮤직 인 창원' 2부 메인 스테이지(오후 3시 30분~6시)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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