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비정규직 식비 '체불 우려'에 선지급 방침 밝혀
의원 "절차상 문제…예산 승인권 부정 아니냐" 지적

경남도교육청의 안이한 대(對)도의회 행정이 다시 한 번 도마에 올랐다. 박종훈 교육감이 이번 임시회 때 도교육청 2차 추경예산안에도 올리지 않은 학교 비정규직 미지급 식비 관련 예산 지급 방침을 갑작스레 밝혔기 때문이다.

사달은 20일 도의회 제347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 산회 직전 추가경정예산안 통과에 대한 인사말을 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박 교육감은 "한 가지 양해를 구하겠다. 창원고용노동지청으로부터 학교비정규직 미지급 식비를 오는 29일까지 지급하지 않으면 체불임금이 된다는 통보를 받았다"면서 의회에 기일 내 지급할 수 있도록 협조를 부탁했다. 인사말이 끝나면 박동식 의장 폐회 선언만 남겨 둔 시점에서다.

박 교육감이 요청한 체불임금은 학교비정규직 미지급 식비 12억 7000만 원이다. 교육청은 지난해 학교비정규직 노조와 임금협상을 통해 정액 식비 8만 원을 신설하기로 하고 소급분(6~9월)을 포함한 예산안을 도의회에 올렸다. 도의회는 그러나 교육청이 의회 승인도 받기 전에 식비 소급분 지급을 약속한 건 절차상 문제가 있다며 지난해 제2회 추경과 지난 7월 올해 1차 추경 등 두 차례에 걸쳐 해당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20일 도의회 본회의에서 박종훈 교육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경남도의회

박 교육감은 "소급된 급식비 관련 창원고용노동지청이 노동관계법 위반에 해당해 이달 29일까지 시정하라는 지시를 했다"며 "시정하지 않으면 형사처벌될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절차상 미숙, 의회에 충분한 사전 설명을 하지 못한 점에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며 "열악한 환경에서 노력하는 조리실무사 인건비 미지급분을 예산 잉여분 범위 안에서 고용청이 지정한 기일 내에 지급하고 부족분은 마지막 추경에서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발언에 본회의장에는 잠시 냉기가 흘렀다. 이내 심정태(자유한국당·창원13) 의원이 나서 박 교육감과 도교육청의 행태를 비판했다.

교육위원회 위원인 심 의원은 "지난 7월 삭감 때에도 교육위는 통과시켜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고 지급해야 할 돈인 점은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예산 편성권은 집행부에 있어도 승인권은 의회에 있다. 그런데 앞서 임시회 본회의에서 부결된 건을 다시 통과시키는 건 찬반을 떠나 도의가 아니고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도교육청 주장은 예산이 성립하지도 않았는데 집행하겠다는 말로 의회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며 "이는 절대 안 된다. 그런 생각을 하는 자체가 잘못됐다"고 박 교육감을 다그쳤다.

천영기(자유한국당·통영2) 의원도 "백 번 양보해도 앞으로 도교육청은 노사 간 합의만 이뤄지면 도의회 심사 없이 무조건 예산을 주겠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면서 "행정절차를 무시해 55명 도의원을 공기 취급해 놓고, 총대는 또 의회가 메라고 하는 이런 안하무인 행태는 절대 두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박 교육감은 이에 다시 발언 기회를 얻어 "잘못이 있었다면 거듭 죄송하다. 의회를 무시하거나 절차적 정의를 소홀히 하려는 생각은 없다"며 "이번 추경에 예산을 올릴지 고민했으나 상황 변화가 없었다. 한데 의회 추경안을 낸 사이 고용부에서 지금까지 교섭해서 예산을 편성한 것과 의회에서 예산 감액 처분한 것을 종합 검토한 결과 체불임금으로 판단해 통보해 왔다"고 그간 사정을 설명했다.

이어 "예산을 심의·의결하는 의회로서는 충분히 분노할 사안이다. 이 점까지 고려해 고용청 조치에 앞으로 의회 논의나 절차에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노력하겠다"며 "다시 한 번 양해해주셔서 임금체불을 한 기관으로서 오점이 남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당부했다.

박동식 의장은 "예산 편성을 하지 않고 지급하겠다고 한 것은 상당한 문제"라며 "이달 29일까지 지급해야 한다는 건 고용부 지시 사항이다. 이도 중요하지만 의회가 더 중요하다. 예산을 편성한 후 지급이 되든 삭감이 되든 방법을 찾으라"고 다그친 뒤 폐회를 선언했다.

도의회 예산안 심의는 오는 11월 열리는 제349회 정례회로 예정돼 있다. 하지만 도교육청이 그 전에 미지급 식비 지급 관련 원포인트 추경안을 내면 내달 열리는 제348회 임시회에서도 논의할 수 있다. 그러나 박 교육감의 사실상 의회 무시 행태에 분노한 도의회가 이를 곱게 받아줄지 장담할 수 없다. 한편 창원고용노동지청 관계자는 "노조가 우리에게 진정을 했고 조사 결과 임금 체불로 확인돼 시정 지시를 내린 것"이라며 "법에 따라 한 차례(1개월) 연장할 수 있고, 이후 시정을 기대하기 어려우면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입건해 사법처리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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